-
-
사라진 밤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쌍둥이 동생 리오가 그의 여자친구 다이애나와 기차 사고로 죽은지 15년이 지났지만 형사 냅은 그 사건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왔다. 어느날 관할 지역이 아닌 경찰이 15년 전 사라진 여자친구 모라의 지문이 발견됐음을 알려주고자 찾아온다. 그런데 경찰은 그 소식과 더불어 지문이 발견된 현장에서 고등학교 동창 렉스가 경찰 신분으로 총에 맞아 사망했음을 전한다. 때를 같이 해 얼마 후에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 행크가 실종된다. 15년만에 나타난 모라, 두 고등학교 동창의 죽음과 실종. 무슨 일이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냅은 15년 전 쌍둥이 동생이 죽은 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한다.
형제이자 절친이었던 리오가 죽고 사랑하던 여자 친구가 사라진 후 냅이 유일하게 의지하는 두 사람 엘리, 그리고 리오와 함께 죽은 리오의 여자친구 다이애나의 아버지이자 냅의 경찰 스승인 비오 아저씨. 냅은 이들에게 상황을 알리며 조언을 구하고, 엘리의 도움으로 고등학교 때 '음모 클럽'이 존재했으며 리오, 모라, 행크, 렉스, 베스가 멤버였고 그들이 마을의 폐쇄된 나이키 미사일 기지와 연관이 있음을 알아낸다. 군대가 철수하고 농업 관련한 연구가 진행했다고는 하지만 무언가 미심쩍다. 실종된 행크가 아침마다 산책한 길의 끝은 폐쇄된 기지였다. 행크는 어디에 있을까? 이제 냅은 리오와 다이애나가 자살이 아님을 안다. 그들은 살해 당했다.
마침내 발견된 행크, 수소문해도 만날 수 없었던 모라의 어머니, 연락이 닿지 않았던 베스, 엘리가 15년 동안 숨겨왔던 사실, 행크가 데이비드에게 맡겨 놓았던 캠코더 테이프 등을 통해 냅은 점점 더 사건에 가까워지고 비오 아저씨의 비밀과 당시 미사일 기지의 사령관이었던 앤디 리브스를 추적하면서 차라리 진실을 모르는 게 낫다는 엘리의 말처럼 드러나는 진실과 짐작되는 사실에 냅은 괴로워한다.
15년 전, 폐쇄된 기지에서 고등학생 패거리가 무언가를 촬영한 대가로 한 남학생과 여학생이 살해 당했다. 그렇다면 그때 함께 있었던 베스, 행크, 렉스는 왜 죽이지 않은 걸까? 그리고 왜 15년이 지나서야 그들을 살해하는 걸까? 또한 모라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도대체 그날 밤,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 ■ ■
사건의 결말 부분부터 이야기하자면 15년 전 리오와 다이애나가 죽은 일련의 과정은 예상치 못한 결론이며 렉스, 행크를 죽인 범인이 의외의 인물이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등장 인물의 대화를 꼼꼼하게 읽어보면 소설 중반 이후에 조금씩 짐작이 된다. 내용의 흐름으로 따져서는 사건의 진실과 범인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촘촘하게 짜여진 소설은 최근에 읽은 스릴러 중에서는 가장 밀도 있는 소설이었다.
소설 후반부에서 엘리와 냅은 거짓과 사실에 대해 공방을 벌인다. 상대방을 배려해서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은 거짓일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친구를 속이는 꼴이 되어버린 배려는 진정한 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상대방이 괴로워할 것을 알기에 혹은 위험에 처할 수 있기에 침묵을 선택한 것은 옳은 결정일까?
살면서 가끔 겪는 일이기도 하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얼버무리면 그만이긴 하지만, 이렇듯 배려라는 이름으로 진실을 숨기는 것은 기만이 아닐런지...... . 어차피 진실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대한 각자 고통의 몫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