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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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해가 있으면 갚되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출애굽기 21:23~25) 
 
 
게이브
퇴근길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유난스럽고 낡은 차에 딸이 타고 있다. 집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아내 곁에서 TV를 시청해야 할 아이가! 뒤를 쫓았으나 놓쳐버렸고 급하게 찾아들어간 휴게소의 공중전화로 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기 너머에서는 낯선 경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내와 딸이 죽은지 3년이 지났고, 게이브는 딸을 목격했다고 믿는 고속도로의 휴게소들을 전전하면서 딸의 실종 전단지를 사람들에게 건넨다. 그때 시신 확인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 딸이 살아있는 한 죽을 수도 없다.  
 
프랜
아버지를 위해 한 일이었다. 그 대가로 딸을 잃을 줄은 몰랐다. 이제 그 아이만큼은 지켜야 하는데, 그들은 프랜과 앨리스를 잡기 위해 포위망을 점점 좁혀온다. 어디로 가야하나? 
 
케이트
아버지가 사고로 죽고 언니는 집을 나갔다. 케이트는 이혼 후 고속도로 휴게소 카페에서 일하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알콜 중독자 엄마가 아닌 아버지가 살아만 있다면, 그래서 자매들의 울타리가 되어줬다면, 삶은 달라졌을까? 케이트는 휴게소 주차장에 캠핑카를 주차해 놓고 살고 있는 키 크고 비쩍 마른 그 남자가 자꾸 신경이 쓰인다. 






게이브는 갓 십대 티를 벗어던진 젊은 시절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열네 살 소녀를 차로 치었고, 소녀는 식물인간이 되었다. 동승했던 친구들은 모두 도망갔으나 그는 구급차가 올 때 까지 소녀의 곁을 지켰고 가해 인정을 했으며 피해자 가족에게 사죄했음과 평소 생활이 모범적이었던 것이 정상 참작이 되어 집행유예와 벌금 처분을 받았다. 피해자 어머니 샬럿은 그를 용서했다. 몇 가지 조건을 달아서. 그 조건으로 게이브는 창살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가족을 잃고 자살을 시도한 게이브 앞에 나타난 자칭 사마리아인. 게이브의 사정을 듣고는 종종 도움을 주는데, 어느날 게이브가 찾아 다녔던 차량을 그가 찾아낸다. 저수지에 가라앉았던 그 우스꽝스러운 차는 가뭄으로 드러나고 트렁크에는 남자 시신 한 구가 들어있다. 죽은 남자가 딸을 납치한 것인지, 그렇다면 딸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 차를 버린 사람은 누구인지, 알 길이 없다.
 
차량을 발견한 후 딸 이지가 납치됐음을 확신한 게이브는 장인을 찾아가고, 상황을 설명하지만 당시 시신을 확인했던 장인은 사진을 한 장 건네며 손녀가 죽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게이브는 그 사진 덕분에 죽은 아이가 딸이 아님을 재확인 한다. 장인은 무엇 때문에 이지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시신을 확인하는 그날, 자신은 왜 느닷없이 구토를 동반한 실신을 했던 것일까? 혹시 샬럿이 복수심으로 가족을 죽이려 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장인은 더더욱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 더구나 샬럿은 식물인간인 딸 이사벨라를 자신에게 맡겨놓은 채 이지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다. 
 게이브의 가족을 죽이고, 그를 가족 살해범으로 덮어씌우려는 사람은 누구일까? 
 
401.
당신 가족을 죽이고 싶어 했을 만큼 당신을 증오한 사람이 누굴까요?

 
  
 
 □    □     □ 
 
 
든든한 울타리였던 아버지가 열여덟 소년의 치기로 구타당한 후 사망했고, 가해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게 폭행 살해 후 파티장으로 갔다. 비록 고용인과 피고용인 관계였지만 수십 년을 진심을 다해 아이를 보살피며 엄마인 고용인보다 더 헌신했다. 그러나 샬럿의 유언장에 언급된 자신의 몫은 미미하기만 하다. 지난 일을 반성하며 앞으로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한 열여덟 살 아들이 교도소에서 살해당했다. 그것도 자살로 위장당한 채로. 사랑하는 사람을 억울하게 잃은 이들 앞에 자연스럽게 나타나 명함 한 장을 건네는 사람들.  
 
'디 아더 피플 The Other People'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줄 수 없는 죄의 댓가를 대신 응징한다. 금전 거래는 없다. 다만 그들이 답례를 요구할 때 응해야만 된다. 거부하면 최대한 빨리, 최대한 멀리 도망가야한다. 다단계 살인청부업자. 당신이라면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겠는가? 





게이브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사마리아인'의 입장,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살인을 의뢰했지만 도덕적으로 살해 가담을 할 수 없었던 프랜, 손녀를 살리기 위해 사위에게 '너'의 딸이 죽었다고 말해야 하는 해리, 식물인간이 된 딸의 복수를 위해 한 남자의 인생에 종신형을 선고한 샬럿. 그들의 입장과 감정을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다른 선택을 할 수는 없었을까? 
 
 충분히 탄탄한 스토리와 쫀쫀한 긴장감은 소설 시작부터 끝까지 유지가 된다. <초크맨>의 기운을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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