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 온전히 '자신'으로서 사는 것에 대한 에세이를 쓴 김수현 에세이스트가 이번에는 관계에 대한 생각을 쓴 책을 출간했다. 이전 책도 읽으면서 꽤나 고개를 주억거리며 읽었는데, 이번에도 많은 부분 공감했다.
  
 
74.
돌아오지 않는 보상에 상대를 원망하게 된다면 나의 행복에 대한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고 있다면 상대에게 희생하는 것으로 나의 존재감을 찾으려 한다면 동의를 구한 적 없는 희생은 멈춰야 한다. 

 
공동체적 정서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베풂 혹은 희생. 상대가 원하지도 않은 희생으로 오히려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부모와 자식, 형제, 친구, 연인, 부부 등 과한 사랑과 우정의 표현은 부담스럽다. 성인이 된 자식의 인생에서 발을 빼지 못해 동동거리는 부모의 사랑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어느 순간부터 자식이 선을 그으면 잘 컸다는 자랑스러움보다는 서운한 마음이 앞선다.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알아야 절친이자 연인이고, 일심동체라는 말로 너나 구분이 없어야 행복한 부부라면 좋겠지만, 사람이 가지는 마음의 크기는 제각각인데 어느 한쪽이 너무 크고 일방적이라면 그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까? 
 
자식을 위해 올인하는 부모, 효자.효녀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지치지 않는 선에서 하면 좋겠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사랑이 현실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랑 또한 그렇다. 지치면 사랑도 짐이다. 감정의 번아웃은 없으면 좋겠다. 
 
 

 
131.
상처를 내지 않는 조심성도 필요하지만, 상처에 대한 너그러움이 없다면, 우리는 모두 상처투성이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내가 누구를 싫어할 수 있듯, 누군가도 나를 싫어할 수 있다 (책에서도 이 부분을 언급하는데, 격하게 공감했다는!). 내가 상대를 싫어할 권리가 있다면, 누구라도 나를 싫어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필요이상으로 예민해질 때를 돌이켜보면, 물리적으로든 내면적으로든 문제가 있는 시기다. 그냥 '나 지금 이렇게 별로야. 좀 봐줘라'의 표현을 밉게 하는 건데, 한마디로 측은지심으로 봐달라는 거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 자는 지금, 팍팍하다는 것.

 
지금 뭔가 딱 꼬집을 수 없는 답답함이 있다면, 친구가 옆에서 진상을 떨고 있다면, 내가 집단 안에서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가볍게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지금 하루하루 일상을 묵묵히 보내는 이들이, 제목처럼 너무 '애쓰지 않고 편안'하기를, 응원한다. 
 
 



[문장 속으로]
 
 
52.
근원적 고독으로 인한 허기와 결핍은 타인과의 관계로 채워질 수 없고, 고독으로부터 도망친다 해도 맞닥뜨리게 된다. 
 
68.
지치기 전에 돌아올 수 있어야 좋았던 순간을 망치지 않는다. 
  
74.
돌아오지 않는 보상에 상대를 원망하게 된다면 나의 행복에 대한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고 있다면 상대에게 희생하는 것으로 나의 존재감을 찾으려 한다면 동의를 구한 적 없는 희생은 멈춰야 한다.  
 
131.
상처를 내지 않는 조심성도 필요하지만, 상처에 대한 너그러움이 없다면, 우리는 모두 상처투성이가 된다. 
 
206.
타인을 오해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건 타인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게 아니라 자신의 무지에 대해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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