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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사냥꾼 -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모험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전행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평점 :
2009년 미국에서 공룡 뼈 화석을 놓고 국가와 개인 간의 소송이 벌어진다. 공룡뼈를 훔쳐 경매를 통해 팔고자 했던 남자는 사십 대의 에릭 프로코피. 도대체 무슨 일일까?
고대 생물의 화석을 사냥, 복원, 매매하는 일을 하는 미국인 에릭 프로코피는 티라노사우루스 바타르(이후 T. 바타르)의 화석을 복원 작업해 경매회사 헤리티지 옥션스에 위탁하여 경매를 예정하고 있다.
경매회사의 대대적인 홍보 덕분에 몽골의 고생물학자 볼로르체제그 민진 교수는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몽골에서는 화석 거래가 금지되어 있는 상황이고, 민진 교수는 경매에 부쳐지는 T. 바타르의 뼈 표본이 불법 거래임을 알아차리고 노렐 교수와 몽골 내에서 상당한 인맥을 보유한 오유나에게 도움을 얻어 헤리티지 옥션스에 이의를 제기하지만 회사는 경매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뼈 표본은 105만2,500달러에 낙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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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에서 성장한 에릭 프로코피는 어린시절부터 화석을 수집하는데 흥미를 가지며 성장했다. 그는 화석을 사냥, 청소, 식별, 분류하면서 배우는 것을 즐겼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이미 자신이 수집한 화석을 거래했으며, 화석 사냥꾼으로 살기를 희망했다. 대학을 졸업한 에릭은 본격적으로 화석 사냥꾼이자 매매상의 길로 들어섰고, 자유분방한 어맨다를 만나 결혼한다. 평소에도 검소와는 거리가 먼 에릭과 어맨다는 가정을 꾸리면서 큰 돈을 필요로 했고, 때마침 독일의 보석감정사 안드레아스 구아가 몽골에서 대량의 공룡뼈를 수집해 돌아와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이 기사화된다. 이 기사를 접한 에릭은 공룡 뼈, 특히 거대 공룡의 뼈에 눈을 돌린다.
거기에 더하여 헐리우드 스타들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공룡 뼈 수집에 열광하면서 매매가가 높아지자 에릭은 몽골 공급처인 투브신과 직거래를 하고자 몽골로 향한다. 투브신과 함께 고비사막에 도착한 에릭은 그곳이 어떤 곳인지를 직접 확인하고 빚을 끌어들여 대량의 뼈들을 계약한다. 키 2m가 조금 넘는 T. 바타르의 뼈를 비롯한 일부의 뼈들을 받은 에릭은 기존에 계약한 물품이 채 도착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추가 계약을 하고 돈을 더 보낸다. 그러나 기다리는 공룡뼈는 오지 않고, 투브신의 아내로부터 그의 사망 소식을 담은 이메일만 도착한다.
이 와중에 2009년 미국은 옴니버스 공공토지관리법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는데, 이 법안에는 생물자원법도 포함되어 있어 연방 재산에서 발견된 화석을 판매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도 있다. 위기 의식을 느낀 에릭은 가지고 있던 T. 바타르의 뼈를 복원시켜 박람회에 팔고자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에릭은 헤리티지 옥션스에서 경매를 하기로 결정하지만, 이 사실을 안 몽골의 정부에서 철회 요청이 들어온다. 그러나 에릭도, 경매회사도 경매를 강행하고 낙찰된다.
T. 바타르는 검사 절차에 들어간다. 검사에 참여한 고생물학자들은 복원 작업이 해외에서 이루어졌고, 복원 상태는 매우 훌륭하다는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몽골은 에릭과 헤리티지 옥션스를 상대로 밀반입에 관련한 소송이 시작되면서, T. 바타르에 대한 압수 영장이 발부된다.
한편, 몽골에서는 경찰이 자체 조사를 들어갔다. 이미 사망한 투브신의 컴퓨터를 복구하여 에릭과의 거래가 담긴 구체적인 내용들을 증거로 확보한다. 그리고 에릭이 몽골 방문 시 그의 동선과 투브신과의 대화를 듣고 목격한 증인도 나타난다. 에릭은 투브신이 판매하는 공룡뼈 매매의 합법성 여부 따위는 궁금하지 않았다. 이제 빚만 남은 에릭은 그나마 소장하고 있던 뼈들마저 증거품으로 압수된다. 재판 결과는 에릭의 우려와 다르게 징역 6개월(연방 교도소 3개월, 사회복귀 훈련시설 3개월)에 처해졌다. 이유는 에릭의 공룡 화석 발굴에 대한 기여도와 중범죄가 아니라는 것.
레셈의 말마따나 공룡뼈를 몰래 빼돌려 팔아먹었다고 해서, 누가 죽은 것도 아니고 거액의 사기를 친 것도 아니고 테러를 일으켜 인명을 희생시킨 것도 아니다. 그런데 에릭이 선고받은 형기가 왜 가볍다고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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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실화를 그대로 옮긴 보고서이다.
메디치 가문에서 시작해 메리 애닝을 거치는 발굴의 역사, 화석의 과학적 의미, 라슨 형제의 사례같은 상업성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 그리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과학(문화)를 광범위하게 말하고 있다.
1994년 6월 뉴욕의 필립스 경매 쇼룸에서 최초의 자연사 경매가 열렸다. 실적은 30만달러로 비록 실망스러운 결과였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화석이 경매에 등장하면서 박람회에서는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화석이 완제품(?)으로써 거래 물품이 되고 가격을 상승시켰다. 그에 따라 무분별하게 채취되는 화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자연환경 뿐만 아니라 과학적 가치가 있는 지층까지 훼손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점은 단순하지 않다. 물론 화석을 불법적으로 발굴해 밀반입을 통한 상업적인 목적을 두고 있는 부분은 분명 심각한 문제다. 밀반입이나 상업적인 윤리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나는 정작 고민해봐야할 문제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책에도 언급했듯이 세계적으로 고생물학자의 수는 많지 않다(한국은 더하다). 우주로 로켓을 쏘는 시대지만, 화석 발굴은 여전히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하는 고된 노동이다. 그러다보니 발굴해야 할 화석은 많고, 인력은 부족하다. 발굴의 자격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로만 한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그래서 아마 이러한 이유로 미국 법원도 에릭의 발굴 기여도를 언급한 게 아닐까싶다). 그럼에도 학자들 또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발굴을 맡긴다면 연구에 대한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그렇다면 과학적.역사적 가치, 고생물학자, 매매자, 수요자 등이 서로 만족할 만한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T.바토르가 매각되자 몽골 정부와 변호사는 공식적으로 미국 정부에 법적 조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몽골 문화부는 레셈에게, T. 바타르를 몽골로 보내고 15만달러를 보상해 주겠다는 중재를 요청한다.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몽골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다. 이 부분은 에릭 사건만큼이나 입맛이 쓰다.

개인적으로 과학 분야에서 지질학과 고생물학을 좋아한다. 그래서 관련한 영화나 책, 다큐멘터리 영상 등은 가능하면 챙겨서 보는 편이다( 이 책에서 필립 커리 박사 이름이 등장해 나름 신기했다는...). 흥미롭게 읽었는데 화석 뿐만 아니라 멸종 위기의 희귀 생물까지 떠올리면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지금은 멸종되어 알 수 없는 생물들을 만날 수 있는 기쁨을 계속 누리고 싶다면 학계, 정부, 신민단체, 관심있는 일반 시민 등 다각도로 함께 궁리해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