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쇼팽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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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폴란드 대통령 레흐 카친스키는 '카틴 숲 학살사건' 추모행사 참석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던 중 비행기 추락사고로 동승했던 영부인과 함께 사망한다.  
 
 
같은 해 10월, 변함없이 개최되는 쇼팽 콩쿠르.
5년 동안, 어쩌면 이 날만을 기다리며 실력을 키워온 열여덟 살 소년 얀 스테판스. 음악가 집안임에도 아직까지 쇼팽 콩쿠르 우승자을 배출하지 못한 비톨트는 외아들인 얀에게 모든 기대와 희망을 쏟아부었다. 오로지 쇼팽 콩쿠르 우승을 위해 키워진 얀. '명예'는 있지만 '영예'가 없는 스테판스 집안에 그 부족함을 채워줄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더구나 지난 4월에 있었던 대통령 서거와 수시로 일어나는 테러 사건으로 폴란드로서는 자국민이 우승을 해야 하는 명분은 더 확고해졌다. 폴란드 국민에게 쇼팽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는 얀의 어깨에 집안의 영예를 넘어 어수선한 시국에 있는 국민의 위안과 기대까지 모두 얹혀있다는 의미다.  
 
오랜 세월 동안 얀의 스승이자 이번 쇼팽 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인 카민스키는 제자에게 이번 대회에 대항마가 될 두 사람에 대해 언급한다. 시력을 잃은 천재 피아니스트 사카키바 류헤이, 대회 최연장자인 미사키 요스케다. 두 사람의 국제대회 이력이 없어 얀은 그들의 실력을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간 종종 보아왔던 일본인 연주자들의 패턴과 같은 연장선일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1차 예선 셋째 날, 사카키바의 순서를 앞두고 시간이 지나도 사회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15분이 지나자 사회자가 나타나 연주가 연기되었음을 알린다. 참가자용 대기실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열 손가락이 전부 두 번째 관절까지 사라진 채로 발견된 피살자는 그동안 있었던 테러 사건을 수사하던 피오트르 형사다. 그를 목격한 자는 시력을 잃은 콩쿠르 참가자 사카키바 류헤이. 범인으로 지목된 자는 국적과 나이, 성별도 모르는 폭탄 전문가, '피아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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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안에서 비톨트에게 있어 피아노는 욕망을 채우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아들의 우승을 위해서라면 부정 행위도 불사하겠다는 비톨트. 수십 년간 음악가로서 살아온 비톨트는 고작 18세 아들보다 음악을 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가 그토록 강조하는 '폴라드적 쇼팽'을 정작 그는 고민해 본 적이 있을까?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가 추리소설임에도 아름답다는 표현이 가능한 것은 음악을 소재로 하고 있음과 더불어 음악을 전공하는 주인공들이 테크닉이 아닌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깨닫고 배우는 과정, 그리고 그 진정성이 인간에 대한 존중을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심에 미사키 요스케가 있다. 
 
이 시리즈가 여타 다른 추리소설과 다른 점은 사건을 해결하는 미사키가 스토리를 끌고 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미사키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그저 소설 사이사이에 등장해서 무심히 하는 행동들이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고, 주인공들에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잠깐씩 나타나는 그의 피아노 연주는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감으로 결정적 영향력을 미친다고 해야하나. 이는 기존에 카리스마 넘치는 탐정들과는 다른 결로 인상적이다. 

나는 쇼팽 때문에 모든 것을 얻었고, 또 쇼팽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다. 미워하려 해도 미워할 수 없고 사랑하려 해도 사랑할 수 없는 상태. 그가 바로 쇼팽이다 - P189

누군가가 살아가는 수단이라는 것은 그 사람만의 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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