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휴식하라 - 회복과 치유를 위한 33일간의 철학 세러피
안광복 지음 / 사계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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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가치를 이루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하는가?'

 

새로운 책이 나올 때 마다 챙겨서 읽는 안광복 선생의 신간이다. 이 책의 목적은 저자의 여는 글에 아주 잘 드러나 있다. 

 

p7

아무리 바빠도 밥 먹고 화장실 갈 시간은 있어야 하는 법, 성찰의 시간도 다르지 않다. 하루 15분, 30분이라도 조용히 물러나 삶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돌아볼 여유를 가지시길 바란다.  

 

하루에 한 챕터씩, 33일간 읽을 수 있게끔 나눠져 있다.

상처, 욕망, 집착, 매너리즘, 용기, 혜안 등 굳이 순서대로가 아니어도 내가 필요로 하는 지혜와 조언을 지성인들을 통해서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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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순간에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 (공자)

공자의 말씀을 빌어 '스물 살다움'과 '50대다움'에 대해 말한다. 종종 SNS나 지인들을 보면 '어른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들을 본다. 어린시절의 순수함과 '꼰대'가 아님을 강조하는 표현일까? 아마 더하여 책임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 않을까한다. 그런데, 사실 모든 사람이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라. 어린 시절이 순수하기만 하지는 않다. 지나간 과거이기에 그렇게 느껴질 뿐이다. 그 시기에도 치열하게 성장의 아픔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나 잘못은 어리기 때문에 용서받을 수 있다. 이를 거쳐 어른이 되는 것인데, 어른이 되기 싫다니...... .

갈수록 어른이 필요한 세상이다. 나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노후에 누군가에게 혜안을 줄 수 있는. 

 

  

 

다 이기지 마라 ㅡ 다원적 평등 (마이클 월저)

다원적 평등이란 어떤 측면에서는 존경받지 못할 사람들도 다른 면에서는 명예롭게 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우리 사회가 이를 받아들이기에는 어린시절부터 각자의 다양한 재능을 인정받은 경험이 필요할 듯 하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의 성적이 절대적인 현 교육제도에서 한 분야에 천재성을 보이면 모를까 입시 주요 과목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나타나는 재능은 묻히기 쉽다. 미술이나 음악에 재능이 있어도, 엘리트 체육 특기자가 아니라면 체육에 관련한 재능도 성적이 우수해야 하며, 다중지능에 나와 있는 항목들은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내면에 숨겨져 있는 재능을 끄집어 내기도, 그 재능에 평등을 부여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현재 한참 자라고 있는 아이들만큼우 이제라도 다양한 평가 방식을 통해 다원적 평등을 꾸준히 보여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러면 다음 세대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좀 달라지지 않을까? 

  

  

 

번아웃 탈출 (아우구스티누스)

'진정 번아웃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의미 찾기'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이 문장에 무척 동감한다.

한 시절 그렇게 살았다. 진학을 하고, 취직을 하고, 샐러리맨이 되어서 수입이 생기면 갖고 싶을 것을 샀다. 왜? 주변 사람이 모두 그렇게 살고 있고, 그렇게 살아야하는 거라고 가르쳐 준 이는 없지만, 그렇게 배웠다. 타고난 성정과 교육이 더해져 성실과 정직을 모토로 집단생활을 했기에 나름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근래 시중에 직장 생활이나 번아웃에 관련한 서적들이 쏟아지듯 출간되는 걸 보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지 않을까싶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삶의 방식을 누구도 표면적으로는 강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저 부모에게서, 선생에게서, 주변인들에게서 학습되어져 의미 부여 없이 달린다는 거다. 달릴 때 달리더라도 자신이 왜 달리는지 알고 달리면, 그 달리기에 가치를 부여하면, 조금이나마 힘이 덜 부칠듯 싶다.

  

  

 

노예는 반복할 뿐이지만 자유인은 성찰한다 (아리스토텔테스)

오랜 전 광고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카피가 있었다. 그런데 책에서는 더 보태자면 "열심히 일했으나 성과가 없더라도 쉬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것만'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쉴 틈이 없다고 불평한다. '나'는 일상의 노예인가, 아닌가!

스스로 냉정하게 판단해 볼 일이다. 

 

  

 

최고의 스펙은 도덕성 (디오게네스)

얼마 전 의도치 않게 EBS 다큐에서 도덕성에 관한 실험을 한 프로그램을 동영상으로 시청했다. 이 얄궂은 도덕성은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 나라고 얼마나 다를까싶다. 정도의 차이일 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성공을 향해서는 도덕성 쯤은 그저 철학책에 나오는 구시대적 유물같은 단어에 불과하다. 저자의 '욕심이 없는 자가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면서도 마냥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 고개를 숙인다. 

  

 

 

성장을 끌어내는 '관심의 눈' (제러미 벤담)

신독愼獨 : 아무도 안보는 곳에서도 도리에 더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 마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신독의 태도를 갖추는 과정이다(p139)'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로운 행동과 사고를 취하는 것이 요즘 추세다. 하지만 아무리 높은 자존감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남의 시선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시선으로 타인을 보고, 타인의 어떤 시선을 의식하며 살고 있을까? 비난과 경쟁에 사로잡힌 시선이 아니라, 서로서로가 각자의 보이지 않는 인내와 노력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준다면, 그리고 내가 나를 자주 들여다 본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살만해지리라 생각한다.  

 

 

 

혐오하지 말고 분노하라 (마사 누스바움)  

누스바움은 분노와 혐오를 나눈다. 분노는 세상을 발전시키지만 혐오는 사회를 타락시킬 뿐이다. 왜 그럴까? 분노는 정당하지 못한 처사에 대해 상대와 맞서게 한다. 반면, 혐오는 상대를 피하고 외면하게 만든다. 분노는 눈을 치켜뜨고 상대와 싸우는 가운데 진실을 밝히게 하지만, 혐오는 상대를 멀리한 채 편견만 키워 나간다. 

p149

 

혐오에 대한 질문을 소수집단 혹은 사회적 약자에게 던지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혐오'의 주체가 아니다. 그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몰아간 집단과 그 사회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왜, '그들'을 혐오하느냐고. 

 

 

 

유혹하지 말고 설득하라 (귀스타브 르봉) 

 

"대중을 유혹하려 하지 말고 꾸준하게 설득하여라. 옳은 신념을 가꾸고 내려놓지 마라."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공천에서 떨어진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어떤 후보는 당선이 되면 복당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떠벌린다. 이들의 정치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재선을 노리는 후보들 중에도 장기적인 플랜이 있는 사람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당선이 급급해 옳든 그르든 다수가 원하는 공약을 천편일률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들 뿐이랴. 하루를 초시대로 사는 현대인들은 당장에 성과가 보여야 하고, 대기만성형은 무능력자임을 돌려 말할 뿐이다. 이런 세상에서 옳은 신념을 설득하는 것도, 지켜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득하라. 세상은 더 빨라지지만 그 빠른 세상을 기억하며 사는 인간의 수명은 더 길어질테니.  

 

 

 

보고 싶은 것 말고 보아야 할 것을 보라 (아마르티아 센)

깊게 뿌리 내린 민주주의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나라가 광복과 경제적 자립을 스스로 하지 못한 반면 민주화 만큼은 시민의 힘으로 이뤄냈기에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이를 잘 지키기 위해서는 누구도, 무엇도 절대적으로 옳은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렇기 때문에 때문에 드러나는 문제점을 수용하고 공감하며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입된 욕망에서 탈출하라 (발터 베냐민)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늘 새롭고 화려한 상품에 둘려싸여 있다. 광고에 등장하는 상품만 사면 광고 속 주인공처럼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을 꿈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이 꿈을 실현하기도, 어떤 이는 꾸는 것 조차도 어려운 세상이다. 세계가 하나의 금융으로 묶여 있는 현재에 자본주의의 출구는 어디일까? 저자는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묻는다. 

 

새로운 대안은 자본주의가 심어 준 욕망에서 벗어나 '다르게 생각하는 용기'를 품을 수 있을 때 열리기 마련이다. 우리는 과연 쇼윈도가 가리키는 세상과 다른 세계를 꿈꿀 수 있을까? 

p104

 

어려운 듯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틀어보면 크게 어렵지 않다. '성공=부자'라는 공식의 틀만 깨면 된다. 인간이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이상,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부자의 기준이 매일 달라질테니까. 나는 어디에 가치를 두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 그 가치로 인해 매일의 삶이 만족스러운가? 그렇지 않다면 그 가치를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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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철학을 이토록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쓰는 분이 얼마나 될까싶다. 저자는 '철학은 어렵다는 편견'을 늘 깨뜨린다. 철학에 관련한 책을, 누구나 차 한 잔 하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철학 에세이요, 명상집같은 느낌도 함께 든다.  

요즘에는 '하루 견과류', '하루 비타민'처럼 영양 식품을 하루 분량치로 소포장해서 판매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하루에 서너쪽씩 읽는 '하루 철학'. 마음 영양제 한 봉씩 먹는다는 생각으로 읽어보면 어떨까. 그날만큼은 넉넉하고 든든한 하루가 될테다. 

 

 

 

참을 수 없는 세계란 어쩌면 새로움에 대한 강박적 추구에도 불고하고 '영원히 지속되는 일상적 진부함' 속에서 살아가게 하는, 그런 세계가 아닐까. 이런 세상은 사유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반복되는 삶의 패턴들 속에서 진지한 생각거리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싶다면 지금처럼 아무것도 생각할 것 없는 상태 자체에 대해 따져 뭉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 그 다른 세계를 상사하고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믿는데서부터 출구가 열리기 때문이다.

발터 베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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