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삼국지연의보다 재미있는 정사 삼국지 1~2 세트 - 전2권 - 20만 유튜브 독자들을 소환한 독보적 역사채널 써에이스쇼의 삼국지 정사 삼국지
써에이스 지음 / 원너스미디어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무협지라고 여긴 <삼국지연의>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고, 진수의 <정사 삼국지>는 두 해 전쯤 읽다가 중간에 멈춤 상태로 잊혀졌다. 워낙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어지간하면 알만한 적벽대전 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작은 전투들도 많아서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지지 않아 차일피일 미뤄둔 상태로 숙제처럼 저 깊은 어딘가에 남아있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유튜브를 보지 않는 나로서는 생소한 작가인데, 꽤 유명한 분인 듯.
일단 재밌는 삽화가 눈에 들어오는데, 사망자는 눈을 X처리, 죽지 않고 잡히면 포승줄 등 웬만한 눈치면 짐작할 수 있는 센스있는 삽화가 일단 한 몫한다. 글은 최소한으로 해 구구절절한 내용들을 줄이고, 인물의 설명은 각주를 달았다. 무엇보다 위.촉.오를 중심으로 국가가 아닌 시대순으로 진행을 해 역사지도를 그리기에 수월하다. 그래서 100년여의 방대한 내용이 단 두 권에 들어가 있다.  
 
한나라 영제 재위, 184년 홍건적의 난이 일어나고 토벌대에 황보숭, 노식, 동탁, 조조, 손견, 유비 등이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1세대에 속하는 동탁, 유비, 조조, 여포, 원소, 손견 등, 2세대에 손권, 제갈량 등, 3세대의 조조의 아들들(조비 외), 사마의, 육손 등, 4세대에 유선, 제갈각, 사마의의 아들들(사마소 외), 손권의 아들들 등이 있다. 그 시대에 칠순을 넘겨 살았던 영웅도 있었고 허무하게 요절한 이들도 있어서 인물들이 활동했던 시대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 사실 세대를 구분하는 건 게 의미는 없다. 그러나 100년의 역사니만큼 살아온 순서를 일렬로 정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하다. 
 
복잡한 역사적 사건을 정리하는 건 무리가 있고, 인물에 대한 느꼈던 바를 조금 짚어본다.
 
삼국시대 초반에 등장하는 동탁과 여포. 거친 성정의 동탁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제일 비호감인 여포. 아무리 난세라지만 그렇게 출중한 실력을 지녔음에도 의리 없어, 몰염치해, 간사해,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박쥐의 전형(박쥐 미안). 그러고 보면 본인은 살겠다고 한 짓이 결국 딱 죽기 좋은 짓만 한 셈이다.
동탁과 여포가 죽은 후 본격적인 삼국시대, 천하삼분지계가 시작된다. 
 
읽으면서 가장 고개를 갸우뚱했던 인물은 유비.
전투에서 선봉을 서지도 않고, 딱히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지도 않고, 본인의 무예가 출중하지도 않고, 심지어 용감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눈에 띄는 전시적 행정을 하는 것도 아닌데, 주변에 사람이 많다. 도망은 어찌나 잘 다니는지(적벽대전 중에도 이길 생각보다 일단 도망갈 준비를 먼저 할 정도로) 다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어디로 도망가든 일단 이 사람을 다 받아준다. 뭐지?
그런데 읽을수록 사람 됨됨이가 조조, 손권과는 다름을 알 수 있다.
조조를 피해 달아나야하는 유비는 10만 명에 달하는 백성과 함께 떠난다.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어 부하들이 백성을 버리라고 하지만 유비는 차마 그러지 못한다. 결과적으로는 처자식까지 버리고 도망갈 수밖에 없었지만 당시 다른 권력자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동맹과 배신을 반복하는 경쟁자들의 관계에서도 가능한 신의를 지켰고 항복한 적장에게 재산을 돌려준다. 오나라의 주유는 유비를 가리켜, '용맹하여 영웅다운 자태를 갖고 있으며, 몸을 굽혀 다른 사람의 아래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평했다. 용맹은 모르겠지만, 주유의 말대로 신하와 논의는 했어도 휘둘리지 않았던 건 분명하다. 단정하고 검소한 제갈량이 유비를 선택한 것만으로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만 했다.
한나라의 유방이 개인적인 능력에서는 항우를 당해낼 수 없었지만, 인재를 두루 등용해 승자가 된 사실을 떠올려보면, 유비 또한 주변의 사람 덕에 초한의 황제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게 아닌가싶다.  참고로 유비가 제갈량을 얼마나 무한 신뢰했는지는 그의 유언을 통해 알 수 있다. 
 
"선생의 재능은 조비의 열 배에 달하니 필시 나라를 태평하게 안정시키고 대업을 이루기에 충분합니다. 만약 내 아들이 보좌할 만하면 보좌하시고, 그 아이가 재능이 없다면, 그대가 스스로 취하도록 하시오."
"착한 일을 작다고 아니하면 안되고 악한 일은 작다고 하면 안된다. 제갈량을 어버이처럼 섬기며 그와 함께 일을 처리하라."
제갈량에 대한 신뢰 뿐만 아니라 유비의 성정을 짐작케 한다.
 
삼국을 통일한 사마염보다 시대의 진정한 영웅은 조조가 아닐까. 위나라의 기틀을 닦았고, 세상과 돌아가는 판세를 읽을 줄 알았던 사람. 조조에 대해서 <위서>와 <조만전>의 평가는 전혀 다른데, 두 문헌을 모두 읽어보면, 검소하고 남에게 잘 속지 않으며 원칙을 준수하고 전투에 임할 때와 대치할 때의 자세가 달랐다. 다만 경박한 면이 없지 않아 자신보다 잘난 신하 꼴을 보지 못해 가혹한 면도 있었던 듯 하다. 조조가 후대에 크게 좋은 인물상으로 남지 않은 이유는 아마 엄청난 결과에 비해 호걸다운 면모는 갖추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의 유언을 읽으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된다.
"천하가 아직 안정되지 못했으니 장례가 끝나면 모두 상복을 벗고 군을 이끄는 장수들은 주둔지를 떠나지 말라. 내 시신에는 평상복을 입히고 무덤에는 금은보화를 묻지 말라."  
 
사실 처음에 호감을 가졌던 사람은 손권이었다. 진수는 그를 '몸을 굽혀 치욕을 참으면서 재능 있는 자를 임용하고 지혜로운 자를 존중했고 비범한 재능이 있었으니 영웅 중에서 걸출한 인물이었다'고 평했다. 권력을 손에 쥐면 어쩔 수 없는건가. 귀는 가벼워지고, 사람 보는 눈은 어두워지며, 권력 후반에는 공포 정치까지. 가진 게 많아지니 지킬 게 많아진 때문이려나. 외형상에 불과했다하더라도 초나라와는 비교적 동맹관계를 잘 유지했었고, 상황이나 사람을 객관적으로 판단했던,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젊은 시절의 그가, 책장을 넘기면서 점점 그리워졌다. 
 
사마의는 권력 1인자가 되어 그 당당했던 조씨 가문을 끌어내리고 그의 후손ㅡ사마염ㅡ이 황제에 등극해 진니라를 세워 삼국시대를 마감한 터를 닦은 장본인이다. 우리나라의 연개소문을 떠올리면 좀 이해가 수월하려나. 성정은 조금 다르지만 권력을 취하고 실행하는 과정까지는 닮아 있다. 
 
씁쓸한 황제 촉한의 유선. 유비의 아들로서 성정이 너그러운 건 아버지와 닮은 듯 하나 결단력이나 주관이 뚜렷한 건 닮지 못했나보다. 적어도 이 책에서는 유선에게 인상적인 모습은 보지 못했다. 위, 오나라가 권력다툼에 조용할 날이 없었다면 유선은 내부적으로 혼란스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오래도록 황제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까? 물론 제갈량을 비롯한 유비를 따르던 신하들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촉에 항복하고 신변의 위험을 감안해도, 한때 황제였던 자의 가벼움이라니...... . 
 
그외에도 육손, 제갈각, 강유 등 수많은 걸출한 인물들이 있지만 그 이야기를 다 풀어놓자면 책을 그대로 옮겨와야 할 지경이다.  
  
 
재미있는 사실.
외모도 출중했다는 제갈량의 부인은 박색이었다고. 그러나 재주와 지혜가 뛰어났으며 생활에 필요한 기구를 발명해서 썼다고 한다. 제갈량은 234년 북벌을 감행했을 때 운송수단인 수레 '유마'를 발명했다는데, 그야말로 부창부수. 
 
궁금한 사실.
유비가 죽고 유선도 크게 북벌의 욕망이 크지 않았다고 느꼈는데, 제갈량은 왜 끊임없이 북벌을 시도했을까? 실패는 크고 성공은 미약했음에도 포기하지 않은 북벌. 같은 꿈을 꾸었던 주군은 죽고 없는데, 젊은 주군은 그 그릇이 되지 못함을 제갈량이 모르지 않았을텐데, 왜였을까? 대업을 이루라는 주군의 말을 이뤄주고 싶었던 거였을까? 
  
 
<정사 삼국지>를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워밍업으로서는 최고가 아닐까싶다. 진수의 완역본을 다시 펼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옆에 이 두 권을 놓고 참고해가며 읽으면 훨씬 이해가 수월할 것으로 예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