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발 이후 10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살아남은 인류는 '귀환의 날'까지 규칙을 만들어 질서를 유지하고 법을 수립해 공동 생활을 이뤄낸다. 파수, 육체노동, 조명 및 전력, 농업, 가축, 상업, 제조, 성소(교육), 병원 등 7개 사업 부문으로 구성된 업무를 분담한다. 그들은 '귀환의 날'이 오면 군대가 그들을 찾아내리라 희망하지만, 파수꾼들의 '긴 여정'을 통해 아마 군대는 없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주민들은 바이럴의 공격을 피해 콜로니 밖으로 나가지 않지만 전기를 공급받는 발전소에 가기 위해 정기적으로 게이트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그날도 다를바 없이 물자 수송을 위해 발전소로 향하는 테오, 피터, 알리시아, 아를로. 언제 어디서 바이럴이 나타날지 알 수 없어 경계를 늦출 수 없다. 그런데 도착한 발전소에는 아무도 없다. 무슨 일일까? 이 상황에 알리시아는 피터에게 숨겨진 총들을 보여준다. 총이라니! 그 사이 몰려드는 바이럴 들. 괴물들과의 전투로 사면초가에 몰린 원정대는 뿔뿔이 흩어지고 피터는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때 나타난 한 소녀. 열다섯 살 쯤 됐을까? 그녀는 엎드려 있는 피터의 몸 위에 자신의 몸을 덮고 숨을 죽이며 바이럴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리고 소녀와 영혼의 대화를 하는 피터. 그는 이 상황이 당황스럽다.
116(2).
피터는 또다시 이 대화가 기묘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 마치 머릿속에서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피터가 아이에게 소리내어 대답을 하고 있는 모습을 누구라도 본다면 분명 피터가 돌아버렸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형 테오를 잃고 가까스로 돌아온 콜로니는 이 소녀의 등장으로 갈등이 시작되고, 심지어 사건 사고가 연이어 터진다. 에이미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누군가와 대화하고, 콜로니 주민들은 소녀가 불행을 몰고왔다고 생각한다. 소녀를 지키려는 자와 죽이려는 자. 이제 피터와 친구들ㅡ알리시아, 마이클, 사라, 케일럽, 홀리스, 모사미ㅡ는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지도가 가리키는 콜로라도를 향해 떠난다. 소녀, 에이미와 함께.
74(2).
공포가 사람들ㅡ그가 잘 아는,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살림을 꾸리고, 성소의 아이들을 찾아가던 사람들ㅡ을 성난 군중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불과 어제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다.
책의 내지가 쑥쑥 넘어갈 정도로 무척 재미있지만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었다.
먼저 사라가 기록하는 일기. 그들의 여정을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다는 피터의 제안에 사라가 그 역할을 맡는다. 사라가 남긴 기록에 '발췌', '해독 불가'라는 단어가 쓰여진 것을 보면 이 일기는 세월이 지나서 누군가에 의해 발견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일기가 보여지는 방식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언어와 기록의 중요성을 작가가 언급한 것 같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