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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로 사는 법 - 여행홀릭 심리학자가 쓴 아주 특별한 여행 심리 안내서
제이미 커츠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행복한 여행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기 자신이다. (p42)
'여행'이라는 단어는 우리를 설레게 한다. 지난 여행에서 시달린 고생은 그새 까맣게 잊어버리고 시간과 경제적 여력인 닿는다면 여행 계획을 짜기 바쁘다. 그런데 여행은 가기 전에도, 다녀온 후에도 걱정인 경우가 종종 있다. 장기 여행일 경우 떠나기 전 업무는 마무리해야 하고, 복귀한 후에도 쌓인 일과 여행 뒤처리(빨래 혹은 짐정리)도 보통 일이 아니다. 여행 중에는 예상보다 경비가 많이 든다거나 감안하지 못했던 변덕스런 날씨 혹은 현지 사정 등 당혹스러인 일이 벌어지면 차라리 집에 있고 말지 하는 경험이 한번쯤은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미처 생각지 못했던 여행에 심리적 준비와 개인의 여행 성향과 몰입에 대해서 구체적인 제시와 팁을 전한다.
여행의 성향에 대한 글을 읽고, 체크 리스트를 작성해 봤는데 나 혼자 빵 터져 버린 것이, 나 스스로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역시 나는 여행 체질은 아니라는 거다. 모험심도 바닥이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도, 사람과 친숙해 지는 데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여행도 무리지어 다니는 건 지양하고 함께 가야하는 상황이라면 서넛을 넘기면 다음을 기약하는 부류다.
답사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다 보니 사실 발길 닿는대로 여행인 경우는 많지 않다. 미리 알아보지 않고 가는 경우는 음식점. 음식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아무거나, 거기다 쇼핑과는 천적이라 어디를 가도 뭘 사본 기억이 거의 없다.
책에서는 여행지에서의 효과적인 지출법이 나오는데, 패키지 상품이나 쇼핑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자라면 도움이 되겠다.
131.
여행을 준비할 때는 가져갈 옷과 돈을 모두 늘어놓아 보세요. 그런 다음 옷은 절반만 가져가고, 돈은 두 배로 챙기면 됩니다. / 수잔 헬러
또 저자는 여행의 불확실성이 주는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불확실성하다는 것은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지 불안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것을 기대감으로 바꾸어보면 어떨까. 어차피 불안해도, 기대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기대감이 나을 터.
이외에도 몇 가지 공감했던 것은 '음미'에 대한 부분. 속도를 늦추고, 집중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넓게 확장시키며 곰곰이 생각한다. 산을 오르다 보면 누가누가 정상에 먼저 가나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바쁘게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바람 소리를 듣기보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시간을 멈추어 보기를, 소리에 깊게 귀기울여 보기를, 머리와 마음을 비워보기를.
그리고 사진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거. 과도한 SNS 활동이 음미할 수 있는 순간을 앗아가 버리는 건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작가는 여행이 주는 변화에 대해 말한다. 낯설어진 일상이나 평범해진 삶의 소중함, 작은 안락함과 여유로와지는 마음, 성숙해진 자아 등 조금은 힘겨웠던 혹은 장기적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이다.
나 역시 힘든 겨울 산행이나 (몸이든 마음이든)불편했던 여행 후 돌아올 곳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또한 그 과정을 통해서 타인을 이해하고 조금은 성숙해진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어떤 이는 일상을 여행처럼 산다지만, 나는 여행은 그저 여행일 뿐이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여러 의미에서 용기를 내야하는 나로서는 매일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선뜻 여행은 하고 싶지만 발을 떼기가 어렵게 여겨지는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행복한 여행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기 자신이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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