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클리벤의 금화 1
신서로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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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소설에 꽂힌 건 '정통 판타지 문학'의 부활이라는 문구 때문이다. 이영도 작가 이후 얼마만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다. 530쪽 책을 한번에 읽었을 만큼. 
 
 
절대지존 용, 그것도 야생용 빌러디저드에게 납치당한 열일곱 살 울리케.  피어클리벤 영주의 여덟 번째 딸인 그녀는 용의 한 끼 식사가 될 위기에 처하지만 당찬 교섭으로 목숨을 건졌을 뿐만 아니라 가문의 영지의 수호 협력까지 이뤄낸다. 이를 계기로 울리케는 고블린 족, 시그리드 모험단, 유랑민족 류그라, 크누드를 만나면서 예상치 못했던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고, 심상치 않은 세상의 소용돌이 안으로 발을 딛게 된다. 
 
소설은 재미에 그치지 않는다.
고블린 족의 아우케트를 통해 물리적 폭력만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강요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간과되어지는 수단 역시 폭력이라고 말한다. 
 
150.
"나는 확실히 나의 형제들보다 '대화'를 중시한다. 하지만 그 대화를 폭력으로 강요한다면, 과연 내가 대화를 중시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생각하는 이득과 합리를 타인에게 불합리를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 아닌가? 그것이 결과적으로 아무리 모두에게 이롭다고 해도 말이다." (아우케트-고블린) 

 
 
그리고 현재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노동 착취와 가난으로 인한 인신매매, 고용주에 의해 삶의 결정권이 좌지우지 되는 사람들은 구속되어져 있지 않더라도 노예와 다를 바 없다고 일갈한다. 
 
237.
"단순한 신체의 구속이 노예라면 죄수들도 노예입니다. 얽힌 의무와 터전의 문제라면 가난한 영민들도 결국 노예입니다. 도시에는 하루 15시간을 일하고 낮은 임금을 받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노예가 아닙니까? 도시의 유소년 매매상들은 인력시장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그들로부터 팔려나가는 아이들의 생은 고용주에 의해 하늘과 땅처럼 갈라지지요. 노예의 여부는 그렇게 쉽게 판단되지 않습니다." (시그리드-마법사) 

 
 
또한 윤리의식 없는 권력과 돈의 잔인함, 더하여 욕망을 채우기 위한 거짓과 이간질, 그리고 인종 청소, 유랑민족 류그라를 통해 볼 수 있는 디아스포라의 땅에 대한 절실함까지 읽을 수 있다. 
 
513.
"저는 검과 돈이 근본적으로 같은 기원으로부터 주물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둘 모두 각자 다른 두 상대가 서로의 이익을 논할 때 사용하는 도구니까요. 검보다 잔혹한 돈이 있는가 하면,  돈보다 더러운 검도 있습니다. 둘 모두 그것을 다루는 데 있어서 그 사용자에게 충분한 기술과 더불어 어떤 도리를 요구합니다. 선과 정의에 관한 고찰이 비단 기사의 전유물은 아니지요." (쿠누드-아우셀바프의 치안판관) 
 

 
소설은 8권으로 완간 예정으로 알고 있다. 이제 고작 1권이다. 본격적인 사건은 시작도 안했다. 그럼에도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고 재밌기까지 하다. 이것을 잘 엮어내고 풀어놓는 것은 작가의 역량이고 완간까지 힘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너무 달리기만 해도 숨차겠지만. 
 
한 때, <해리 포터 시리즈>를 눈 빠지게 읽었다. 이후 뒤늦게(?) '반지 원정대'를, 이영도 작가의 작품을 읽어대면서 "해리 포터는 아무 것도 아니였어!"를 중얼댔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완간 될 때까지 출간을 기다리는 시리즈가 될 듯 하다.

 

 

너를 먹겠다

"나는 확실히 나의 형제들보다 ‘대화‘를 중시한다. 하지만 그 대화를 폭력으로 강요한다면, 과연 내가 대화를 중시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생각하는 이득과 합리를 타인에게 불합리를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 아닌가? 그것이 결과적으로 아무리 모두에게 이롭다고 해도 말이다." (아우케트-고블린) - P150

"단순한 신체의 구속이 노예라면 죄수들도 노예입니다. 얽힌 의무와 터전의 문제라면 가난한 영민들도 결국 노예입니다. 도시에는 하루 15시간을 일하고 낮은 임금을 받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노예가 아닙니까? 도시의 유소년 매매상들은 인력시장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그들로부터 팔려나가는 아이들의 생은 고용주에 의해 하늘과 땅처럼 갈라지지요. 노예의 여부는 그렇게 쉽게 판단되지 않습니다." (시그리드-마법사) - P237

513.
"저는 검과 돈이 근본적으로 같은 기원으로부터 주물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둘 모두 각자 다른 두 상대가 서로의 이익을 논할 때 사용하는 도구니까요. 검보다 잔혹한 돈이 있는가 하면, 돈보다 더러운 검도 있습니다. 둘 모두 그것을 다루는 데 있어서 그 사용자에게 충분한 기술과 더불어 어떤 도리를 요구합니다. 선과 정의에 관한 고찰이 비단 기사의 전유물은 아니지요." (쿠누드-아우셀바프의 치안판관) - P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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