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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의 정의로운 사전 - 정의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박일환 지음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모든 이에게 자유를 완벽하게 누릴 수 있도록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의 첫째 원칙이고, 가장 빈곤한 사람들의 복지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의 둘째 원칙이다. (존 롤스)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어린시절부터 평생동안 배우고 생각해야 논제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에서는 여건상 나누지 못하는 부분들이다. 선생은 교육 일정에 맞춰 진도 나가기에도 빠듯하고, 학생은 수행과 지필고사, 학생부를 채울 과외할동으로 1년내내 시험기간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니 깊이있는 대화와 토론의 부재에 대해서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싶다.
아이들에게 자유가 무엇인지, 평등이 무엇인지, 정의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딱! 교과서에 나온 그대로 대답한다. 그나마도 시험 공부한 것이 머릿속에 남아있을 경우다. 진보와 보수, 시민, 노동자 등에 대해서는 우리가 그런 걸 왜 알아야하냐는 표정이다. 거기다 환경, 윤리, 난민까지 이야기하면 식상하다고, 다 안다고,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이 많다. 물론 동물권이나 페미니즘 같은 각자 관심있는 분야가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체로 정치와 경제, 사회 문제에 있어서는 신경쓸 여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렵지 않게 쓴 사회일반 책을 만났다.
오래 전부터 인류의 중심에서 고민하는 윤리와 도덕, 정의, 자유, 평등, 인권부터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사회적 이슈인 환경과 생태, 국가와 시민, 전쟁, 진보와 보수, 경쟁과 협력, 노동 등 그리고 근래에 빼놓을 수 없는 소수자, 페미니즘, 차별과 혐오, 동물권까지 30개 키워드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함께 고민해야할 부분들을 던져주고 있다.
아주 깊이있는 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열네 살) 중학생 친구들과 읽고 토론하기에는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10월에 중딩 친구들과 함께 할 책으로 결정했다. 중학생 뿐만 아니라 사회일반 문헌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가 읽어도 좋을 책이다.
요즘에는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서가 꽤 많이 출간되고 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경우에는 청소년을 위한 다이제스트 형태로 출간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탐탁지 않다. 이왕이면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저자가 직접 쓴 책이 출간되기를 바란다.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기다려진다.
[책 속 문장]
24.
무엇을 어떻게 평등하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치된 답을 찾기가 어려워요. 정해진 공식이나 정답이 없기 때문인데, 그럴수록 공통분모를 찾아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요.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할 때가 많다는 걸 인정하고, 꾸준히 지평을 넓혀가야 해요.
71.
"복종을 위한 복종을 가르치는 건 가치가 없으며, 누구나 안전과 청결, 예절에 대한 고려와 충돌하지 않는다면 그가 선택한 방식으로 개인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건전한 가르침"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연방법원)
79.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루돌프 폰 예링)
131.
차별이 나쁜 건 절대로 자신보다 우위에 있거나 힘이 있는 사람에게는 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별의 칼날은 항상 자신보다 약자이거나 소수자에 속한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