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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바위 게임 - 불평등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재생산되는가
마이클 슈왈비 지음, 노정태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야바위 게임>
부제 : 불평등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재생산되는가.
- 마이클 슈월비
26-27.
'심한 불평등의 기준은 무엇인가' (...) 누군가가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 이상을 누리고 있을 때 다른 이들은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 언제라도 불평등의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은 어떠한 이들이 삶을 즐기고 인간으로서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반면, 그저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다른 이들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함의한다. 나는 적절한 생활수준, 개인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기본적인 인권의 일부로 여긴다. 불평등으로 인해 이러한 권리가 부정된다면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불평등의 관점을 사람들이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이 통제하고 있는 자원의 종류와 그 힘에 따라 그렇게 가진 자원을 누구를 위해 사용하는지, 누구 때문에 갖게 되었는지, 누구와 함께 나누는지를 살펴야한다고 말한다.
1장. 불평등의 뿌리
불평등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결과이다.
불평등의 역사는 한참을 거슬러 농업혁명까지 올라간다. 잉여 생산물이 생기면서 시작된 불평등은 '착취'를 근본으로 한다. 이후 '계급'이 생기면서 불평등은 심화되고 인종과 젠더라는 사회적 구성물을 만들어 위계 사회를 만들었다.
p75
'인종'은 정치적 개념이다. 인종이라는 정치적 개념은 불평등을 만들어 내고 강화하기 위해 발명된 신화라고 보는 것이 최선이다.(...) 인종을 구분하는 행위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인종화racializing''라는 용어가 보다 적절할 것이다. 인종화라는 용어는 우리로 하여금 인종이라는 것이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이들을 규정짓고 대접하는 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p78-80
'남자'와 '여자'라는 범주는 인간이 언어를 통해 만들어 낸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완전히 다른 집단이라는 생각은 더더욱 분명한 창작물이다.(...) 만약 사람들을 남성과 여성 혹은 여자와 남자로 분류할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았다면, 또는 이러한 범주가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 적어도 우리가 아는 식으 젠더 구분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종과 젠더를 신체적(생물학적)으로 구분 짓지만, 이러한 분류의 기준은 누가 만들어낸 것인가. 지배세력이 생물학적 근거로 서열을 매기며 고착화시켰다는 점은 역사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2장. 야바위 게임
사회적 제도는 가시적인 논리 혹은 게임의 규칙에 따라서 움직이지만, 그 법칙은 중립적이지 않고 다양한 집단의 이해 관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그러한 규칙들이 중첩되는 가운데 사람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불평등이 빚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p94
규칙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도록 만들지 않는다. 즉 규칙이란 다른 이들과 갈등을 빚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관념의 집합체다.
우리는 규칙이 만들어지고 적용되는 조건에 의해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공정함이 모든 이에게 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현혹되어서도 안된다. 규칙이 정당한 이유 없이 특정한 이들에게만 더 유리한 결과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구체적 사례들이 미국내 제도를 바탕으로 두고 있어 우리나라 실정과는 다소 차이(용어, 법 등)가 있으나 전체적인 맥락에 있어서 큰 괴리는 없다.)
3장. 아홉 식구가 사는 골짜기 (이야기)
하나의 시대를 넘어서 실제 세계에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자.
'아홉 식구가 사는 골짜기' 이야기에는 Heng부족, Haah부족, Ji부족이 등장한다. 공평하게 나누며 살던 세부족의 골짜기에 약탈자가 침략한다. 세 부족이 숨겨놓은 금을 빼앗기 위해 약탈자 왕은 Heng부족의 젊은이를 잡아 협박한다.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구하려면 금을 숨겨놓은 곳을 말하라고. 가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금의 위치를 털어놓는 젊은이. 그는 자신의 부족의 몫인 금을 다른 곳에 숨겨놓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차등 없이 공평하게 가진 것을 나누며 살던 골짜기에는 변화가 생긴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진실을 더 일찍 털어놓지 않았던 젊은이의 죄? 진실을 믿지 않은 혹은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외면했던 후손들의 뻔뻔함? 거기에 Heng부족이 차별이 생긴 원인이 다른 두 부족의 무능려과 게으름이라고 비난하는 적반하장? 아니면 처음부터 정의롭지 못했던 젊은이의 이기적인 행동?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면밀히 생각해 볼 일이다.
4장. 상상력에 족쇄를
사람들은 선택을 하지만, 그들 스스로의 뜻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그 결과를 온전히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
상상력을 억누르는 것은 불평등을 고착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사람들이 조작된 게임에 순응하도록 하는데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불평등의 재생산에 대해 익숙해져있을 뿐만 아니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이는 이러한 구조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득을 보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함을 의미한다.
'공정한 게임'이라는 틀에 갇혀 실제로 기초부터 공정했는지에 대한 여부를 의심하지 않는다. 더구나 게임에서 진 사람에 대해서는 그 원인이 자신 스스로 조차도 개인의 무능력으로 몰아간다.
p192-193
지배적인 집단의 관점을 차용하여 그들 자신을 열등한 타자로 간주할 때, 사람들은 일종의 내재화된 억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성취 이데올로기가 조작된 게임과 결합하면, 사람들은 패배했을 때 자신을 탓하게 되고 무력감과 자격지심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이들은 일종의 내재화된 억압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정규교육 과정과 일상에서 접하는 정보 속에서는 대안을 다루지 않음으로써,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안에 대해 알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이 그 방법 중 하나다.
사람들은 그동안 좋은 지도자를 뽑는 것을 중요한 일로 여겨왔다. 그렇다면 지도자가 없는 세상은 어떨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도자는 어떤 형태로 존재할까?
p205
새장 밖의 세상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탈출은 무의미하다는 현실 정의를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탈출의 첫걸음이다.
p210
저임금을 설명하기 위해 '시장'을 들먹일 때,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상대적 권력 차이는 은폐된다. 더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자본가들은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게임의 규칙을 설정할 수 있으며 착취의 상한선과 하한선 역시 제시할 수 있다.
결국 현 시대의 권력은 미디어와 인터넷 등(국민의 상상력을 원하는대로 차단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자원을 얼마나 소유하냐에 따라서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5장-6장. 행동을 규제하라.
지속적으로 불평등을 생산해내는 조작된 게임은 사람들을 불행하고 분노하게 만들고, 그들은 대체로 저항하며 조작된 게임을 교란할 방색을 모색한다.
책임의 그물과 지는 쪽에 걸도록 만드는 속임수가 없다면, 야바위 게임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없다.
피억압자들에게 외부에 구성된 책임의 그물까지 끌여들여 도덕적 책임감으로 억압한다.
p307
지배적인 집단의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이미 만들어진 약탈적 사회구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라고 책임 의식을 고취시키는 일이 벌어진다.(...) 다른 집단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신이 속한 집단에 이득을 주는 기존의 사회구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 그들의 정체성의 근본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7장. 라니아 O와의 인터뷰
2084년에 98세가 된 라니아를 학생들이 인터뷰한다는 가상의 내용. 2000년 이후에 발생한 사건들을 조모조목 짚어가며 끊임없이 이어진 불평등의 재생산에 대해 말한다. 라니아의 인터뷰가 독자에 따라 비관적으로 혹은 낙관적이라 볼 수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변화하는 환경을 두려워하면 우리는 불평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8장. 불평등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완벽함이 아니라, 현재 불평등을 공고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이해하는 순간 훨씬 더 실현 가능해질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해야할까? 타자를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 모순을 향해 '왜?'라는 질문을 던질 것,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가치들이 공정하고 평등하게 추구되어 지는지 고민할 것, 연대를 통해 스스로와 사회, 문화를 바꿀 것.
이 책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타의에 의해 불평등의 굴레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를 새삼 짚어볼 수 있었다. 요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성적 이상으로강조하는 것이 창의력(상상력)이다. 이는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덕목은 아닌 듯 하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공감과 연대를 이뤄야할 사람들은 정작 어른들이다.
모든 신비로운 부의 이면에는 망각되어버린 범죄가 있다.
/ '고리오 영감'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