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 가장 나답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 개정신판
파커 J. 파머 지음, 홍윤주 옮김 / 한문화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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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아와 소명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의 부제처럼 '가장 나답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사실 나는 장담할 수 없다. 그간 살아 온 길들이 과연 진정한 '나'를 정의해 줄 수 있는지, 그 모습이 타고난 본성이였는지, 아니면 만들어진 모습이였는지.

물론 그 안에는 나 자신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던 타고난 면도 있겠지만 분명한 건 학교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가정 내 분위기로 인해 틀 안에 나를 맞춰 넣은 모습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스스로도 파악이 안되는 '나답게' 혹은 '자아'를 어떻게 찾아야 한다는 걸까? 요즘 트렌드처럼 너도나도 여행자, 순례자가 될 수는 없다. 세상 모든 사람의 본성이 길 위에 있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저자는 인간의 자아가 지닌 본성은 능력과 한계를 함께 지니고 있으므로 자신이 가진 재료와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상이나 주변의 기대가 아닌 나의 타고난 본성과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라고 한다.

내 한계를 나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 자신의 가치를 외부의 잣대가 아닌 스스로 존재하는 자임을 인지해야한다.

18.

아무리 숭고한 비전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내부에서 길러진 것이 아니라 밖에서부터 부여된 강제의 것이라면 그것은 심각한 폭력이다.

25.

우리의 인생의 의미를 헤아리도록 도와 주는 것은 언제나 침묵이다. 또한 말로는 결코 건드릴 수조차 없는 깊은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것도 역시 침묵이다.

35.

사람은 누구나 천부의 재능을 타고 이 땅에 태어난다. 그래놓고는 인생의 절반을 그 재능을 내다버리거나 다른 사람들의 말에 미혹되어 잊어버리고 산다. 젊은 시절, 우리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는 별 상관없는 기대들에 둘러싸인다. 우리의 자아를 알아주기보다는 어떤 틀 안에 끼워 맞추려는 사람들의 기대 말이다.

42.

소명의 시작은 세상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 인간 자아의 본성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살다보면 길이 닫힐 때도 있고, 탈진될 때도 있다. 작가는 탈진이란 내가 갖지 않은 것을 주려다 생기는 결과라고 얘기한다. 유기적인 실체 속, 즉 내 본성에서 생성되는 것을 사용한다면 다 써버린다해도 스스로 다시 생겨나 새롭게 하므로 고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등 뒤에서 길이 닫히는 것에는 우리 앞에서 길이 열리는 것만큼이나 많은 교훈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107.

열림은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고 닫힘은 우리의 한계를 보여준다.

스스로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얘기하고 있다. 이는 자신이 실패자임을 인정하고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재능과 본성을 점검해 보고 이미 존재하는 자신의 가치를 폄하하지 말며 스스로의 재능을 믿으라는 의미이다.

작가는 '리더십'은 공동체 사회에서 모든 사람의 소명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보통 '리더'라고 하면 특별한 자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나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함께 살아가야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때론 누군가의 손을 끌어주는 입장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로부터 인도를 받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규모의 차이일 뿐 개개인 모두가 리더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고 이해했다).

몇 개 모임의 리더로서 작가가 언급한 '리더가 갖기 쉬운 다섯 가지 그늘' 중 네가지가 머릿속에 남는다.

첫째, 자기 정체성과 존재 가치에 대한 불안이다.

자신의 정체성이 불안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정체성을 빼앗는 환경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일례로 불안한 교사일수록 학생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수동적으로 주입하려고 한다.

'정체성은 우리가 수행하는 역할이나 그 역할에 주어지는 타인에 대한 지배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님을 아는 것(p163)'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세상은 전쟁터이며 사람에게 적대적이라는 믿음이다.

'세상은 경쟁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대개는 우리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p164).' 현실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라 조화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셋째, 일에 대한 마지막 책임이 우리 인간의 몫이라는 믿음이다.

작가는 '인간'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개인'이라고 바꿔 말하고 싶다. 모든 일에 책임을 리더, 개인이 떠안는다면 누구도 리더를 하기는 어렵다. 리더는 구성원 개별의 능력을 인정하고 믿어야하며 몫을 나눌 수 있어야한다.

넷째, 두려움, 특히 인생의 혼돈에 대한 두려움이다.

'여기서 말하는 혼란이란 의견의 차이, 혁신, 도전과 변화를 의미한다(p168).' 익숙함의 틀을 깨고, 낯섦에 두려움을 갖지 말자. 그것이 성장의 힘이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 관계 안에서 개인은 '혼자'가 될 수 있는 권리를, 고독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 보호 받아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존중과 보호는 좋은 관계 안에서 더 잘 이루어진다.

이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본성과 존재 가치를 스스로, 그리고 스스로가 인정할 때에만 가능하다. 경쟁이 아닌 조화 안에서 개인이 존중되어지는 사회관계를 희망한다.

10년만에 다시 읽은 이 에세이로 요즘 복잡한 주변과 나 자신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종교적인 부분이 있으나 색채가 그리 강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효도 차원에서 주일마다 두 손을 모으는 내가 읽기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책 속 문장]

81.

내 인생에 일어나지 않은 일과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많은 것을 알려 주는 길잡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95.

그렇지 않은 척 가장하는 것, 지킬 수 없는 약속의 노트를 내미는 것은 나 자신의 원형을,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의 원형을 훼손하는 것이다. 모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125.

누군가 나를 지켜봐 주누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그것은 자신이 소멸되고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고 느끼는 이에게는 생명을 주는 일이다.

128-130.

"당신은 우울증을 당신을 망가뜨리려는 적의 손아귀로 보는 것 같군요. 그러지 말고 당신을 안전한 땅으로 내려서게 하려는 친구의 손길로 생각할 수 있겠어요?" (...) 우울증은 나를 안전한 땅, 한계와 재능, 약점과 강점, 어둠과 빛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나의 진실, 나의 본성의 땅 위로 내려서게 하는 친구의 손이었다.

138.

약점과 치부, 어둠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그런 것 때문에 내가 흔들리는 일이 줄어든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원하는 것은 내 자아의 일부로 알아달라는 것 뿐이니까 말이다.

관계를 맺되 그 안에서 서로 혼자일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는 역설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함꺼 살되, 그 방식은 영혼의 고독을 존중해야 한다. (p172)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아주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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