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응? 했는데 읽으면서 응! 이랬다. 이런 솔직한글 정말좋다.






사람과 연애할 때 굳이 내가 아니어도 상관 없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나는 폭발한다.

내가 아니어도 됐다면 나와 시간을 보내지 말았어야지?

나를 대체물로 거기에 있도록 한 사람에게 나는 살의를 느낀다. - P28

사랑이라는 감정은 좋은 것이다. 마사 누스바움은 정치에 관해 말하는 법에 관해 말하든 분노나 용서에 관해 말하든 사랑을 빠뜨린 적이 없다. 사랑이 결여된 인간은 정치도 법도 분노도 용서도 올바르게 행할 수 없다. 사랑으로 그것을 다룰 때 인간은 이 세계에 인간의 존엄을 해치지 않는 정치와 법을 세우고 분노와 용서가 인간을 장악하지 않을 수 있도록 계도한다. 이것이 내가 이해한 마사 누스바움의 주장이다(사실상 호소에 가깝다). 나는 그 사랑 때문에 마사 누스바움의 모든 저작을 사랑한다. 그러나 인간은 사랑이 결여된 채로 이 세계를 건설하고 통치한다. 사랑 말고 다른 많은 것이 이 세계를 장악하는 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 P63

사랑을 품은 사람은 사랑이 없는 사람에게 거의 매번 지고 만다. 사실이 그렇다. 사랑이 결여된 세계는 사랑하는 사람을 고통 속에 살아가게 내버려둔다. 사랑이 결여된 세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방치되어 무능력한 존재로 낙오한다. - P64

낙오자는 사랑을 품은 채로 병든다. 먼저 마음이 병들고 병든 마음이 몸을 무기력한 상태로 전락시킨다. 랑하는 사람은 너무 많이 반성한다. 사랑하는 자신과 사랑이 없는 세계를 반성하면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진단한다. 하지만 세계를 바꿀 힘은 있기도 하지만 없기도 하다. 사랑이 없는 사람은 힘이 넘친다. 사랑이 없는 사람의 정력적인 얼굴과 힘찬 걸음걸이를 우리는 안다. 여기서 우리는 누구인가. 사랑하기 때문에 병들고 무기력한 사람이다. - P64

사는 동안에 단 한 번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매일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행복하게 죽고 싶다. 행복하게 죽고 싶어서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더 이상 살아가지 않기로 숙고하여 신념을 가지고 결정했을 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죽을 수 있는지 매일 상상한다. - P91

지금 당장 나에게 안전하고 행복하게 죽음을 선택 할 수 있는 방편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더이상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텐데, 안심하고 살아갈 텐데. 매일 다른 내일을 만들 텐데. 매일 다른 용기를 가질 텐데. 매일 다른 사랑을 낳을 텐데. - P91

자력으로 내 몸을 건사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살아 있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내 죽음은 내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삶이, 인생이, 이 사회가, 내가 간절히 원한다고 하여 그 원함에 응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내가 실패한 방식을 통해 알게 된, 그리하여 그다음엔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 방식으로 나를 죽여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슬프거나 무섭지는 않다. 나는 스스로 죽는 것보다 죽지 못하고 타의에 의해 계속해서 살아있는 것이 더 무섭다. - P100

사랑하지 않으면 편리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간단히 무시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모른 척할 수 있 다. 사랑하지 않으면 회피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무책임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변명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거짓말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금세 말을 바꿀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재빨리 모습을 바꿀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더 빨리 갈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버릴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모를 수 있다. 모르는 것은 사랑하지 않으면 폭력이 된다. 아는 것은 사랑하지 않으면 허영이 된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으므로 이 모든 일을 알지 못한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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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29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0쪽의 글 - ˝자력으로 내 몸을 건사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살아 있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저도 이런 생각을 해요. 누군가에게 의지해 살아야만 되는 시점이 오면 삶이 더 이상 행복할 것 같지 않아요. 자식이든 남편이든 저로 인해 힘드는 것도 싫고요. 장수 시대가 갖는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되어요.
마사 누스바움, 저도 그의 저작을 읽은 적이 있어요. 풍부한 학식이 느껴지더군요.^^

새파랑 2023-05-29 15:51   좋아요 1 | URL
이런 생각을 많이들 하나봅니다. 저도 그런 생각 가끔씩 합니다 ㅋ 저도 마사 누스바움 읽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