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완전 모르지만 왠지 그림에 대한 조금의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완전 좋다.






저는 어머니의 몸에서 나왔어요. 어머니는 어머니의 어머니의 몸에서 나왔고요. 그렇게 계속 이어지지요. 우리는 삶을 온 갖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지만, 삶에는 늘 우리가 감당하기에 는 너무 큰 무언가가 있어요. 너무 커서 생각하고, 보고, 들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가기 에도 너무 커서, 우리는 저마다 이 ‘너무 큰 것‘을 다룰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리고 우리가 고작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쉽지 않다는 말 정도죠. 어쩌면 지금 세상이 우리에게 이런 ‘나약함‘ 을 인식할 틈조차 거의 주지 않아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 P33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이 너무 많아요. 닫힌 듯이 보이 는 것에도, 심지어는 닫힌 것에도 여전히 너무나 많은 것이 열 려 있어요. 우리 의식과 감정 사이의 이런 간극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간극이, 얘기된 것과 얘기되지 않은 것 사이의 간극이, 저는 좀 어지러워요. 기도나 광기와 그다지 다 르지 않은 현기증이지요. 우리가 만났으면 하는 곳이 그런 곳 이에요. 오고 계세요? - P33

그래, 이름은 때때로 그것들이 명시하는 것의 ‘의미‘를 배가하거나 증폭시키지. 이런 이름들 말이야. 일출, 정오, 해거름, 황혼, 새벽, 내일.…. - P42

아버지는 늘 당신이 존경하고 고마워하는 옛 거장들이나 작 가들, 사상가들을 바로 우리 옆에 서 있는 동지처럼 말씀하시 지요. 대부분 이미 오래전에 죽은 분들이지만, 그들의 물리적 인 부재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들 생에서 계속 이어지는 부 분에 비하면 사라진 부분은 대수롭지 않으니까요. 그 이어지는 부분은 그들이 남긴 작품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각자의 지향점 을 향해 보여준 강렬한 추진력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생이 내 재하는 형태들을 예측할 수 없듯이, 한 생과 다른 생들 사이에 서 일어나는 분기의 수도 헤아릴 수 없어요. - P43

네가 정확하게 얘기했듯이, 마네는 자신이 그리려는 꽃들을 세상의 끝에 놓았어. 그 꽃들 뒤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 꽃들은 처음 또는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 생의 전부인 듯이 그 순간을 채우지. - P63

‘존재가 되어 가는 과정‘이 그처럼 긴박하게 그려졌기 때문 에 우리는 그것의 무상함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어쩌면 이 그림들은 삶과 죽음의 변증법을 묘사하는지도 모르겠어요." - P64

끔찍하게 무거운 짐이지만, 이상하게도 화가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해요. 경계 너머 보기, 아니 그보다는 외양을 뚫고 내면 보기, 그것은 계속 추구해 나갈 만한 가치가 있는 바람이 아닐까요? 시간을 그 뼛속까지 드러내겠다는 목 표를 잡는다면, 일생의 헌신 정도는 치러야 할 사소한 대가 같 아요. 그림은 충족시킬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희망이고요. 가망 없는 희망이죠!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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