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읽은 단편이 좀 많이 있었지만 다시 읽어도 좋았다. 역시 체호프다.






<어느 관리의 죽음>

소설들에는 이 그런데 갑자기가 너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작가들은 이 말을 쓸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만큼 인생에는 갑작스러운 일들이 얼마나 가득한데! - P11

<농담>

내가 하는 말인지 바람이 하는 말인지에 대한 의혹은 여전하다…. 둘 중 누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지 그녀로서는 알 수 없지만, 이제 그녀는 아무래도 괜찮다는 표정이다. 술꾼이 어떤 술잔에 술을 마시는지 상관하지 않는 것처럼……. - P40

<하찮은 것>

이전에 꼬마는, 이 세상에 달콤한 배나 파이나 값비싼 시계 외에도, 아이들의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다른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었다. - P51

<어느 여인의 이야기>

이를 어떡해, 이를 어떡해, 인생이 망가져 버렸어......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다. 나에게 울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울 필요가 있으며 그럴 때가 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를 안쓰럽게 여긴다고 그의 눈이 말하고 있다. 나 또한 그가 안쓰럽고, 나의 인생도 그 자신의 인생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이 소심한 실패자에게 화가 난다. - P63

<대학생>

이런 모든 공포가 예전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천 년이 지나도 현실은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 P203

<문학교사>

가정의 고요와 행복에 미소 짓고 있는 램프의 부드러운 불빛 외에도, 그리고 자신과 고양이가 평화롭고 달콤하게 살고 있는 이 작은 세계 외에도, 다른 세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불현듯 그 다른 세계를 열정적으로, 마음이 아프도록 갈구하게 되었다. - P239

<문학 교사>

정말 시시한 생각이다! 그는 자신을 진정시키려 했다. 너는 교사다. 아주 고상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도대체 다른 세계가 너에게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그 무슨 망상인가? - P240

<문학 교사>

나는 어디에 있는가? 주위는 온통 저속함, 저속함뿐이다. 따분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 발효 크림이 담긴 단지들, 우유가 담긴 항아리들, 바퀴벌레들, 우둔한 여자들..…. 저속함보다 더 무섭고 모욕적이며 슬픈 것은 없다. 여기를 떠나야겠다. 오늘 당장 떠나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난 미쳐 버리고 말 것이다. - P242

<농부들>

사모바르가 없는 치낄제예프 농가는 아주 적적했다. 빼앗 겼다는 게 어쩐지 수치스럽고 모욕적이어서 마치 집안의 명예가 갑자기 사라진 듯했다. 촌장이 차라리 탁자나 의자나 그릇을 가져갔다면 이렇게까지 황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P278

<농부들>

우리를 지켜 주시는 성모 마리아여! 우리의 보호자여! 모든 사람들이 문득, 하늘과 땅 사이가 텅 비어 있지 않고, 부유한 자와 힘 센 자가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지 않으며, 온갖 모욕과 노예 같은 속박과 견디기 힘든 가난과 소름끼치는 보드까로부터 벗어날 안식처가 여전히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 P284

<농부들>

죽음은 부농들만 걱정했다. 그들은 부유해질수록 하느님과 영혼의 구원을 잘 믿지 않았고, 지상에서의 마지막이라는 공포심이 들 때에만 초에 불을 켜고 기도를 드렸다. 가난한 농부일수록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노인과 노파의 얼굴에서는 자신들이 너무 오래 살았고 이제 죽을 때가 되었으며 또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은 거리끼지 않고니꼴라이가 있는데서 페끌라에게, 니꼴라이가 죽으면 그녀의 남편 제니스가 병역을 면제받아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말했다. 마리야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늦지 않게 죽음이 찾아와 주기를 바랐고 또 자신의 아이들이 죽기라도 하면 기뻐했다. - P285

<새로운 별장>

당신들은 이 세상에서 힘들게 살지만…… 엘레나 이바
노브나가 말했다. 그렇지만 저세상에서는 행복할 거예요. - P302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아래에서 들려오는 단조롭고 공허한 바닷소리가 우리 모두를 기다리는 영원한 잠, 평온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래에서는 바닷소리가, 이곳에 아직 얄따도 오레안다도 없었던 때에도 울렸고, 지금도 울리고 있고, 우리가 없어진 후에도 똑같이 무심하고 공허하게 울릴 것이다. 어쩌면 바로 이 변화 없음에, 우리 개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에, 우리의 영원한 구원에 관한, 지상의 끊임없는 삶의 움직임에 관한, 완성을 향한 부단한 움직임에 관한 비밀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 P324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안녕히 계세요. 잘 지내시길 빌겠어요. 제가 좋은 기억으로 남기 바라요. 우리는 영원히 헤어지는군요. 하기야 그래야 하겠죠, 다시 만나서는 안 되니까. 그럼 안녕히 계세요. - P326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자신의 인생에 또 하나의 진기한 사건이 있었고, 그것도 이미 끝나 이제는 추억으로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마음이 흔들리고 쓸쓸했으며 가벼운 후회를 했다. - P326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예전에 그는 슬플 때면, 머리에 떠오르는 온갖 논리로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이제는 논리를 따지지 않고 깊이 공감한다. 진실하고 솔직하고 싶을 따름이다… - P339

<자고 싶다>

웃으며 눈을 끔벅이며 초록색 반점을 손가락으로 으르며 바리까는 요람으로 살그머니 다가가 아기 쪽으로 몸을 굽힌다. 아기를 질식시키고 서둘러 바닥에 눕는다. 이제는 잘 수 있다는 기쁨에 웃는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미 바리까는 곤하게 자고 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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