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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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성장을 다룬 에세이구나. 하면서 책을 덮지만 그 전에 어느 과학자의 전기이기고 하고 그 위인의 어두운 면을 철저히 파헤친 르포이기도 하고 나의 상식을 깨 준 과학서이기도 한 매우 특이한 책이었다. 한때 내가 꿈꾸었던 일을 하는 사람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비록 이 작가의 책으로 인해 그의 흑역사가 드러나 불명예스러워지긴 했으나 그가 죽기 전까지 누릴 수 있는 모든 기쁨을 다 맛보고 행복한 인생이었을 것 같아 부럽다는 아니고 그런 비양심으로 사는 말년은 그 전에 비할 수 없이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가 만든 수많은 완모식표본, 그가 갖다 부친 학명들을 생각하면 오만할 수 있었겠다 싶기도 하지만 진정한 과학자라면 더 깊이 인류를 위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행동했어야하지 않았을까. 이런 이들을 거울 삼아 독자인 나는 더욱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 이 책의 매우 긍정적인 면이다.
그리고 책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가 믿고 있던 세계 밖으로 나오는 일.. 기존 질서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지평에서 더 많은 풍요로운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그리고 기존 인식의 틀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다양한 예시와 스토리들로 잘 전달하고 심지어 감동을 주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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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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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H마트에서 울었다면 나는 책장을 넘기며 슥슥 눈물을 닦아야했다. 한국 혼혈인, 미국인2세인 저자의 이야기에 미국에 사는 동생의 아내, 즉 올캐와 그들의 딸을 떠 올리며 보게 되었다. 아이들 여름방학에 맞춰 한국 나들이를 하고 미국에서 한글학교를 다니는 조카가 이 책의 미셀의 나이가 되면 티격태격 모녀지간이 될까 하면서… 그러다 엄마가 말기 암 선고를 받고 곁에서 간병하며 써 내려간 미셸의 심경은 너무 아련하고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미셸에게서 딸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던 거 같다. 내가 죽음에 임박해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해 상상하게 되었다. 지금으로선 전혀 그럴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미셸이 그랬듯이 우리 딸도 나에 대한 애틋함이 있을까하고…
비록 젊은 나이에 말할 수 없는 큰 고통을 겪으며 세상을 떠난 엄마, 그런 상황을 전혀 겪어보지도 알지도 못하는 내가 엄마를 추억하며 음식을 매개로 애도하는 딸의 모습에서 내 엄마를 떠 올리기 보다 내 딸을 생각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궁금해 진다. 내가 슬퍼하는 것 보다 매 딸이 슬퍼할 것에 대해 더 크게 느끼는 탓일까… 책을 덮고 나서 내게 딸이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안도하게 하는 일이 이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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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 열린책들 세계문학 23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석영중.정지원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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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일리치의 삶이 평범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그의 죽음과 그 과정도 내 일처럼 가깝게 다가왔다. 죽음이 다가오며 육체적 고통이 수반되어 괴로와하는 그가 노욕을 부리며 정신적 고통이 더 힘들다 할때
결국 가족들을 용서하고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면서 죽음이 더 이상 두렵지 않고 편안한 안식으로 긑을 맺는 것을 보며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투병중 아내와 딸에 대한 분노, 그에 반해 젊고 건강한 하인 게라심과 중학생 아들에 대한 애정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함이 남는다. 궂이 두 그룹의 차이점을 찾자면 전자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고분하지 않다는 점, 후자는 비교적 약자이며 자신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점이라 인간의 보편적 특성인 강약약강의 면모일 따름인가 싶기도 하다.
그외 장례식장에서의 직장동료와 친구들, 가족들의 모습이나 병을 진료하는 의사의 모습들을 섬세하게 잘 묘사하고 있는데 시대나 문화가 달라도 인간들의 삶과 처한 입장과 처신은 다르지 않구나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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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20년만에 재회한 중년의 남녀. 그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 순 없지만 각자 결혼해 아이들을 낳아 기르며 잘 살고 있지만 아직 20년 전을 기억하고 여전히 당시의 감정이 조금은 남아 있는 여자, 조금 더 많이 남은 듯한 남자.
당시의 어긋남을 재 확인하며 다시 등을 돌리는 여자와 그런 여자에게 서운함 미련을 툴툴 의식적으로 털어내는 남자.
아마 이후 다시 만나더라도 여자는 맘 정리해서 아무 생각없이 남자를 대할 수 있을 것 같고 남자는 아마도 스멀스멀 옛 생각에 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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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쉰 살의 사무직 남성 브룩씨는 독신남이다. 빠릿빠릿 일 잘하는 타입은 아닌듯하지만 홀로 노후를 책임져야하는 그에게 일터는 중요한 곳이다. 어느날 사무실에 신입으로 들어온 마니가 천방지축 일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사무실 직원들의 눈 밖에 나기 시작하는데 브룩은 그런 마니를 감싼다. 처음엔 불쌍해서 연민으로 시작되었겠지만 어린 여자에 대한 남자의 본능이랄까.. 마니를 고용한 사장 존스씨도 마찬가지로 어린 여자 마니를 어찌해 볼 심산인 것. 그 장면을 브룩씨가 목격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그 와중에 사장을 부러워하는 마음을 갖는 브룩씨를 보며 작가의 남성에 대한 관점은 얼마나 한심한 것인지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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