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할머니의 제사 가족여행이라할까. 일년에도 수차례 제사 지내는 일로 준비하는 사람 침석하는 사람 서로 힘들고 곧잘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하던 것이 최근들어 급격히 변한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의 집안들만도 싹 없애버려서 아예 모이지도 않는 집들이 많고 일년에 한번으로 줄여 그것도 절에서 모시기로 한 우리집 케이스도 그렇다. 고인을 기리고 가족의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얼마든지 서로에게 좋은 형태로 방식으로 바뀔 수도 있았을텐데. 여기 시선 할머니네 이야기를 보면서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이 들었고 나도 한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대를 앞서간 당당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다 간 시선에겐 그녀를 닮은 똑똑하고 센 딸들과, 작가는 그렇게 표현하고 있지만, 아들, 사위, 며느리, 손주까지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이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각자 혹은 서로를 돌아보며 할머니로 인해 모두 이어져 있다는 사실과 함께 위안을 받는 이야기이다. 환경, 여성, 젠더 사회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만 너무 여러 사람의 사정들을 다루다보니 슬쩍 흘러가는 느낌이다. 자주 센 여자들이란 말이 등장하지만 내 보기엔 요즘의 보통 여자에 선하고 마음씨까지 좋은 여성들이다. 작가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요즘 여성들은 진취적이고 주체적이 된 것 같다. 이게 다 우리 어머니들이 시선할머니와 그 딸들이 그렇게 길러주었고 사회도 그에 반응을 했기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질 때 나는 장어가 돼야지. 그래서 모든 난관을 빠져나가야지..
제가 가장 신뢰하는 아날로그 반격에 대한 기원 가설은 ‘뇌와 몸의균형‘을 향한 갈구입니다. 디지털은 뇌만 자극하지만, 아날로그는 몸도자극합니다. 디지털 문명 세례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현대인의 뇌는 지나치게 많은 자극을 받는 반면 몸을 쓰고 반응하는 시간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몸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뇌가 그것을 해석하고 결정하면, 다시 몸이 세상에 적용하는 일상적 경험을 우리는 회복해야합니다.
혁명은 이상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열정적인 실천으로 이루어지는 모양입니다.
서머싯 몸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너무나 흥미로웠고 이야기 전개도 지루할틈 없이 잘 짜여져 있으며 인물들도 어색하거나 혼란스럽지 않고 개연성 있게 잘 묘사되어 더 몰입하게 된다. 맨 뒤 작가연보를 보니 희곡을 많이 쓰셔서 그런지 장면들이 매우 회화적이고 극적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성 작가이지만 여주인공 키티의 시선에서 쓴 내용들이 여자인 내가 보기에도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다. 내면을 줄곧 서술하고 있어도 집중도 낮은 내가 포기하지 않고 보았던 몇 안 되는 소설이기도 했으니.. 콜레라가 창궐한 마을은 까뮈의 페스트를 연상시키는 면도 있었고 인물의 내면 속의 혼란, 성장,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방인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재미외에 생각도 많았던 작품이어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제부터 하나씩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섭렵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