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관한 책이나 글은 늘 뻔하다고 생각해 참으로 읽기가 꺼려지는 분야이다. 살아가는데 가장 중점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이자 타인에게 보내는 문자 중에 가장 많이 쓰고 전달하는 단어이기도 하면서 그렇다. 이번 독서모임의 책 선정에서도 그러한 나의 선입견으로 가능한 피하고 싶었으나… 어쩔 수 없이 읽게 된 책이다. 의외로 처음부터 고대 원시인, 철학자부터 훑어내리며 행복의 변천 따위를 얘기하지 않았다. 진화와 유전자를 들먹이며 생존과 번식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시작한 점이 관심을 끌었던 것 같다. 철학자들의 관념적 생각은 즉각적 행복을 주는 쾌가 될 수 없다며 단순하게 말하는 저자의 논리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행복이 단순할 리 없지만 복잡하게 얽어 매고 들쑤셔서 모호하거나 헷갈리거나 뭔 소린지 하게 만드는 다른 행복에 관한 책 보다 명료한 것이 장점이라 생각한다. 더 행복하기 쉬운 건 외향적 성향을 타고 나는 것이지만 결국 누구든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이 행복을 가져다 주며 돈을 쫒다보면 사람과 멀어져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 자아실현이라는 것도 쾌락을 위한 도구가 될 뿐 행복은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긍정적 정서이며 한국인에게 있어 행복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라는 간단한 말로 맺음을 하고 있다. 이렇게 간단하고 쉬운 것이라면 언제든 행복할 수 있겠다 싶고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재미교포가 영어로 쓴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를 산 우리나라 인물들에 대한 소설이다. 주인공은 기생인데.. 기구한 삶이 전형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스스로가 기생이라는 자격지심이 없고 주체적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외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 모두 우리 역사 속에서 봄 직한 개연성이 있는데다 잔인하리만큼 현실적이었던 것도 책 표지의 동화스런 그림과는 상반된다 여겨졌다. 독서모임의 발제자가 유일한 권선징악이 이토라고 한 부분도 이해가 될 만큼 선악이 명확한 부분도 있으나 한 인간의 삶 전체를 보면 어느 누구도 함부로 판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주인공들의 엇갈린 사랑도 당시의 사람들을 다룬 다른 소설에선 보기 힘든 본인의 의사에 반한 선택보다 당시 감정에 충실했던 것들이 더 인간적이라 좋았던 것 같다. 어린 날 성폭행으로 생긴 아이를 낳아 얼룩진 삶이었던 월향의 인생이 그나마 행복해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대부분 안타깝고 씁쓸하고 허무하기만 했던 것 같다. 다만 제주로 가 해녀가 된 옥희가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사투리 표현으로 어떻게 갈도 못하는 그런 자식을 둔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내가 아이를 키우며 느꼈던 죄책감, 막막함, 다시 일상을 살아내기 위한 분투 같은 것이 많은 부분 비슷했던 거 같다. 누구나 한 명쯤 속 썩이는 자식이 있고 맘대로 되지 않아 자책하고 그러다 한탄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의 대단한 점은 그럼에도 한탄이 많지 않았고 좌절과 우울에 빠져 스스로를 망가뜨리지 않았기에 자신과 나머지 가족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 또 그보다 어쩌면 더 대단한 아내 카렌이 있었고. 이게 픽션이었다면 이정도의 노력과 시련과 극복이 있었다면 끝은 해피엔딩이어야하는데 현실은 잔인하다. 그런 것이 인생인가 싶기도 하다.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행하며 뚜벅뚜벅 살아가는 것. 이 보다 더 좋을 수도 더 나쁠수도 있지만 꿋꿋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사랑을 하며 살아가는 것.. 내 자식이 될 수도 있고 내 부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난 이 말이 무엇보다 오래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독튿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믈들도 그렇고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 작가도 아무렇지 않게 독특함, 이상함을 툭툭 내 뱉는 거 같다. 죽음과 삶이 항상 가까이에 있는 극한 상황에 추위와 어두움과 외로움을 벗삼아 살아가는 이들이라 그런지 거칠고 대범한 측면이 있다. 문명 세상에서 살다 온 사람들이지만 그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여기 와 이 일을 하게 된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누군가 어떤 인물은 아랫동네를 무쓸모에 한심한듯 폄하하는 말을 한 대목도 있었다. 그런 호기심들이 소소히 책장을 넘기게 하는 요소랄까. 간도 안한 심심하게 끓인 스프같은 소설이다. 그러다 가끔 얼토당토 않은 건더기가 발견되기도 하는…
재미있었고 카야의 삶 속에 함께 있다 나온듯 생생하다. 버려져 불행한 삶을 오롯이 혼자 겪어낸 카야는 원망보다 고집스레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도움을 받거나 제안이 들어오면 쉽게 의지할 법도 한데 뭐든 자신의 기준대로 휘둘리지 않는 강인한 모습이다. 그리고 늪이라는 환경과 생태를 가깝게 느낄 수 있었던 점이 좋았고 무엇보다 연인 테이트라는 인물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앞으로 누군가 이상형은 누구? 라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테이트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