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H마트에서 울었다면 나는 책장을 넘기며 슥슥 눈물을 닦아야했다. 한국 혼혈인, 미국인2세인 저자의 이야기에 미국에 사는 동생의 아내, 즉 올캐와 그들의 딸을 떠 올리며 보게 되었다. 아이들 여름방학에 맞춰 한국 나들이를 하고 미국에서 한글학교를 다니는 조카가 이 책의 미셀의 나이가 되면 티격태격 모녀지간이 될까 하면서… 그러다 엄마가 말기 암 선고를 받고 곁에서 간병하며 써 내려간 미셸의 심경은 너무 아련하고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미셸에게서 딸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던 거 같다. 내가 죽음에 임박해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해 상상하게 되었다. 지금으로선 전혀 그럴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미셸이 그랬듯이 우리 딸도 나에 대한 애틋함이 있을까하고…비록 젊은 나이에 말할 수 없는 큰 고통을 겪으며 세상을 떠난 엄마, 그런 상황을 전혀 겪어보지도 알지도 못하는 내가 엄마를 추억하며 음식을 매개로 애도하는 딸의 모습에서 내 엄마를 떠 올리기 보다 내 딸을 생각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궁금해 진다. 내가 슬퍼하는 것 보다 매 딸이 슬퍼할 것에 대해 더 크게 느끼는 탓일까… 책을 덮고 나서 내게 딸이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안도하게 하는 일이 이었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