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너무나 흥미로웠고 이야기 전개도 지루할틈 없이 잘 짜여져 있으며 인물들도 어색하거나 혼란스럽지 않고 개연성 있게 잘 묘사되어 더 몰입하게 된다. 맨 뒤 작가연보를 보니 희곡을 많이 쓰셔서 그런지 장면들이 매우 회화적이고 극적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성 작가이지만 여주인공 키티의 시선에서 쓴 내용들이 여자인 내가 보기에도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다. 내면을 줄곧 서술하고 있어도 집중도 낮은 내가 포기하지 않고 보았던 몇 안 되는 소설이기도 했으니.. 콜레라가 창궐한 마을은 까뮈의 페스트를 연상시키는 면도 있었고 인물의 내면 속의 혼란, 성장,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방인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재미외에 생각도 많았던 작품이어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제부터 하나씩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섭렵해 나가야겠다.
막연히 어린 개가 왔다가 간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 제목 그대로의 이야기. 개 무서워하고 살아있는 꼬물거리는 생명들이 혹 잘못될까 두려워 만지기 어려워 하는 사람으로 서로 알아가고 친밀해지는 과정이 신비하다. 애완견과 견주들의 사회에 대한 부분도 여느 인간관계처럼 제각각이고 중대형 견에 대한 인식이 매우 힘들것 같았다.
애플뮤직에서 가끔 같은 곡 여러 연주자버전으로 듣기를 하다 알게된 피아니스트였다. 도서관에서 그의 인터뷰집을 보고 궁금해져 보게되었는데 의외로 너무 좋았다. 이렇게 위대한 음악가인데 희안하게도 나와 유사한 점이 많아서 더 가깝게 느껴졌을까 그녀가 언급한 동료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그녀의 생각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앞으로 내가 살아내야할 앞 길을 보여준 것 같아 든든하고 위로가 되었다. 그녀가 늘 좋아하고 때론 눈물이 난다는 슈만의 어린이정경을 다시 찾아 들어보았다. 다른 연주와 구별되는 특별함이 있었다 음 하나하나 그 사이에 불어넣어진 그녀만의 공간들이 숨을 쉬듯 녹아 있었다. 덕분에 좀 더 집중해 하나하나 연주자들을 떠 올리며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AI가 더욱 고도화되어가고 있는 지금 AGI,ASI가 곧 도래할 것이 명백하니 그때가서 우리 머리 꼭대기에 앉은 인공지능으로 골머리를 앓기 전에 인공지능을 우리와 같은 인격체로 존중하며 공존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 주도의 규제를 잘 만들어가야한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결말이 좀 내 기대에 미치진 못했지만 그 앞에 이끌어온 이야기들은 가독성 있게 독자를 배려한 친절한 설명이 돋보였다. 이 분 아마도 강의도 매우 잘 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건조하고 덤덤하게 써 내려가는 일상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그게 다가 아님을 전작을 통해 이미 간파한 바가 있어 더 집중해 평범한 그 글들을 대하게 되었던 것 같다. 전작도 짧았지만 이번 작품들은 더 짧은 단편이라 상황전개가 더 빠르긴했지만 여전히 결말에 작가의 단단한 한방이 있는 공통점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책은 남과녀, 아니 여와 남에 대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 같다. 앞의 두 편의 여성은 상대 남자와 대립각을 세우고 꿋꿋한 여성으로서의 모습이라 보고 페미니즘적 소설이라 할 지도 모르지만 난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등장인물의 성을 뒤바꾸어 썼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똑같이 읽힐 것 같아서이다. 그런데 현실세계에서 더 많이 있음직한 건 역시 소설의 구성대로이니 여성혐오, 비하의 의미가 미묘하게 담겨 읽는 여성들로하여금 기분나쁜 공감을 이끌어 낼 것 같긴하다. 마지막 소설의 여자는 자신이 상상했던 지옥을 스스로 선택해 맛보게 되는 비판적인면이라 볼 수 있을까..하지만 결혼생활 내내 가족을 보살피기만 해서 정말 하루정도 반대로 보살핌을 받아보는 체험에 빠졌다가 그만 지옥을 맛보게 된 것이라 가혹한가 싶기도 하다. 적나라하게 대놓고 나쁜놈의 덫에 걸린 것이지만 본래 일정대로 자연스레 좋은 이별 후에 가정으로 복귀했더라도 그 이후의 삶이 예전같지는 않을 것 같아. 이래저래 지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완전 계몽소설인데^^마지막 소설 인상깊은 구절이 있었는데여자가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것을 깨닫고 완전히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 순간! 머릿속으로 떠 오르는 것이 남편과 아이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갖게 되는 통념으로 소설의 평소 현숙한 아내이자 엄마였던 그녀에게 기대하는 것이 우리사회가 여성에게 강제한 환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인간이라면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 자신의 안위나 처지에 몰두해 빠져나올 생각이 우선이어야 하지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