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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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이라는 신조어의 어원이 되었다는 유명한 소설을 이번 기회에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sf소설이면서 꽤나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어 읽으면서 머리가 덜 아팠던 것 같다.
메갈의 미러링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수 있었고 생물학적인 여자와 남자는 두고 사회 문화적 종교적 측면의 뒤 바꾸어 놓은 것이다. 권력을 가진 성과 그 반대 진영의 성이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데 있어 생기는 갈등요인을 노총각 울모스 선생과 청소년 페트로니우스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둘은 사제지간이기도 하고 결국 연대하여 맨움해방운동을 하게된다. 생물학적 특성은 역시 너무 특수한 것이어서 반대로 비틀어도 여전히 내가 보기엔 여성쪽이 권력을 가진자 내지는 가해자가 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 외의 부분들은 얼마든지 의도적으로 어느 한쪽 성을 우세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지 않나. 결국 가부장제도 인간이 만들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 것이라 생각하니 서로간 합의에 의해 얼마든지 평등하게 나아갈 수 있겠다 싶었다. 가진 자가 쉽게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 놓지 않겠지만…
이 책의 마지막 루스브램의 말이 절대 빼앗기지 않으리란 절규처럼 느껴졌고 이는 현재에도 진행중인 성평등을 향한 투쟁을 암시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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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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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비슷한 결의 단편이었다. 짧은 글이어서 더 함의를 찾으려하고 생각이 많아지지만 읽고 나면 밍숭맹숭해지는 느낌이다. 외계 행성과 식물에 관한 부분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 보다 오히려 외계 생물체에 대한 서술이 흥미진진하고 감각적으로 다가와서 몰입이 잘 되는 것 같다. 균사체와 버섯이 자라는 사람들,오웬의 이야기가 오래동안 머릿속에 머물러 이런저런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런 것이 sf소설을 읽는 맛이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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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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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을 프랑스판으로 보는 것 같았다. 좀 더 사변적이고 독백과 같은 주인공의 말로만 이루어진 소설이긴 하지만 그래서 더 은밀하고 솔직한 자기 고백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 소녀가 자라오며 본 자신과 자신의 부모님 친구 친구네 부모님 학창시절, 사춘기, 연애, 결혼, 육아까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돋보인다. 결혼이후부터는 글의 문체에서 불만의 감정이 느껴진다. 저항의 감정이 속도감 있게 다다다 말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읽는 내게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공감하고 동조할 수밖에 없는 내용과 글이지만 불행한 여자 삶을 탓하는 것처럼 여겨져 어느새 삐딱한 독자가 되어벼렸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이나 의도와는 상관없이 줄곧 원치 않던 삶을 강요받다 그렇게 흘러가 버린 안타까운 여자의 인생 앞에 무력하게 얼어붙었다라는 표현이 책의 마지막에 등장하며 잊고 있던 책의 제목을 상기시켜준다. 나도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이런 내 삶을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다른 것 같다. 가치관의 차이(가사나 육아가 폄하되는 면)겠지만 가사와 육아, 외부 사회활동에 있어 남녀가 평등하고자 하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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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목격자들 - 어린이 목소리를 위한 솔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연진희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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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목격자들.. 가장 최근까지 전쟁을 목도한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뜻이니까 천년만년 사는 사람이 없다면 전쟁 당시 아이들이라는 말이다.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도 아니고 아무런 전쟁과는 이해관계도 없는 이들이 목격자가 되어 하는 말이라는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 본능이나 순수에 가까운 이들의 목격담이기에 사상이나 이념따위 없는 시선으로 전쟁을 한번 바라봐 어때?
라고 작가가 말을 거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때리고 밟고 수치를 주고 총을 쏘아 죽이고 그걸 재밌다고 낄낄거리는
엄마, 아빠, 형제와 흩어지고 모르는 아줌마 할머니가 거둬 길러주고 게토로 끌려가지 않도록 목숨걸고 연대해 감싸주고
굶주려 죽어가면서도 더 굶주린 사람을 위해 먹을 것을 건내는 인간의 밑바닥과 인간의 고양된 양심을 다 목격한 그들에게서 뭐라 말을 이을 수가 없다.
생각해 보면 그런 목격자들이 벨라루스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구 곳곳에 그래 왔고 지금도 진행중인 것이다.
내 아버지도 6.25를 겪으셨는데 그 기억을 자식들에게 풀어내신 적이 없다. 그렇게 산업역군으로 이 나라를 갈고 닦아 일으켜 세운 그들이 다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은 목격자들인 것이다. 너희가 배고픈 적이 있느냐. 이산의 아픔, 참상에 대한 기억이 이런 것이었으리라.
그렇게 악착같고 열심이고 부지런히 살뜰하게 내 식구 먹이고 챙기느라 급급해 옆도 뒤도 못 돌아보던 그들이 마지막 목격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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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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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 죽어서 세실에게 슬픔이 되었다.
진정 슬픔이라는 감정을 마주 대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세실이 되었으리라.
슬픔이여 안녕에서 안녕이 봉주르 인 것을 책 뒤의 작품 해설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말이 그 전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완전 다른 것으로 다가왔다.
세실의 성장이 느껴졌다.
한 순간의 충동적 감정으로 시작된 장난의 파국이 간단한 줄거리라 할 수 있는데 주인공 세실은 사춘기 소녀라고 단순히 보기 어려운 매우 복잡하고 섬세한 면이 있다. 그녀의 아버지 레몽, 젊은 연인 엘자, 세실을 사랑한 시릴까지 모두 경박하고 허영심 있는 사랑의 포로들 같은 사람들이고 지적이고 엄격한 안은 이들과 대조되어 외로운 상대진영의 인물이다. 대체로 세실도 줄곧 인정하는 멋진 안 이지만 완벽한 안과 같은 인물을 나도 좀 알고 있는 면이 있어 세실의 장난에 내심 공모하듯 읽기도 했던 것 같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말에 이르러 공모했던 커플들은 와해되고 한동안 애도의 기간을 가진 부녀는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문득 꿈에서 만나는 안은 세실의 “슬픔”이라는 감정을 가져다 준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인간사이지 않나.
보는 사람에 따라 끔찍한 트라우마일 수도 있지만 살아있
는 사람의 삶은 계속 되는 것 처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비슷한 정서로 내게는 읽혔던 것 같다. 인간의 내면을 이렇게 솔직하고 정교하게 다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작가는 여태 내가 본 중엔 정말 드문 작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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