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을 프랑스판으로 보는 것 같았다. 좀 더 사변적이고 독백과 같은 주인공의 말로만 이루어진 소설이긴 하지만 그래서 더 은밀하고 솔직한 자기 고백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 소녀가 자라오며 본 자신과 자신의 부모님 친구 친구네 부모님 학창시절, 사춘기, 연애, 결혼, 육아까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돋보인다. 결혼이후부터는 글의 문체에서 불만의 감정이 느껴진다. 저항의 감정이 속도감 있게 다다다 말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읽는 내게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공감하고 동조할 수밖에 없는 내용과 글이지만 불행한 여자 삶을 탓하는 것처럼 여겨져 어느새 삐딱한 독자가 되어벼렸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이나 의도와는 상관없이 줄곧 원치 않던 삶을 강요받다 그렇게 흘러가 버린 안타까운 여자의 인생 앞에 무력하게 얼어붙었다라는 표현이 책의 마지막에 등장하며 잊고 있던 책의 제목을 상기시켜준다. 나도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이런 내 삶을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다른 것 같다. 가치관의 차이(가사나 육아가 폄하되는 면)겠지만 가사와 육아, 외부 사회활동에 있어 남녀가 평등하고자 하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