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지식의 탄생 - 지식채널e는 어떻게 태어나고 진화했나
김진혁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7월
절판


EBS는 지식채널입니다.
EBS가 생각하는 지식은 암기하는 정보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입니다.
현학적인 수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입니다.
빈틈없는 논리가 아니라 비어 있는 공간입니다.
우리의 사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자유롭게 하는 것
그것이 EBS가 생각하는 지식입니다.

-<스페셜> 편에서-64쪽

<지식채널e>의 정치적 입장은 '보수'에 가깝다. <지식채널e>가 말하는 기본적인 메시지가 '착하게 살자'는 일종의 '보편적인 선'이고, 이것이야말로 보수적 가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67 ~ 68쪽

요즘은 사안들이 대부분 '극단적 대결'로 벌어진다. 즉 어느 하나가 주장하는 의견이 다른 한편에서 주장하는 의견과 절충이나 타협을 하지 못하다 보니, 한쪽이 살면 다른 한쪽은 죽어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상대가 하는 말 모두가 '다른 생각'이 있는 것으로만 보이고 당연히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 따라서 그 물꼬를 먼저 틀 수 있는 쪽은 더 많은 힘을 가진 쪽이다. 약한 쪽에 '양보'를 말할 수 있지만 '굴복'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68 ~ 69쪽

아이템이 매번 '사회적 관점'으로 발전하게 된 이유도 단순히 '소외'가 만연해서만이 아니라, 그것을 모르고 있던, 그래서 매번 충격을 받던 '나 자신' 때문이었다. (…) 그러니까 결국 모든 소외의 공통분모는 그것을 모르고 있던 자기 자신이다.-136쪽

보통 사회 비판적인 매체들은 선한 욕망을 격려하기보다는 악한 욕망을 꾸짖는 경향이 있다. 흔히 하는 말로 '네거티브'하다는 말이다. 물론 어떤 사안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꼭 잘못된 점을 지적해야 한다. 다만 네거티브하기만 할 경우 자칫 선한 욕망을 간과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 또한 선한 욕망은 일종의 '대안'을 뜻한다.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말에 100퍼센트 공감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해야할 무엇을 알려주지는 못한다. 아무리 네거티브해도 반드시 '포지티브'한 것을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비판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 비판적 시각에는 '악한' 욕망에 대한 꾸짖음과 '선한' 욕망에 대한 격려가 모두 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선한 욕망이 훨씬 더 중요하다.-144 ~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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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펜스 하우스 - 책 마을에서 길을 잃다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1년 7월
절판


우리는 문학이 죽었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주로 존경받는 작가가 갑자기 그 사실을 깨닫고 문학이 죽었다고 소리 높이는데, 사실 그 말은 작가 자신이 소멸될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수사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자기가 지난 10년 동안에 예술적 한계에 다다랐고 앞으로 20년이면 육체적으로도 한계에 다다르리라는 이야기다.-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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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핑 뉴스
애니 프루 지음, 민승남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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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의 작품으로 『브로크백 마운틴』을 읽은 게 다인지라 반가운 한편 걱정스러웠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달랑 두 권이다) 인생이 꼬이디 꼬인 박복한 남자가 주인공인데 배경마저 척박하기만한 낯선 곳. 대체 작가는 얼마나 이 남자를 괴롭고 아프게 만들까? 이리저리 치이고 치인 끝에 죽어버리는 거 아냐? 그게 아니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싶게 갖은 고생을 하거나. 가뜩이나 우중충한 날씨, 불행한 소식만 들리는 때에 읽었다가 제대로 처지는 거 아닌지 불안한 마음에 조금씩 끊어 읽을 생각으로 손에 들었다. 계획과 달리 밤을 꼴딱 새워 끝을 봤지만 중간에 끊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불운했던 사나이 쿼일이 행복과 안정을 거머쥔 모습을 보고 안심할 수 있었으니까.

『시핑 뉴스』는 쿼일이라는 무능하고 못난 사내가 운명의 거친 소용돌이에 휘말려 허우적거리다가 우연히 자신의 자리를 찾고 결국 인생의 절정기를 맞게 된다는 이야기다. 뉴욕이라는 대도시의 변두리에서 태어난 그는 외모부터 지적 능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실패작이고 집과 학교에서 구박덩어리, 외톨이로 지낸다. 대학을 중퇴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변변한 직업 한번 가져보지 못하고, 어쩌다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지만 그 결혼은 비극으로 끝난다. 절망의 벼랑 끝에 서게 된 그는 어린 두 딸을 데리고 고모를 따라 조상들의 땅 뉴펀들랜드로 향한다. 얼음, 빙산, 눈보라, 바위, 폭풍우의 섬. 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서 그는 좌절만을 예감하지만 바로 그곳에 그를 당당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게 해줄 일과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할 여인과 세상이 살만한 곳임을 느끼게 해줄 사람들이 있다. 뉴욕에서 실패자로 한심하게 살아가던 그는 뉴펀들랜드의 대자연속에서 서서히 자신감을 찾아가며 배에 관한 멋진 칼럼을 써내는 기자로,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연인으로 탈바꿈한다. (p476~477,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암울한 상황에서 척박하고 낯선 곳으로 떠나왔다면, 흔히 예상되는 경우는 가속도를 더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일 터. 하지만 작가는 그런 진부한 예상은 우습다는 듯 간단히 비켜간다. 가혹한 자연과 궁핍한 생활, 암담한 미래에서 벗어나고자 사람들이 떠나가는 뉴펀들랜드. 그러나 그렇게 떠난 이들의 후예 쿼일은 조상들이 버렸던 땅으로 돌아와서야 마침내 살만한 인생을,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세상에, 사람에 늘 상처받기 일쑤였던 천덕꾸러기 쿼일. 하지만 이 척박한 땅의 강인하고 푸근한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그를 다정히 감싸 안고, 자신들의 일원으로 기꺼이 받아들인다. 절망과 좌절 속에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 길에서 맞은 안정과 행복, 이것이 드물게 찾아오는 인생의 고마운 아이러니가 아닐까. 굽이굽이 길고 긴 길을 돌아온 끝에 일도, 우정도, 사랑도 손에 넣은 쿼일의 앞날에 부디 행복만 가득하기를. 당신은 충분히 그걸 누릴 자격이 있어요, 쿼일씨. 
 



+) '애니 프루'라는 이름에 반갑던 마음을 주저하게 만든 건, 거슬리는 제목이었다.『시핑 뉴스』라니, 처음 출판되었을 때처럼『항해 뉴스』라고 하지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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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연애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8
마키 사쓰지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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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무, 당신이 안타까운 이유는 사랑을 잃어서가 아니라 끝내 몰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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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겨져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도영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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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혹 기대에 못 미치는 때도 있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읽으면서 읽은 시간이나 구매한 돈이 아까웠던 적은 없었다. 다만 기다리던 신간이 단편집이라 조금 주저하긴 했는데, (장편과 달리 단편들은 좀 아쉽다) 초판 한정 OST, 게다가 참여 가수 '박기영'이라는 이름을 보고 고민을 접었다. (이벤트나 물량 공세에 전혀 약하지 않은데, 허를 찌른 출판사의 괘씸한 마케팅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지금은 OST에 낚여 구매한 것에 더없이 만족하고 있다. 우려했던 아쉬움도 없고, 기대 이상의 OST도 흡족하고, 끈적끈적 불쾌한 날씨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으니.

 미미 여사를 읽다 보면 모를 수가 없는 것이, 어떤 경우에도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정한 세상과 추악한 인간 군상을 그려내는 데에 발군인 기리노 나쓰오와 달리, 미야베 미유키는 작품마다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그려내고 희망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이 단편집 역시 그런 이야기들도 있지만, 작가의 의도인지 편집자의 의도인지 알 수 없는 책의 초반부는 익숙함에 길든 독자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이제껏 알아온 작가의 색깔과 달리 오스스 소름 돋는 섬뜩함, 일곱 편의 이야기 가운데 의외의 면모를 볼 수 있는 건 "홀로 남겨져"와 "구원의 저수지". 비슷한 소재를 여러 차례 다른 작가들이 다룬 바 있지만, 미야베 미유키가 이렇게 풀어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해서 한 방 제대로 맞은 기분이다. 너무 방심했다.
신간이라 자세하게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기분 좋은 당황스러움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을 뿐, 미미 여사도 작정하고 스산하게, 소름끼치게 쓴다면 제대로 한 작품 나오겠다는 기대로 신간을 기다리는 재미가 하나 더 늘어났다. 부디 이런 독자의 바람이 작가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책의 발간이 두어 달 늦어진 거라 들었는데, 읽으면서 여름에 잘 맞는다 싶었던지라 이 시점에 나온 게 더 좋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꼬인 일정으로 마음 졸였을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물론 어느 계절에 읽어도 재미있는 책은 재미있지만, 미스터리는 역시 불쾌지수 높은 끈끈한 여름에 읽는 게 제 맛이니! 작가의 색다른 면이 궁금한 분들께 추천! 미미 여사의 팬이라면 역시 추천! (아, 물론 양질의 OST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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