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이언 뱅크스 지음, 이예원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품절


어느 정도의 기술, 혹은 숙련도를 토대로 다른 사람들 생사를 가를 위치에 이르렀다면, 그 기술이 요구되는 때에 손 놓고 한눈파는 것 <자체가> 곧 악의나 다를 바 없어. 더욱이 사람들이 그 전문성만 믿고 있는 상황이라면.-3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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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 2012-03-16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리되지 않는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나서 고치고 고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리뷰 쓰기를 포기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불러오면서 재미도 놓치지 않는 좋은 소설인데, 이 책을 아는 이들이 많치 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 (그래서 어떻게든 리뷰를 써보려고 했는데...)
 
내일 우리 가족이 죽게 될 거라는 걸, 제발 전해주세요! - 아프리카의 슬픈 역사, 르완다 대학살
필립 고레비치 지음, 강미경 옮김 / 갈라파고스 / 2011년 7월
품절


제노사이드 규약이라는 장밋빛 약속은 인종 청소 시도를 막아야 한다는 도덕 명령이 독립 국가들로 이루어진 국제 사회를 움직이는 이해관계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이미 세계주의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수많은 실험이 입증하고 있듯이 이러한 도덕 명령은 주권국의 원리와 근본적으로 충둘한다. 주권국들이 그야말로 사심 없이 인도주의 차원에서 행동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 휴머니즘을 보호하는 것이 모든 국가의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신기한 발상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제노사이드를 저지하려면 무력 사용은 물론 자국민의 목숨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그런 위기에 맞서 세계가 치르는 대가는 수수방관했을 때의 대가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 국제 사회의 신념이었다. 제노사이드 규약이나 뒤이어 나온 난민 규약을 입안한 사람들은 과연 어떤 세상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까?-210쪽

르완다는 히틀러가 유대인과 벌인 전쟁 이후 가장 명백한 제노사이드 사례로 남았다. 세계는, 미래에는 모두가 올바로 처신하기를 희망하며 살인자들이 통제하는 난민촌에 담요와 식량과 의료품을 보냈다.

서구 사회는 홀로코스트 이후 다시는 제노사이드를 용납하지 않겟다고 맹세했지만, 이 맹세는 빈말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아우슈비츠의 기억은 사람들에게 정의감을 일깨워주었지만 소리 높여 악을 비난하는 것과 묵묵히 선을 실천하는 것은 여전히 별개의 문제로 남아 있다.-211쪽

크세르크세스 일세가 유대인을 멸족하라는 처음의 명령을 취소하자 에스더는 그에게 조항을 하나 더 추가해 "유대인이 함께 모여 스스로를 방어하면서 그들을 공격할 위험이 있는 종족이나 지방의 무장 세력은 그 아이들과 여인들까지 더불어 한 명도 남김없이 멸족하고 그들의 물건을 약탈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한다. 간추리면 성경은 유대인과 그 동맹군이 '적' 7만 5,800여 명을 도륙하고 나서 '잔치와 기쁨'의 나날과 함께 제국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고 전한다.-420쪽

1997년 4월 30일, 내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지 거의 일년 째 되던 날 르완다 텔레비전은 이틀 전, 자신이 기세니의 한 기숙학교에서 여학생 17명과 62세의 벨기에 수녀를 살해한 제노사이드 주동자였다고 고백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학교를 노린 그런 공격은 한 달 새에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키부예의 학교에서 일어났다. 키부예에서는 학생 16명이 살해되고 20명이 다쳤다.

텔레비전에 나온 죄수는 학살이 후투 파워의 '해방' 작전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속한 민병대는 인원이 150명으로, 주로 전 르완다 정부군과 인테라함웨가 그 구성원이었다. 그보다 먼저 키부예에 있는 학교를 공격했을 때처럼 기세니의 학교를 공격할 때도 민병대는 자고 있던 학생들을 깨워 후투족은 후투족끼리, 투치족은 투치족끼리 모이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거부했다. 두 학교 여학생들은 모두 자신들은 르완다인일 뿐이라고 말했고, 그래서 무차별하게 매질과 총격을 당했다. -4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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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혼돈
산드로 베로네시 지음, 천지은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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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고통이란 불운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며 온갖 고통이 앞으로도 계속 내 삶을 뒤집어 놓는 데 재미를 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 갑자기 일어나는 상상을 하기 좋아하는 잔인한 습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그보다 몇 배 더 안 좋은 습관은 당사자가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는지, 얼마만큼 절망적인 상태인지 따위는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적절치 않은 충고를 한다는 것이다. 또 거꾸로 이 악습은 누군가가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 빠졌다고 쉽게 단정 지어 버리는 실수를 야기하기도 한다. 정작 당사자는 견디지 못할 정도로 절망적이지 않거나 그 고통이 정말 별 게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다.-33쪽

무슨 말이든, 어떤 헛소리든 죽기 직전에 들으면 예언처럼 들리는 법이다. 세월은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뒤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그저 길을 잃은 것뿐이다. 시간은 팰린드롬이 아니다. 뒤에서부터 시작해 거슬러 올라오면 완전히 다른 뜻이 되어 버린다.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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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11-0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첫 번째 문단 대공감!

Kir 2011-11-03 02:15   좋아요 0 | URL
그 부분을 읽으면서 '이건 배려가 아니라 일종의 폭력 행사인데, 그렇다고 솔직하게 표현하면 나쁜 사람이 되겠지' 싶었어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도 무의식중에 많이 그러겠지 반성도 하고요.
 
거짓된 진실 - 계급.인종.젠더를 관통하는 증오의 문화
데릭 젠슨 지음, 이현정 옮김 / 아고라 / 2008년 2월
구판절판


정신과 의사 R.D.랭은 병든 가족-알코올 중독 환자가 있거나 심한 학대가 일어나는 가족-이 자신들의 병적인 상태를 숨길 수 있게 하는 세 가지 규칙을 이야기했다. 그 규칙은 가족 구성원들조차 자기 가족의 병을 모르게 할 수 있다. 이 규칙을 엄수하면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모두 자신들이 매우 행복한 가족이라는 망상을 유지할 수 있다.
규칙 1:(구타 혹은 학대를)하지 않는다.
규칙 2:규칙 1은 존재하지 않는다.
규칙 3:규칙 1,2,3의 존재나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규칙은 핵가족처럼 작은 사회 시스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 같은 큰 곳에도 적용된다.
-55쪽

한 집단의 특권이 다른 집단의 착취에 기초하고 있다면 특권층 집단은 그러한 특권 중 일부를 잃어버리는 데 대해 위협을 느낀다.-69쪽

우리 문화의 뿌리 깊은 경쟁이라는 토대는 분노와 증오의 물결을 만들어낸다. 이 분노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은 분노를 힘없는 자들에게 표출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고 힘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게 부추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다. 즉 그 분노와 증오의 진짜 근원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면, 우리는 곧 우리 정체성 자체를 의문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438쪽

히틀러는 시대를 앞서갔다. 그가 목표로 한 다양성의 제거를 완전히 실현하는 정부가 만들어지기에는 당시 사회 조건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상태였다. 간단히 말해서 그의 기업-정부의 국가는 순수한 지배를 확립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권력을 획득하지 못했다. 인간을 지배하는 권력, 자연계를 지배하는 권력을 위한 사회 조건도 히틀러 당시에는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히틀러의 경우에 그가 유대인이나 저항 단체에 패한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그는 소련, 영국, 미국 등 다른 제국주의 세력에게 졌다. 독일군이 러시아의 겨울에 무너져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다카우 이후 이야기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 다른 열강들이 나치를 멈추게 한 것은 독일이 유대인, 루마니아 인 등을 학살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나름대로 독일군에 못지않은 무자비한 전통을 당당히 가지고 있었다. 이 나라들이 독일 정부를 막은 것은 그들 자신이 통제하고 싶은 탐나는 자원을 독일이 갖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5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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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지음, 강병혁 옮김 / 푸른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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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또한 풍요로움이다. 거기에는 자신의 마음을 희생한, 타인에 대한 한없는 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결코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꺼지지 않는 성화이기 때문이다.-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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