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팔마스는 없다
오성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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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이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인물은 한줄평에도 언급했듯이 총 두 명이다. 마음속 깊은 곳까지 뱃사람 그 자체였던 ‘심만호 선장’과 뱃일이 맞지 않아 관두고 편의점 일을 하는 그의 아들 ‘심규보’. 소설은 심 선장의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를 심규보가 인지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선장은 자신의 배 ‘무성호’와 함께 사라진다.


이러한 전개 때문인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와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읽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른다.) 하지만 <라스팔마스는 없다>는 해당 작품과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다. 내가 알기로 <엄마를 부탁해>는 세 인물의 시점을 차례대로 바꾸며 전개되는 소설로 알고 있는 반면 이 작품은 심규보가 심 선장의 행적을 추적하며 그동안은 몰랐던 심 선장에 대해 차츰 알게 되는 구조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 “ (…) 선원 대다수가 외국에서 긴 항해를 마치고 나면 우울증을 겪게 됩니다. 조용히 지나가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그건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의처증에 힘들어하거나, 도착증세를 가진다거나,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당연한 건지도 몰라요. 바다가 드넓고 자유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발을 딛고 선 곳은 한정적이잖아요. 그 좁은 배에서 몇십 명의 선원들이 구역을 나눠 살고 있었다고 생각해보면 미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고통을 감수하변서 힘겹게 적응해왔던 뱃을을 쉽게 그만둘 수 있을까요. 세상에 무른 건 하나도 없습니다. 바다는 선원들을 쉽게 보내주지 않습니다. 그런 방식은 애초부터 없는 겁니다. 공짜란 없습니다. (…) ” (100p)


심 선장은 인생 전부를 뱃사람으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뱃일을 하던 중 아내를 떠나보내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 와중에도 그는 자신이 지켜야했던 아들 규보가 있었기 때문에 무너질 수 없었다. 규보는 그저 어머니와 관련해서는 ‘냉혈한’이기만 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오히려 그를 피하기까지 했었는데, 아버지와 같이 일했던 선원을 만나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가슴이 미어짐과 동시에 새로운 사실 또한 하나 더 알게 된다. 그건 바로 아버지가 꾸준하게 글을 썼다는 것이었다. 규보는 아버지가 글을 썼다는 도서관에 가서 그 글을 보게 되며 다시금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면을 알게 되며 서사는 한층 더 깊어진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다루는 소설들은 읽는 동안 무조건적으로 가슴을 묵직하게 내려앉힌다. <라스팔마스는 없다> 역시 그러했다. 긴 말이 필요할까? (지금까지 길게 써놓고 이게 무슨 말;;)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애틋한 마음으로 이 소설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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