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터 허블청소년 1
이희영 지음 / 허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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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완독할 때면 그 책이 좋았던 싫었던 간에 그 감상을 꼭 기록으로 남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좋으면 좋았던 대로 어떤 점이 좋았는지, 싫으면 싫은대로 어떤 점이 나와 맞지 않았는지에 대해 억지로라도 감상을 남기는 것이 내게 꽤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적지 않게 도움이 되는 편이다. 이를테면 나의 취향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알게 되는 듯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독한 ‘모든’ 책의 감상을 남기진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냥 적당히 재밌긴 한데 딱히 뭐 느낀 점이라든가 이렇다할 말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나에겐 <불편한 편의점> 등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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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터>를 읽는 동안에도 그런 느낌이 자꾸 들었다. 괜찮긴 한데 뭐, 엄~청 재밌다고 할만큼은 아니고 이렇다할 감동을 받지도 않았고… 어쩐지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남기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쯤에서 내용 소개를 간략하게 하자면, <테스터>는 멸종된 생물을 복원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예상치 못하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까지 같이 부활시켜 그에 감염된 한 아이가 주인공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무난한 SF 소재에 무난한 전개를 더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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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책의 결말을 맞이한 뒤의 나는 생각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곳에는 엄청난 반전이 도사리고 있었다. 예상한 독자가 있을까? 물론 지구상 어딘가에 한명쯤은 있겠다만, 그래도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었다. 지금껏 많은 추리소설을 읽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웬만한 반전에도 그다지 놀라지 않는 심보(?)를 갖추게 되었건만, <테스터>는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주 시원하고 매우 세게 뒤통수를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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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만으로는 이런 충격을 주지 못한다. 아주 무거운 ‘생각할 거리’를 같이 던졌기 때문에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물론 스포일러를 혐오하는 사람으로서 결말의 내용을 배제하고서 나의 감상만을 적도록 하겠다. 사실 나는 ‘인류애’가 많은 사람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 점을 깨달았다. (디스토피아 세계관 소설은 정말 나와 맞지 않는다.) 뉴스에서 흉흉한 사건들을 방영하지만서도, 그래도 우리 주변에는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고, 세상은 아직 살아갈 만하다고, 나는 그렇게 믿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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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에게 작품은정말 그렇게 생각해?’라고 눈을 부라리며 묻는 듯하다. 한줄평에도 남겼듯,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지독한가, 어디까지 추악할 있는가 라고 질문을 내게 던지는 듯했다. 나는 질문에 쉽사리 긍정의 답을 내놓지 못하겠다. 작품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추악한 행태가, 어쩐지그럴 수도 있을 같다 충분히 납득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생각이 틀리다고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테스터> 내게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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