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대한 감각 트리플 12
민병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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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대한 감각> - 민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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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게 무슨 말인가.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하얀 건 종이고 검은 건 글씨,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는 건 이것 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를 당최 하나도 알지 못하겠던 작품은 정지돈 작가의 <스크롤…!> 뿐이었는데, 이 책도 그 리스트에 추가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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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병훈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그의 말을 알아듣고 싶었지만, 애초에 그건 불가능한 욕망이었음을 이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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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뒷편에 실린 박혜진 문학평론가님의 작품해설에 실린 문장이다. 즉, 평론가님도 이 책을 읽기 힘들었다고 하니,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물론 작품 해설에는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지만, 전혀 와닿지 않았다. 내겐 그저 어려웠을 뿐이었다. 아무튼 이 책이 어떤 느낌인지를 설명하고 난 뒤, 왜 어렵게 느껴졌는지를 후술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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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전개 방식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무수한 이미지들의 나열’이라 할 수 있다. 작품 해설에서는 시각으로, 청각으로, 촉각으로 감각된 것들이 무차별적으로 ‘현상’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에 큰 동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의 3요소인 주제, 구성, 문체 중 ‘구성’이, 조금 깊이 들어가면 소설 구성의 3요소 인물, 사건, 배경 중 ‘사건’이 부재한 듯한 작품이다. 명확한 갈등이랄지 인과관계가 없이 그저 주인공(혹은 작가님)이 감각한 이미지들을 두서 없이 나열한 듯한 이 책을 과연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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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의 말을 조금 더 빌리자면,

🗣 민병훈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강박적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불연속성이다.

🗣하나의 이미지와 또 다른 이미지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이미지들의 연쇄는 의식에 현상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 만큼 다층적이고 산만하다.

‘산만’이라는 단어가 정말 잘 맞는 표현이자 설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소설의 정석에서 과감하고 완전하게 벗어난 작품인 듯하다. 책을 많이 읽어본 고수들이라면 모를까, 아직 ‘책린이’인 내게 이런 책들은 너무 어렵게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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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중고로 샀는데, 배송받아보니 작가님의 ‘친필사인’이 되어있는 책이었다. 웬만하면 ‘친필사인본’은 판매보다는 소장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책을 읽어보니 이 책을 중고로 파신 분의 심정이 어땠을지 대충 짐작이 가기는 한다. 하지만 이 책의 리뷰들을 살펴보니, 알라딘 홈페이지의 평들이 꽤 좋은 편이었다. 그렇기에 이 책에 대한 이 글 역시 개인적인 차원에서 어려웠다는 감상을 남기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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