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일기 - 당신이 두고 간 오늘의 조각들 카페 소사이어티 1
이미연 지음 / 시간의흐름 / 201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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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일기> - 이미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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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이제 커피의 신이야. 커피를 달라고 들어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커피를 마시기 전이니까 제정신이 아닌 좀비들이거든? 그들에게 커피를 줄 수 있는 너는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거야. 그러니까 그들이 아무리 재촉해도, 무례하게 굴어도 쫄지 말고 네 페이스대로 천천히 해줘. 어쩌겠어? 커피를 가진 자는 너인데.” (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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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나의 취향과 완전히 잘 맞는 에세이를 읽었다. <카운터 일기>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저자가 뉴욕 브루클린의 한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적은 글(일기)을 엮은 에세이로, 카페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뒤도 안돌아보고 무작정 이 책을 들이밀고 싶을 정도로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투썸 플레이스에서 6개월, 개인 카페에서 1년 남짓한 기간을 아르바이트 해본 적이 있는지라, 책을 읽으면서 커피를 파는 입장이라는 같은 처지로서 크게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었고 한국과는 다른 뉴욕 카페만의 분위기를 느끼기도 했으며, 작가님의 현란한 글솜씨로 지금의 내 심정에 가장 필요했던 위로를 받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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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은 리듬에 맞춰 고개까지 그덕이며 (물론 아무도 못 듣게)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손님 중에서 무의식적으로 같은 부분을 흥얼거리는 사람이 나 말고도 두 명이나 더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남몰래 재밌어 했다. (27p)

개인 카페에서 있었던 경험이 떠올라서 낯부끄러움을 느꼈던 구절이었다. 투썸이나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와는 다르게 개인 카페에는 손님이 언제나 많진 않다. 특정 시간대에만 몰리고 그 외에는 아주 한가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때문에 손님들이 아무도 없을 때에는 카페에 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조작(?)하여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바꿔 틀곤 했었다. 그 사건 당시에도 손님은 한 명도 없었고, 나는 이때다 싶어 노래를 바꿔 틀고 밀린 설거지를 하며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설거지를 끝내고 뒤를 돌아보니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던) 손님이 와있었다. 웃참 챌린지를 하는 그 분의 얼굴을 보며 뒤늦게 나의 행동을 되돌아보니, 그때 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수준을 넘어서 ‘열창’을 하다시피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테이크아웃으로 그 손님을 보내드린 뒤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창피해서 주저 앉아 속으로 부끄러움을 달랬던 기억이 났다. (참고로 그때 불렀던 노래는 지아의 ‘술한잔해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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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맞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 망쳐버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옳다고 생각되는 지점에 다다르는 순간이 있을 것이고, 그때 가서 돌아보면 지그재그로 걸어온 지난 길이 그 순간을 만드는 데 필요했던 요소임을 수긍하게 될 테니까. 옳다고 생각되는 그 지점에서 눈 깜짝할 새에 다시 내려와 또 회의와 고민으로 점철된 길을 걸으며 ‘이렇게 살아도 되나’를 묻더라도 하나하나 도장을 찍다 보면 언젠가는 선물처럼 ‘리뎀션의 순간이 다시 온다는 것을 아니까 조금 덜 두려워할 수 있을 것 같다. (45p)

군대에서 전역한 뒤에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지금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맞는 것일까, 잘못된 곳을 향한 것은 아닐까, 혹은 너무 돌아가고 있는 걸까 등등 고민이 많은 요즘의 나에게, 45페이지의 이 구절들은 너무도 정확하고 시기적절한 위로가 되었다. ‘언젠가는 옳다고 생각되는 지점에 다다르는 순간’이 오기를, ‘지그재그로 걸어온 지난 길이 그 순간을 만드는 데 필요했던 요소임을 수긍’하게 되기를 바라며 조금은 걱정을 덜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그대로 추진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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