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까지 알까 - 2020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정지아 외 지음 / 강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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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까지 알까> - 정지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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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입소문 만으로 베스트셀러에 등극하였다는 화제작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쓴 정지아 작가님의 단편이다. 사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대해 인친분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추천 및 호평을 접하였으나, 다루고 있는 소재나 줄거리 등을 들었을 때 나의 취향과 맞지 않을 듯하여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을 싫어한다. 때문에 앞으로도 읽어볼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정지아 작가님의 글은 읽어보고 싶었고, 때마침 내 책장에서 2년 전에 사두고 읽지 않고 계속 묵혀두었던 ‘2020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수상한 작품이 정지아 작가님의 단편 <우리는 어디까지 알까>였으므로, 이거다 싶어 곧바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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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위암 환자인 알코올 중독자에게 술을 줄 수밖에 없는 가족들의 심정’을 담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기택’(암환자+알코올 중독)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마음도 너무 이해되었고, 술을 계속 마실 수밖에 없었던 ‘기택’의 삶과 그의 내면도 역시나 너무도 와닿아서, 읽으면서 마음이 정말 많이 무거워졌다. 

🗣 평생 술 마시는 남편을 보고 산 큰어머니는 어지간한 일에는 눈 하나 꿈쩍 않는 여장부였다. 그런 큰 어머니가 돌아온 기택이를 보고 대성통곡했다. 살이 어찌나 빠졌는지 꼭 허수아비 같았던 것이다. (31p)

🗣 눈을 못 감겄어. 눈만 감으면 있잖애. 온 시상이 시커먼디, 시커먼 것이 똑 목을 졸르는 것맹키여. 무서서 눈을 못 감겄어. 술을 마시면 나도 모리게 잠을 장게, 무서서, 잘라고 마시는 것이여. (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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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에피소드만을 가지고 한 인물의 전 생을 보여주는 솜씨가 능숙하고, 한 개인의 삶이 역사와 사회라는 힘센 요소들에 의해 조형된다는 사실을 티 내지 않고 말하는 화법이 탁월하다’고 말한 이승우 소설가님의 심사평에 크게 공감하는 바이다. 원래 같았으면 읽는 동안 가족의 입장에 서서 술을 계속 퍼마시는 ‘기택’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택’이 어떤 생애를 살아왔는지와 술을 계속 마실 수밖에 없게 만든 사회적, 가족적인 요인이 온전히 납득이 되니, 이도 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버린 양 너무도 가슴 아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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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인위적으로 과장하거나 절제하는 것 없이 날 것 그대로를 적는 듯한 작가님의 문체가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더 깊이 빨아드는 것 같다. <작별>에서 느낀 한강 작가님의 문체가 슬픔을 절제하듯 담담한 문체로 오히려 독자들에게 슬픔을 안겨주었다면, <우리는 어디까지 알까>의 정지아 작가님은 애처로운 상황 그 자체를 그대로 드러내어 안타까움을 극적으로 강조하는 듯하였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가 아니라, 다르게 둘 다 너무 좋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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