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03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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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잘 있습니다> - 이병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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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 대한 감상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아서 막막하다. 그만큼 나는 ‘시’와는 거리가 멀었던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시’라고 하면 항상 막연하게 어렵다고만 생각하고선 애초에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내가 갑자기 시집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일단 이병률 작가님의 <혼자가 혼자에게>라는 산문집을 감명깊게 읽어서 이분이 쓴 시가 궁금해졌다는 것과, 때마침 방문한 알라딘 중고서점에 이 시집이 있었다는 것, 최상 품질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아주 저렴했다는 것 등등 모든 사건이 우연히 맞아 떨어진 듯하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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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읽어본 이병률 작가님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라는 시집의 총평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전체적으로 어렵긴 했으나, 마음에 와닿는 시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사실 ‘이게 무슨 뜻을 내포한 표현일까’ 싶게끔 해석하기가 어려웠던 시들이 많아서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건너뛰는 시들이 꽤 많았던 것 같은데, 마음에 와닿는 시 혹은 일부 구절에 인덱스를 붙여보니 꽤 많은 곳에 인덱스가 붙여져 있었다. 그 말인 즉슨, 나조차 알게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마음이 많이 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시집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 중 일부를 적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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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식당의 젓가락은

한 식당에 모여서도

원래의 짝을 잃고 쓰여지는 법이어서


저 식탁에 뭉쳐 있다가

이 식탁에서 흩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지나 닳고 닳아

누구의 짝인지도 잃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다가도

무심코 누군가 통에서 두 개를 집어 드는 순간

서로 힘줄이 맞닿으면서 안다


아, 우리가 그 반이로구나

 - <두 사람>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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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 너무도 바쁜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에 과거에 정말 친했던 친구와도 연락을 꾸준히 주고 받기가 힘들어져 그 우정의 농도가 점차 옅어져갔던 경험이 다들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 시는 그에 대해 위로를 건네주는 듯했다. 아무리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더라도 정말 마음이 잘 맞았었다면, 아주 오랜만에 만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그 인연을, 우정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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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학생인 나에게 있어서 오래전의 친구라하면 고작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이 전부일테지만, 부끄럽게도 이때의 친구들과는 연락조차 오고가질 않는다. 그때엔 정말 친하게 지냈었는데, 싶어서 울적해지기도 하고, 그럼에도 그들을 떠올리면서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즐거웠던 추억들이 떠올라 행복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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