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이 그랬어 트리플 1
박서련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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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이 그랬어> - 박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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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님의 작품은 <더 셜리 클럽>이 처음이었다.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내용의 작품이었기에 ‘엄청’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지던 차에 <호르몬이 그랬어>라는 책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발견했다. 단편이 세 편 수록되어있는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트리플’ 시리즈였고, 장편(더 셜리 클럽)을 읽어보았으니 작가님의 단편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작품을 구입하여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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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이 그랬어>는 밝고 따뜻한 <더 셜리 클럽>과는 달리 아주 불쾌하고 어두운 내용을 담은 단편들의 모음집이었다. 수록된 세 편의 작품을 간단히 톺아보자면, 가장 먼저 수록된 <다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에는 양다리…를 넘은 삼다리(?)를 걸친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심지어 이 주인공은 연애의 상대에 남녀를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표제작 <호르몬이 그랬어>는 문자로 이별을 통보했던 전남친이 성공한 모습으로 나타나 본인의 결혼 사실을 통보하자, 주인공은 모친의 연애 상대와 잠자리를 가지려 한다(?!?!). 이게 무슨 불쾌하고 불편한 내용인지… 싶었다. 마지막 작품 <총>은 죽은 연인을 떠나보내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렸는데, 그의 마음에 공감이 되어 슬픈 감정이 들었다기보다는 그저 한없이 어둡고 우울하기만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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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호르몬이 그랬어>에 수록된 세 편의 작품은 지금까지 박서련 작가님이 쓰셨던 작품들과는 아주 많이 달랐다.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수록된 단편들 뒤에 실린 (‘작가의 말’의 역할을 하는) 에세이 <……라고 썼다>를 읽으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당시의 제가 삼십대 초반인 저처럼 작품을 쓸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저 또한 이십대 초반의 저처럼은 쓸 수 없습니다. (1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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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 책은 작가님이 등단하기도 전인 이십대 초반에 쓰셨던 단편들을 엮은 작품집이기 때문에 지금과 많이 다른 분위기를 풍기었던 것이다. 이 짧은 에세이에는 작가님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본인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괴로워했던 마음이 <총>이라는 단편에 녹아든 것 같기도 했고, 작가 자신이 과거의 스스로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수록된 단편들 보다 오히려 작가님이 본인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쓴 에세이 <……라고 썼다>가 이 단편집에 실린 이야기들 중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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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내용과 별개로 한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점이 있다. 바로 ‘가격’이다. 단편 세 개가 실려있다는 점에서 ‘소설 보다’ 시리즈와 ‘트리플’ 시리즈는 같은 맥락에 있는데, ‘소설 보다’ 시리즈는 약 3000원 언저리의 가격대인 반면 ‘트리플’은 12000원…? 출판사가 일부러 값을 올려 받기 위해 비싼 각양장으로 만든 것인지, 어쨌든 납득이 되지 않는 가격이다. 중고 서점에서 반값 가까이에 구입해서 망정이지, 제값주고 이 시리즈를 사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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