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진심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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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진심> - 조해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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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을 만났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은 감동과 여운을 받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책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자극적인 추리 소설들을 주로 읽었고, 그것들은 재밌긴 했지만 항상 단발적이었다. 지금은 그래도 고전 세계문학이나 한국 문학을 많이 읽기는 하지만, 이 작품에서 느낀 이 감정은 처음으로 느껴본 깊이의 여운인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책의 리뷰들을 쓰면서 ‘묵직한 여운’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이 작품을 읽은 지금부터는 이 표현을 잘 쓰지 못할 것 같다. 진정한 ‘여운’이라 함은 이 책의 감상을 두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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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간단하다. 오래전에 프랑스로 입양된 주인공이 한국에 돌아와서 본인 이름의 기원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의 인생 첫 기억은 청량리역의 철도 위에서 시작된다. 철도 위에 홀로 남겨져 있던 어린 아이를 본 기관사는 열차를 급정거시켜 그녀를 살릴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1년 정도를 키워준다. 이때의 그녀는 ‘정문주’라고 불렸다. 하지만 주인공은 끝내 어느 고아원으로 다시 보내지고 ‘박에스더’라는 이름으로 살다가 프랑스로 가게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나나’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지만, 항상 ‘문주’의 이름에는 무슨 뜻이 있을지를 생각해왔고, 그렇게 본인의 이름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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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작품에는 ‘정문주’의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주인공이 묵던 곳 근처에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복희’의 서사도 상당히 중요하게 전개된다. ‘복희’라는 인물도 누군가를 벨기에로 입양보냈다. 주인공은 기관사에게 생명을 구해준 은혜에 대한 감사함과 동시에 자신을 고아원에 다시 버렸다는 원망스러움도 있었기에, 복희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복희가 겪었던 가슴아픈 사연을 알게 되며 그녀의 평생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발벗고 노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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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작품의 문장 하나하나가 정말 좋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담하고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문체는 내 심금을 울리는 듯했다.

🗣 나는 그때 프랑스에서보다 훨씬 더 순도 높은 외로움에 시달렸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며 끊임없이 확장되는 동심원 모양의 외로움이었다.

🗣 어쩌면 철로는 생모를 미워하기 위해 내가 구축한 관념의 공간인지도 몰랐다. 그건, 단순한 미움이 아니라 이해와 용서를 봉쇄하는 근원적인 미움이었을 것이다. 철로라는 매정한 공간이라면 그녀의 순진한 악도 그곳에 남게 되니 그녀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일은 내가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그녀를 미워하는 힘으로 살아왔으며, 그녀의 절박한 상황을 이해하고 나를 버린 선택을 용서할까 두려워했던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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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심정을 너무도 느낄 있었던 문장들이었다. , 영화 등에서입양 소재로 작품들을 보면, 입양되면 새로운 삶을 있을 거라는 희망에 기대어 입양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이들의 모습들을 종종 보았다. 그러나 입양 후에 그들의 처지와 감정에 대해서는 무심했던 같다. 작품을 읽으며 예상치 못한 부분들을 알게 같아서 놀랐고, 나의 무심함에 대해 반성했다. 더군다나 조해진 작가님의 표현이 너무 좋았다. ‘동심원 모양의 외로움이랄지, 철로를생모를 미워하기 위해 구축한 관념의 공간이라 말한 것이랄지너무 좋았다좋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나는 항상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문장을 메모장에 적어놓는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에서 <단순한 진심> 가장 많은 문장을 적은 책이다. (사실 그런 문장들을 적고 싶은데 인스타 글의 한계가 있는지라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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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패밀리데이 행사 구매한 책이다. 그때 조해진 작가님의 책을 안샀을까. <아무도 보지 못한 >, <여름을 지나가다> 등등 분명히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있었건만…. 그때의 내가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알라딘에서 사든, 하반기 온라인 패밀리데이 행사 사든, 어떻게든 읽고야 것이다. 나의 인생책이 <단순한 진심>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주고픈 마음이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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