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표류기 - 조선과 유럽의 운명적 만남, 난선제주도난파기 그리고 책 읽어드립니다
헨드릭 하멜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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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 표류기> - 헨드릭 하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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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 표류기>에는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추억이 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중학교 3학년 즈음에 학교 시험에서 ‘하멜’이 답인 문제가 나왔는데 그 문제를 틀렸었던 것이다. 때문에 시험이 끝나고 분노에 휩싸여서 네이버에 폭풍 검색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애증’의 <하멜 표류기>가 방송 ‘요즘 책방 : 책읽어드립니다’에서 다뤄진 적이 있다길래 한번 읽어볼까 하다가 지금이 되어서야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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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나는 역사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 수능을 볼 때 사회탐구 선택과목으로 ‘세계사’를 고르기도 했었고, 대학교 2학년 때 복수전공을 ‘역사교육과’로 신청하기도 했다. (지금은 복수전공을 포기했다. 교양으로 배우는 역사와 전공으로 배우는 역사 사이에는 내가 각오했던 것보다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읽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 그동안은 항상 한국인의 입장에서 그려지고 서술된 역사만을 배웠는데, <하멜 표류기>만큼은 한국을 바라보는 제삼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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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보면 하멜이 우리나라에 대해 꽤 자세히 알고 있고 그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하멜 표류기>를 썼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하멜 일행은 제주도에 도착하여 서울로 압송될 때 전라도를 거쳐서 올라왔는데 그 전라도 도시들의 지명을 정확하게 알고 기록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싶었는데, 알고보니 하멜의 직업이 ‘서기’여서 기록하는 것이 습관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하멜이 우리나라를 꽤 자세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가장 놀란 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하멜 일행이 일본으로 건너갔을 때 받았던 질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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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 일행은 나가사키 부교를 만나 총 54개의 질문(폭탄)을 받는다. 방송 ‘책읽어드립니다’에서는 그것이 조선과 일본이 외부 세력을 만났을 때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하였다. 조선에서는 하멜 일행을 그저 ‘남만국(남쪽 오랑캐)’라 칭하며 가둬두고 억류하는 한편, 일본에서는 그들이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를 세세하게 질문하여 그것을 배우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물론 나도 일본이 외세에 개방적이었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하멜 일행에게 했던 질문만큼은 일본이 하멜 일행에게서 무언가를 배우려 한다기보다는 우리나라에 대해 염탐을 하고자 했던, 다분히 의도적인 질문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 : “너희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큰지 아는가”

🇯🇵 : “그 나라의 총과 무기는 어떻게 생겼는가”

🇯🇵 : “그들은 군함이 있는가”

🇯🇵 : “그들은 무엇을 신앙하고 있는가, 또 너희들에게 개종하라고 강요한 적이 있는가” 

등등 하멜에 대한 궁금증이 아닌,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질문이 더 많았다. 읽으면서 일본에 대한 악감정이 생기기도 했고, 조선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이 들기도 했다. 혹시 나만 이렇게 느낀 것은 아닐지, <하멜 표류기>를 읽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다. 끝으로 기록해두고 싶은 문장 하나 남기며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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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략) 그들이 입고 있는 복장은 우리들 네덜란드 사람이나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하던 것들뿐이었습니다.” - 중국인들 보고있습니까?? 시대의 네덜란드 사람들도 한복은 우리나라 고유의 것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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