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뒤흔든 불멸의 여인들 1 - 중국 역사상의 10대 여성
장숙연 지음, 이덕모 옮김 / 글누림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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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뒤흔든 불멸의 여인들> - 장숙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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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비소설 리뷰를 쓰는 것 같다. 얼마 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는데, 이번 올림픽은 유난히 논란거리가 많았다. 스키 인공설 논란이나 피겨 도핑 논란 등 다른 종목들도 말이 많긴 한데 ‘쇼트트랙’ 종목에서 아주 그냥 중국이 다 헤쳐먹으려고 하는 게 너무 심했던 것 같다. 아무튼 책 얘기로 돌아와서, 중국은 지금만 이러는 게 아니라 예로부터 이런 국가였고 이런 민족이었다. 역사를 좋아하는 내가 특히 중국사를 재미있어하는 이유 역시 막장도 이런 개막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중국의 역사를 한번 더 알아보고자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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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에는 흔히 말하는 4대 미녀[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와 4대 악녀[달기, 여치, 측천무후, 서태후]가 있다. (어디서 이런 걸 정했는지는 모르며, 내가 적은 이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드라마 <펜트하우스>, <부부의 세계> 못지 않은 서사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작가가 중국 역사에서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 10대 여성을 뽑아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10명의 내용을 모두 다루기에는 인스타에서 허용하는 글의 길이에 한계가 있어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 한 명만 내용을 추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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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뤄진 인물들 중 내게 가장 인상깊던 인물은 바로 ‘4대 미녀’ 중 한 명인 ‘왕소군’이다. 당시의 황제 ‘한 원제’는 각지에서 빼어난 미녀들을 선발하여 후궁 및 궁녀로 들었고 왕소군도 그 안에 들어갔다. 이때는 선발된 미인들이 직접 황제를 배알하는 것이 아닌, 화공이 그려주는 초상화를 통해 황제에게 선택을 받아야 하는 체계였다. 그리하여 많은 여인들이 화공에게 뒷돈을 주어 본인보다 더 예쁘게 그려달라 하였지만, 왕소군은 그러지 않아서 초상화보다 못생기게 그려져 황제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궁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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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흉노족의 ‘호한사선우’는 분열된 흉노를 통일한 후 한 원제에게 그의 공주를 자신에게 시집보내 화친을 맺자고 제안하였다. 한 원제는 이를 승낙하지만 본인의 딸을 흉노에게 보내고 싶진 않아서 남아도는 궁녀 중 아무나 한 명을 보내라 명하였다. 이 말을 들은 왕소군은 본인이 흉노로 가겠다고 자원했다. 이때 왕소군을 처음 본 황제는 보는 사람의 혼이 나갈 정도로 빼어난 왕소군의 미모를 보고 후회막심하였으나 본인이 뱉은 말을 돌이킬 수 없어 흉노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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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왕소군은 흉노로 넘어가서 한과 흉노의 화친을 견고히 하는 왕비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였다. 하지만 호한사선우의 죽음 이후 즉위한 ‘조도막고’가 본인의 아들을 왕위에 올리려는 욕심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던 왕소군의 아들을 독살한다. 남편을 잃고 아들마저 살해당하는 극심한 아픔을 이기지 못한 왕소군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한다. 왕소군은 매우 현명하여 아들을 문무에 인성까지 겸비한 훌륭한 인재로 키워냈고, 한과 흉노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그녀의 안타까운 결말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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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소군’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던 이유는 ‘색다름’이었다. 여기서 언급하진 않은 다른 인물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막장의 서사가 중국사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왕소군’만큼은 달랐다. 그녀는 현명했고 본인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일 줄 알았으며,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복수심을 불태웠던 많은 여인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 나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물론 '재미'만 따지자면 가장 재밌던 이야기는 ‘측천무후’였다. 평민 출신인 그녀는 자신의 자식을 죽이면서까지 높은 자리에 오르고자 하였고, 결국 새로운 나라를 세우며 황제의 자리에 앉았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그녀가 훌륭한 정치를 펼쳤다는 것이다. 때문에 역사학자들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이 아주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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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왕소군’, ‘측천무후말고도 정말 재밌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중국사를 가볍게 알고 싶은 사람들이나양귀비’, ‘서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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