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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이 " 앵무새 죽이기"라 의아해 했다. 인간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앵무새를 왜 죽일까. 이 새가 범죄에라도 이용 된 것일까? 중반 정도의 읽기 진도가 나간 다음에 알게 되었다. 1930년 대공항기에 미국 남부 앨라배바 주의 인종차별 문제와 연관이 있다. 진 루이즈 핀치(스카웃) 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천대 받고 멸시 당하는 당시의 남부의 현실을 어린 눈으로 보게 된다. 더러운 인간성을 가지고 무능하지만 단지 피부색이 희다는 이유로 이웰 집안 사람들은 흑인 톰 로빈슨을 간강범으로 몰아가서 최후에는 억울하게 죽게 만든다. 이 톰 로빈슨이 앵무새가 아닌지? 그리고 항상 집안에서 나오지 않고 이 세상과 담 쌓고 사는 부래들리도 역시 앵무새 일 것이다.
스카웃의 아빠 에티커스 핀치 변호사는 젬과 스카웃에게 공기총을 사주고 앵무새는 죽이지 말라고 말한다." 맞출 수만 있다면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172P) "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무엇을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지.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173P)
미국 사회는 아직도 인종 차별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 범죄 의심이 가는 흑인이 도망가면 충분히 체포가 가능한데도 총을 마구잡이로 쏴 말썽이 생기는 일이 종종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영호남 지역 감정이 고래 심줄 같이 질기게 아직도 존재하는 것 처럼 말이다.
불과 여섯 살의 스카웃은 맑고 순수한 영혼으로 인격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아버지로 부터 또하나의 삶의 교훈을 배운다. "아빠가 정말 옳았다. 언젠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참말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 적이 있다. " (525P) ( 캐롤라인 선생님과 스카웃이 갈등을 겪었을 때, 아빠는 다음과 같이 스카웃에게 말한다. " 스카웃 간다한 요령 한 가지만 배운다면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하는 거야 --" "---말하자면 그 사람 몸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 다니는 거야" (60P) 이런 대화 속에서 스카웃은 깨닫는다. 남을 배려하고, 힘없는 약자를 더 생각하며 관심을 기울이야 된다는 것을 ----
내가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어린 주인공의 눈을 통하여 1930년대의 어려운 시대배경으로 미국 사회의 선과 악을 아주 실감나게 그리고 있기때문이다. 스카웃이라는 어린 소녀의 성장 소설로 인식 될 수 있는데, 그러면서도 흥미와 재미를 준다는게 이 소설의 장점이다.
변호사인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 오빠 젬과 미시시피에서 방학 대만 오는 친구 딜, 이웃에 사는 핸리 라파예트 듀보스 할머니, 모디 앳킨스 아줌마, 고모 알렉산드라, 흑인 가정부 캘퍼니 등도 우리의 주인공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카웃은 집안의 내력으로 어머니를 잃고, 오빠와 아빠랑 살아간다. 캘퍼니 아줌마가 엄마를 대신하고 있지만 아버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스카웃이 처음 학교에 가서 자기 입장에서만 아이들을 이해하는 다소 독선적인 캐롤라인 샘을 만나면서 학교에 흥미를 잃고 고민 할 때도 아빠의 도움을 받는다. "아빠는 내가 오늘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씀하셨다. 캐롤라인 선생님도 많은 것을 배우셨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우선 커닝햄 집안 사람에게 아무것도 주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배우셨다는 거다. 하지만 월터와 내가 선생님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선생님 편에서 선의의 실수를 저지른 것임을 알 수 있었을 거라고 하셨다." (61P) 스카웃은 이 책의 끝 부분에서도 인정하지만 이 런 부모님의 충고로 정신적으로 그녀가 성장하는데 기여한다.
부 래들리 집안에 대한 호기심으로 오빠 젬과 친구 딜. 그리고 스카웃은 낚시 대를 만들어서 그 집에 편지를 집어 넣으려고 하는 등 많은 관심을 가진다. 어느 날 이런 행위가 아빠에게 발견되어 다음과 같은 말을 듣게 된다. "래들리 씨가 무엇을 하건 그건 아저씨가 알아서 할 일이다. 아저씨가 밖에 나오고 싶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자기 집 안에 머물러 있고 싶다면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관심을 피해 집 안에 있을 권리가 있."(96P)우리는 우리가 조금 안다는 명분으로 남에게 지나친 불편한 관심을 가지지는 않는지. 염려해 주는 척하지만 그것이 남을 비방하는 말이 된다는 것을 자주보게 된다. 에티커스 핀치의 이 말은 좋은 귀감이 된다. 스카웃 말고 우리들에게도. 아무튼 흥미와 감동을 가지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필도서라해도 과장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