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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 세계의 식탁을 점령한 음식의 문화사
크리스토프 나이트하르트 지음, 박계수 옮김 / 시공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누들, 국수라는 단일 음식으로 이렇게 책 한 권을 쓸 정도면, 가히 그것에 대해서 경지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학문적 측면으로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을 것 같은 것 같은 국수.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국수의 대단한 위력을 알았다. 그것은 몇 나라에서만 별식으로 먹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4000 년 역사를 가진, 전통 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비로소 인식했다. 이 책의 부제도 『세계의 식탁을 점령한 음식의 문화사』로 되어 있는 것이 공감이 되었다.
우리 주변에 국수라면 환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칼국수, 비빔국수, 잔치국수, 자장면, 우동 등 면 음식을 특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었다. 어쩌다 먹는 별식으로 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가급적 피해야 하는 음식으로 생각했었다. 지금은 이 책을 통하여 국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인간에게 사랑받아 온 것을 보면, 인간의 체질에 잘 맞고 적당한 요리를 통해서 훌륭한 한 끼의 음식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저자 ‘그리스토프 나이트하르트’는 글로벌한 삶을 사는 자다. 그는 스위스에서 물리, 수학, 사진을 공부하고, 언론인으로서 독일에서 활동했으며, 12년간 상트페테르부르크 특파원으로, 하버드대, 현재는 프리랜서로 도쿄에서 중국인 아내 미오와 함께 살고 있다. 직장을 이렇게 여러 국가를 뛰어넘어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아인가. 저자는 이처럼 세계를 여행하는 것 같은 삶을 살면서, 누들에 대한 이런저런 관심으로 뛰어난 학술논문 이상의 글을 남겼다.
이 책에 나오는 누들 중, 이탈리아 스파게티와 일본의 라면, 소바, 중국의 미엔, 베트남의 포 등이 내가 그나마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특히 일본의 소바는 그 해 마지막 날, 전 일본 사람들이 모두 즐기는 음식이라고 한다. 마치 우리가 정월 대보름에 여러 가지 나물을 먹고, 추석에 송편을 먹는 풍습과 같은 것으로 본다.
얼마 전 베트남 여행에서 그 나라의 ‘포’를 처음으로 먹어 보았다. 흔히 우리가 쌀 국수라고 말하는 것인데, 맛에 있어서 특별한 느낌이 없고, 소스를 잘못 넣으면 냄새가 나서 못 먹는다는 사실만 알았다. 그런데 그 나라 사람들은 아침에 가정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꼭 밖으로 나와 이 포를 먹는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몇 사람이 둘러앉아 열심히 포를 먹고 있는 광경은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호텔의 부폐에서도 쌀 국수 메뉴가 꼭 있었다. 사리로만 있는 것도 있고, 뜨거운 물에 말아 놓은 것도 있었다.
나에게는 별로였던 국수가 이 책을 통하여 색 다르게 인식되어 앞으로 좋아하는 음식의 하나가 될 것 같다. 저자가 다각적인 관찰과 진지한 노력의 자세로 묘사하고 조사한 누들에 대한 고찰은, 여러 가지로 우리에게 음식문화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