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만큼 민족이나 국적에 따라서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없습니다.우리가 맛있게 먹는 돼지고기는 이슬람권에서는 먹어선 안 되는 음식입니다.또 우리나라 사람은 뜨거운 국물을 좋아하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국물은 식혀먹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자를 찌거나 구우면 뜨거울 때 호호 불어먹습니다.그래서 식은 감자는 식욕을 자극하지 못합니다.

 

   영어권에서는 감자를 식혀 먹습니다.그래서 뜨거운 감자를 호호 불어먹는 우리나라 사람은 그들의 눈으로 보면 신기하게 보이지요.이런 차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hot potato>의 번역어인 <뜨거운 감자>의 용법이 이상하게 되어버렸습니다.영한 사전을 보면 뜨거운 감자는 <난문제, 누구나 꺼리는 대상>이라고 쓰어있습니다.영어권에서는 감자를 뜨거울 때 먹지 않으니 뜨거운 감자는 기피 대상이고 그래서 이런 관용어가 생긴 것입니다.건드리면 다치거나 귀찮은 대상에 쓰이는 표현이지요.

 

  하지만 한국인들은 뜨거운 감자를 맛있다고 합니다. 요즘 기사를 보면 많은 이들의 화제가 되거나 쟁점이 되는 사안을 <뜨거운 감자>라고 하는데 이는 직역투 표현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줍니다.이런 현상은 <뜨거운 감자=핫 이슈>라고 오해하는 데서 생긴 것입니다.하지만 위에서 보았다시피 <뜨거운 감자=기피할 만큼 어렵고 껄끄러운 대상>입니다.

 

  외국의 관용어 중에는 직역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예를 들어 일본에서 온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말은 직역해서 써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하지만 <뜨거운 감자> 같은 경우는 우리 처지에서는 직역하면 안 되는 표현입니다.우리는 뜨거운 감자를 잘 먹으니까요.이런 직역투 표현은 "나는 이런 외국어를 배웠다구~" 하면서 자랑하려는 심리에서 나왔지만 결국은 애초에 토착화가 불가능한 표현이죠.우리나라에서 손님에게 뜨거운 감자를 대접하는 것이 실례가 되는 새로운 관행이 생기기 전에는 말이죠.

 

  그러니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뜨거운 감자>니 <핫 이슈>니 하는, 외국에서 건너온 표현 말고 그냥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거나 <화젯거리가 되었다> 정도로도 얼마든지 전할 수 있으니까요.그리고 요즘은 휴대전화에도 사전검색 기능이 있으니 확인 좀 해보고 글을 쓰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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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4-02-19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뜨거운 감자가 정확히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궁금하던 참이었습니다.
말씀을 살펴보니 확실히 번역어인데, 원문과는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네요.
'핫 이슈'는 증권가에서 인기있는 신주를 뜻하는 단어로군요.

노이에자이트 2014-02-20 16:39   좋아요 0 | URL
그래서 번역어를 수용할 때엔 정확한 의미와 맥락을 알고 했으면 좋겠습니다.안 그러면 기존의 우리 표현을 쓰는 게 낫죠.

페크pek0501 2014-02-21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에 동의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2-21 16:55   좋아요 0 | URL
그런 것을 귀찮아 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죠.

다크아이즈 2014-02-2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합니다.
전 뜨거운 감자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문제>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기피대상이란 의미였군요. 관심은 있는데 뜨거워서 못 먹는 걸로 이해했거든요.
제가 이해한 건 핫이슈란 말과도 약간 다를 것 같아요.
따라서 번역해서 들어온 관용구는 쓰임새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전부 지 멋대로 생각하는 경향? 낙타가 바늘 구멍 뚫는다, 도 그런 거지요?

노이에자이트 2014-02-23 22:19   좋아요 0 | URL
제대로 영어를 살피지 않은 사람들이 뭔가 아는 척하는 식으로 도입한 용법이라고 봅니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운운은 성경해석에 관한 문제라서 영어관용구보다는 양해해 줄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여하튼 영어관용구는 당장 사전만 들춰보면 바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