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그럴 줄은 몰랐어요..." 내가 전후 독일의 나치잔당들의 준동, 통독이전 서독의 외교에 대해 이야기 해줄 때 상대의 반응입니다.한국에서는 일본의 과거사 청산 방식을 지적하면서 반드시 "독일을 본받으라!"고 일갈하는 게 정해진 공식이니까요.하지만 독일의 과거사 청산을 곰곰이 살펴보면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독일은 2차대전 기간의 홀로코스트에 대한 면죄부로 서독시절부터 유태인 및 이스라엘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왔습니다.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은 반유대주의라는 혐의를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에 지식인들도 몸조심을 하는 편이지요.이렇게 지원받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무슨 짓을 해왔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한국에서 자칭 타칭 진보주의자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가한 만행을 비판하면서도 그런 이스라엘의 뒤에 독일이 있음은 눈을 감아왔습니다.
남아공의 백인정권은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했던 역할을 아프리카에서 했습니다.당연히 서방진영은 흑인운동을 탄압하는 백인정권을 지원했습니다.여기서도 독일은 미국 이스라엘과 함께 남아공 백인정권을 원조하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특히 남아공 백인정권이 핵개발 하는 데 서방진영은 큰 지원을 했습니다.백인정권에 대한 서방진영의 지지가 도저히 불가능해지자 백인정권은 서방진영의 종용으로 재빨리 핵무기를 해체합니다.흑인이 집권할 때 핵무기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지요.
독일이 이스라엘과 남아공 백인정권을 지원한 것을 보면 미국의 반혁명 전략에 철저히 순응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그래서 어떤 이는 전후에도 독일은 이스라엘을 통해 중동에서, 남아공 백인정권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또다른 홀로코스트를 지원했다는 혹평을 가하기도 합니다.독일에 대한 짝사랑이 유독 심한 한국인들은 이런 외교사의 이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요.
만델라는 집권 후에 카스트로와 카다피에 대해 감사를 표한 적이 있습니다.미국을 위시한 서방진영이 남아공의 백인정권을 지원하고 있을 때 카스트로와 카다피만은 만델라를 지지했기 때문입니다.카다피의 비참한 최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카다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다가는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만델라의 이런 태도에 당혹해할 사람들이 많겠지요.하지만 걸핏하면 인권이 어떠니 민주주의가 어떠니를 들먹이는 서방진영이 남아공에 대해 무슨 짓을 해왔는지 안다면 만델라가 카스트로와 카다피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손가락질할 일도 아닙니다.만델라야말로 집권 후 자신에게 찬사를 늘어놓았던 서방진영 강대국들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절감했을테니까요.
만델라는 다 알고 있단 말이오!
-만델라 영결식을 하루 앞두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