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언제까지 매미가 울까? 하고 여름 내내 기록했는데...9월 24일까지 우는군요.9월 중순까지만 해도 20일 정도면 안 울겠지 했는데, 꽤 오래까지 울었습니다.특히 올해 호남지방은 낮최고 기온이 추석 연휴 기간에도 30도를 넘길 정도로 늦더위가 심했습니다.그래서 매미들도 땅에 들어가는 것을 늦추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와 반대로 개구리 울음은 일찍 사라졌습니다.보통 땐 9월 중순까지 우는 소리가 나는데 올해는 여름 내내 개구리 소리가 잘 안 들렸습니다.6월 경 시작하다가 흐지부지 사라졌습니다.강원도에 사는 동생이 추석 때 와서 말하기를 강원도도 개구리 소리가 많이 안 들렸다네요.비가 안 와서인가...특히 이곳 호남지방은 8월에 중부지방에 비가 많이 왔을 때에도 거의 보슬비 수준이었거든요.
추석 지나고 나서 은행알들이 꽤 많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은행나무잎은 아직 푸릇푸릇한데도 은행알은 먼저 떨어집니다.행인들이 밟아서 터진 은행알들, 그리고 그 특유의 냄새.하지만 역시 사람 똥만큼 고약한 냄새를 풍기진 않습니다.은행알 냄새를 처음 맡는 외국인도 아니니 다 적응되었죠.가을이면 으례 나는 냄새 아닌가 하는 정도.하지만 유독 이런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도 있지요.어떤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냄새난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와 은행나무 대학살 작업을 벌였다고도 합니다만...
은행나무는 동북아시아 특산이죠.한국 일본 중국 일부지역에서만 자랍니다.그래서 은행나무를 처음 본 외국인들이 세 번 놀란다고 합니다.늦가을 아름다운 낙엽에 한 번 놀라고, 은행알 특유의 냄새에 놀라고, 그렇게 냄새나는 은행알이 들어간 약밥을 먹으면서 맛있어서 놀라고...그러고 보니 은행알을 주으러 다니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하는군요.
이제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게 되면 공원 벤치에 앉아서 책 읽는 소녀가 등장하면 좋겠습니다.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중 고등학교에서 학생들 잡아두는 시간이 많아서야 공원에서 책 읽는 여고생은 부모에게 "야! 쓸 데 없는 책 읽지 말고 영어단어나 외워라!" 하고 한소리 들을 것 같습니다.내 희망 사항으로는 공원이나 아파트 쉼터에 소녀시대 윤아, 이연희, 고아라 같이 생긴 여고생이 <독일인의 사랑>같은 아담한 책을 가져와서 읽었으면 좋겠습니다.너무 두꺼운 책도 잘 안 어울리니까요.그러다가 잠깐 책을 덮은 소녀가 은행잎을 주워 책깔피 속에 끼워넣는 모습도 보여주면 금상첨화겠습니다만...
***어쩌다 글을 써놓고 보니 이수만 아저씨 회사 미녀들만 나왔군요.고향 후배들인 수지 구하라 박신혜도 낙엽쌓인 공원에서 책 읽는 모습이 어울릴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