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코가 국내 추리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들보다는 앞선 세대의 일본작가들이 있습니다.문학이라는 장르의 특성이 그렇지만 나라에 따라 인기도가 꽤 다르죠.일본에서는 큰 인기를 얻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없는 작가도 있고, 그 반대도 있습니다.여기서는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인기가 있었던 작가들 이야기를 대중소설을 중심으로 한 번 해보겠습니다.

 

   지금의 60~70대들에게 가장 인기있던 일본작가 하면 역시 미우라 아야코입니다.<빙점>이 인기를 얻으면서 그녀의 작품은 무려 146편이 번역되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알 만하지요.복수와 용서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대중적 흥미를 잃지 않게 솜씨있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그녀의 솜씨에 한국인, 특히 여자들이 밤을 세워 읽었다는 전설의 작가입니다.기독교 계통의 작가로 순수문학 쪽에서는 엔도 슈샤쿠를 꼽지만 실제로 한국의 대중들은 미우라 아야코를 더 좋아했습니다.미우라 아야코는 만년에 성경을 풀어쓴 책을 펴내기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는 등 모범을 보이기도 했지요.

 

   얼마전 소노 아야코를 검색해보니 그녀의 소설은 안 보이고 노년을 보람있게 보내는 방법류의 일종의 치유서만 소개되어 있던데 사실 소노 아야코도 우리나라에서는 미우라 아야코와 함께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소설로 꽤 많은 인기를 모았습니다.하지만 요즘은 그녀의 소설은 우리나라에서는 찾는 이가 많지 않은가 봅니다.얼마전 헌책방을 가보니 비교적 최근에 나온 두툼한 소설 한 권이 있더군요.서부 아프리카에 사는 투아레그 (자동차 상표명이기도 함)족을 선교하는 가톨릭 성직자 이야기였습니다.요즘 선교를 소재로 한 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하얀 거탑'이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그 원작이 야마자키 도요코의 출세작 <하얀 거탑>임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우리나라 드라마는 무슨 직업을 다루건 연애이야기로 귀결된다는 비판을 많이 받지만, 야마자키 도요코는 철저한 자료조사를 거친 후 집필을 하기 때문에 드라마로 만들어도 고증이 철저한 것으로 유명합니다.한국에서는 경제문제나 전쟁 등은 여자들이 관심없는 분야에 속하는데 야마자키 도요코는 다릅니다.<화려한 일족>에서는 금융업을 다루고 <불모지대>에서는 종합상사를 다루고 <대지의 아들>은 중일전쟁 당시 중국으로 입양된 일본고아를 다루고, <두 개의 조국>은 2차대전 때 연합군 편에서 싸운 일본계 미국인을 다룹니다.이 여성에 대해서는 따로 페이퍼 하나를 할애해야 하죠.

 

  가지야마 도시유키는 기업소설의 귀재로 우리나라에서 일본 대중소설 붐이 일때 대단한 인기를 얻은 작가입니다.한국에서 태어나 해방될 때까지 우리나라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국을 배경으로 한 단편도 있지요.임권택 씨가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무렵 만든 '족보'의 원작자가 바로 가지야마 도시유키입니다.비교적 요절한 편인데 말년에는 야한 내용도 많이 넣은 기업소설로 상당한 부와 인기를 얻었지요.우리나라에서는 10권 전집으로 나온 <인간경영>으로 유명하며 10여년 전까지 그의 작품 몇 권이 시판되었지만 지금은 헌책방에서나 어렵게 구할 수 있습니다. 

 

  가지야마 도시유키보다 더 야한 본격적인 성애소설로 유명한 이가 도미시마 다케오입니다.1990년을 전후하여 사춘기를 보낸 남자들이 빠져들던 대하장편성애소설 <꽃잎>의 작가가 바로 이 남자죠.지금은 희귀본이 되었는데 그때를 못잊는 사내들이 구입하려고 눈에 불을 켜며 찾는다는 소설입니다.당시에 일본작가가 쓴 성애소설은 성행위 장면만 자세히 묘사한 수준 이하의 작품도 있었지만 도미시마 다케오의 소설은 이야기 줄거리가 탄탄하여 소설의 완성도가 꽤 높았기 때문에 지금도 사람들 기억에 남아 있지요.이 양반도 원래는 순수소설로 시작했습니다만 나이 들어 이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일종의 성장소설인데 여인의 육체를 알아가면서 성에 눈뜨는 소년의 성장소설이죠.진짜 중요한 공부 아니겠습니까...이 시기 앤드류스의 다락방 시리즈와 함께 야한 소설의 양대산맥을 이룬 인기작가였습니다.

 

  여러분의 기억에 남는 일본의 대중작가는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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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9-13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중학교때였나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 인기 엄청 났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20년전만해도 지금처럼 일본작가들이 뜨지 않았던 것 같은데,,,최근에 전자책으로 미우라 아야코의 양치는 언덕 구입해 읽었는데 읽다가 말았네요. 유치하기도 하고...감성이 와 닿지 않아서 때려쳤는데. 저는 예나 지금이나 흔히 말하는 로맨스 소설이나 성애문학쪽은 별로 더라구요. 그 유명한 앤드류스 시리즈도 매력을 못 느끼겠더라구요.

아무래도 미우라 아야코~

노이에자이트 2012-09-13 22:45   좋아요 0 | URL
70년대에 일본대중소설 판매부수가 엄청났어요.당시 신문들은 그걸 가지고 왜색문화에 물들었느니 어땠느니 호들갑을 떨었죠.

로맨스소설과 성애문학은 차이가 많아요.성행위묘사가 자세한 것은 성애문학을 못따라 가죠.

댈러웨이 2012-09-13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노이에자이트님, <빙점> 한 권 알겠어요. 제가 중학생 때 언니가 읽고 둔 그 파란 색 표지의 <빙점 상중하>를 다 읽었어요. 미우라 아야코, 작가 이름은 이리도 생소한데 책의 표지 색을 기억한다는 건 좀 엄청나지 않나요? ( ")

마지막 질문에는 세대가 갈리겠는데요? 저는 그러고보니 하루키 세대네요. ^^

노이에자이트 2012-09-13 22:58   좋아요 0 | URL
일본인 이름은 한자로만 표기하면 못읽는 사람이 많으니 제목이 더 유명할 겁니다.더군다나 표지색은 기억난다 하니...

성은 같아도 무라카미 류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판매부수는 상당히 차이나죠.

댈러웨이 2012-09-17 18:58   좋아요 0 | URL
노이에자이트님, 이건 좀 억울한데요. 제가 한자를 읽을 줄 몰라서 작가 이름을 모르고 있었던게 아니라, 아마 제 세대의 작가도 아니었고, 당시에 한참 고전에 빠져서 눈이 높아졌었는지 <빙점>을 읽고 실망도 했었던 것 같고, 그 이후로는 관심을 전혀 두지 않았었을 거에요. 그리고 표지에 작가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지도 않았었을 듯 한데 그건 기억나지 않아요. 표지가 진한 파랑색이었다는 것 밖에는요. ^^

노이에자이트 2012-09-18 18:28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 님이 한자를 모른다는 뜻이 아니었어요.
앞으로는 의미가 더 명료하게 전달되도록 문장을 다듬겠습니다.

BRINY 2012-09-13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점은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인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납니다. '불모지대'를 아버지 책장에서 처음 뽑아다 읽었을 때는 종합상사의 권모술수에 충격 좀 받았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09-13 22:47   좋아요 0 | URL
불모지대는 이병철 씨가 삼성직원들에게 권하기도 했죠.소재도 그렇고 장대한 규모라서 작가가 남자인줄 알았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죠.

카스피 2012-09-1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처럼 일본 추리 소설 붐이 일어나기 전의 70~80년대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었던 추리 소설가라면 역시 모리무라 세이이치와 마쓰모도 세이초가 아닌가 싶네요.그당시에는 일본 추리 소설 하면 대부분 십중 팔구는 이 두 분의 작품이었더것 같더군요.

노이에자이트 2012-09-14 16:0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작년부터 우리나라에는 마쓰모도 세이초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던데 80년대까지는 모리무라 세이치 작품이 더 많이 번역되었죠.

뷰리풀말미잘 2012-09-14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들의 작품이 꾸준히 번역되잖아요? 그 중에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이 군계일학이었던 것 같습니다. 98년 작품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다, 젊은 천재 작가의 탄생이다 떠들썩 했었지요. 이후에도 에세이집이랑 달, 장송 같은 소설이 번역됐는데 그렇게 인기있었던 것 같지는 않네요.

노이에자이트 2012-09-15 17:48   좋아요 0 | URL
히라노 게이치로는 아직 젊으니까 조금 더 기다려봐도 될 것 같습니다.장송 같은 대작은 유럽인들에게 읽혀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transient-guest 2012-09-18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노 아야코는 '콜베 신부님'이야기인가 본 적이 있는데, 같은 작가인 듯 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12-09-18 18:27   좋아요 0 | URL
소노 아야코가 가톨릭 계열 작가이니 그럴 가능성이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