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떄를 아십니까' 부류의 프로그램을 보면 70년대에 경찰이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나레이션 내용은 대개 비슷합니다. 국가공권력이 그런 분야에까지 통제했음을 지적하면서 개탄하지요.하지만 여기서 좀더 들어가봅시다.과연 그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권력이 머리카락과 복장에까지 지나치게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불편하다고 생각했을까요.혹시 그런 조치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없었을까요?
아버지에 의하면 그 당시 장발단속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합니다.미니스커트는 말할 것도 없지요.그 당시 기성세대의 눈으로는 남자가 머리기르고, 여자가 다리를 훤히 드러내는 것은 나라꼴이 잘못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였다는 것입니다.그러니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풍기문란을 단속해야 한다는 것이지요.좀 더 국가관이 투철한? 사람들은 "월남이 패망하고 김일성이 호시탐탐 남침기회만을 노리는 이때 젊은 년놈들이 머리나 기르고 홀딱 벗고 다니다니 이거 안 된다!"고 비분강개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유신이 무너지고 5공 때인 1982년 초 통금을 해제했을 때도 통금해제를 반대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고 합니다.주로 국가 안보에 지장이 된다...범죄가 는다...는 우려가 많았습니다.특히 가정주부들은 남편이 술을 더 마시거나 외도를 하지 않을까 염려했지요.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국민들이 통금해제를 환영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많은 이들이 우려했습니다.이런 형편이니 그 이듬해인 1983년 정부가 교복과 두발 자율화를 허용했을 때 당시 기성세대들이 얼마나 결사반대했을지는 불문가지입니다.5공처럼 서슬퍼런 시기였으니 그렇지, 민주화 이후였다면 반대여론에 막혀 실시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멀리까지 올라갈 필요도 없습니다.참여정부 때 토요휴무제가 실시된다고 하니 반대하는 이들이 꽤 있었습니다.당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들어보면 자본가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놀고 먹는 날이 너무 많아 안된다"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가끔 방송을 통해 우리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 개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아무리 맛난 음식으로 유혹해도 나오려 하지 않습니다. 그 개가 바깥세상을 너무 무서워하기 때문입니다.참 멍청한 개로구나 하고 생각하겠지만 늘 가두어만 놓는 것에 적응이 잘되어 자유를 두려워하게 되는 심리는 개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늘 통제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자유를 주면 어찌할줄 모르게 됩니다.독재시대에만 그랬다고요? 과거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요?
인간은 불편한 것에도 적응을 잘하는 동물입니다.통제와 제재에 익숙해지면 자유를 두려워하게 됩니다.지금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통제와 제재를 먼훗날 우리 후손들은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마치 지금 우리가 장발단속과 미니스커트 단속을 이상하다고 여기듯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