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 노총각이라는 단어가 어딘지 모르게 비하한다는 어감을 담고 있다는데...그렇다면 무슨 말로 대체해야 할까...노인이란 말의 어감이 안 좋다며, 더 존중하는 뜻이 담긴 어르신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으니 어르신 처녀? 이것도 이상하네..."전체 인구에서 어르신 처녀 어르신 총각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뉴스 시간에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지요.그래서 몇 년 전에 노처녀를 골드미스라고 부르기 시작했지만 우스개 소리로 골드미스가 아니라 '골병든 미스'가 맞다는 말도 나왔습니다.나이가 들어 몸이 아파지기 시작했다고 해서요.

   며칠 전 문화방송 라디오 새벽방송을 듣게 되었는데 구은영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초대손님은 가수 일락인데 이 양반이 입담이 좋아서 라디오에 잘 어울리죠.두 사람이 소개팅에서 여자가 남자를 거절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데...20대 때 "어머...그날은 친구들과 놀러가기로 했어요.여행가거든요". 30대 때 "친구 결혼식에 가봐야 해요." 40대 때엔 "아이고 허리가 아파서..." 한다네요.그러면서 둘이 깔깔깔 웃는데, 구은영도 일락도 이제 30을 갓 넘겼으니 이렇게 편하게 웃을 수가 있겠지만... 

   요즘은 손님들을 아버님 어머님으로 부르는 관행이 정착되었습니다.방송에서도 나이가 좀 된 일반인 출연자에겐 이름 다음에 아버님. 어머님을 부르더군요.그래서 홍길도 아버님...이런 식으로 부르던데 마치 홍길동이라는 아들을 둔 남자라는 뜻같아서 헛갈리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마땅한 호칭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대체로 40줄에 접어든 사람들에겐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더군요.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종업원들에게 처음으로 이 호칭을 들은 아저씨 아줌마들은 영 기분이 이상한 모양입니다.더군다나 나이에 민감한 여자 쪽에선 서글픔마저 느끼는 것 같습니다.아저씨 아줌마란 단어를 싫어해서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려고 하지만...

  결혼해서 실제로 부모가 된 사람이야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불러줘도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아직 미혼인 상태에서 이런 호칭을 듣는 사람은 꽤 억울하다고 합니다.자연스레 넘기기도 좀 그렇고요.성질이 까다로운 여자가 항의를 하면 "어유! 저렇게 성질이 고약하니 노처녀가 됐지..." 하는 소리나 들으니 성질이 더 나기도 하고요.얼굴이 노안인 경우엔 30대 중반에도 아버님 어머님이란 말을 들으니 그럴 땐 더 화가 날 것 같습니다.그렇다고 여러 사람 상대하는 서비스업종 종사자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떠넘길 일도 아니지요. 

  나는 어린 꼬마들을 귀여워 합니다.젊은 엄마와 함께 있는 귀요미에게 "아유...귀여워라...연예인 해도 되겠네..." 하면 옆의 엄마는 " 괜찮아 삼촌이야" 했습니다.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괜찮아 아저씨가 네가 귀여워해서 그러는 거야..." 하고 호칭이 바뀌었습니다.그러나 어쩌리...그런가보다 하고 살아야지요.삼촌에서 아저씨가 되는 거죠.그러다가 할아버지가 되는 거고...

  어린 꼬마나 동물은 이쁘장한 외모를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고 합니다.그러고 보니 내가 손을 흔들며 "아유~ 귀여워..." 하면 어린 꼬마는 방긋방긋 웃고, 강아지들은 꼬리를 흔들며 반가운 표시를 합니다.내 외모가 이쁘장하니까 그런것 같습니다.그래서 이젠 나를 삼촌이라 부르지 않아도 전혀 서글프지 않습니다.아직은 내 외모가 통하니까요.목소리도  깨끗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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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1-11-26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맞는 호칭을 정하기 참 어렵습니다.. 어르신 처녀 읽고 빵터졌어요 ㅋㅋ

우와, 아저씨라고 불리는데 이쁘장한 외모를 가지셨습니까? 아,
한번 보고싶지 말입니다 ㅎㅎ

노이에자이트 2011-11-26 23:12   좋아요 0 | URL
어르신이란 단어가 좀 남용되는 세태가 있어서요...

뭐 볼 것까지야 있겠습니까...상상만 하십시오.

달사르 2011-11-27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 맞아요. 아직은 외모가 통하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ㅎㅎㅎ

아줌마..호칭이 듣기 싫은 건 맞는데요. 시골에서는 '아지매'라고 하니 더욱 더 듣기 싫은데요. 근데 것보다도 어머님..이란 호칭은 더더더욱! 싫습니다! 하하하. 그러고보니, 어르신 호칭도 싫네요..흐음...그냥, 손님 내지 고객님 이라 부르는 게 젤루 무난할 듯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1-27 22:38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제 외모가 인간은 물론 동물에게도 인정받으니까요...

아줌마나 아저씨 호칭을 수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안 그러면 너무 복잡하고 갈등의 원인제공을 하니까요.

카스피 2011-11-27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삼촌에서 아저씨로 호칭이 바뀌면 아저씨들 넘 슬퍼하지요.그냥 오빠로 불러주면 아저씨들 넘 좋아할텐데 말이죠^^

노이에자이트 2011-11-27 22:39   좋아요 0 | URL
오빠 호칭을 듣고 싶은 것도 과욕이라서...그런 과욕의 틈새를 꽃뱀들이 노리니 나이든 남자들은 조심해야죠.

페크pek0501 2011-11-2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외모가 이쁘장하니까 그런것 같습니다." - 결국 자기자랑으로 글이 끝나는군요~~. 잘 나가다가 웬 삼천포? 뭐 우리가 안 봤으니 할 말 없지만요. 키득키득...

한번 생각해 볼 만한 문제에 대해 잘 쓰셨네요. 나이 들어도 기분 상하지 않는 좋은 호칭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그저 희망사항일까요?

노이에자이트 2011-11-29 15:48   좋아요 0 | URL
아...자기자랑이라니...못믿는다니...서로서로 믿고 삽시다!

우리나라는 남에게 대접받는 것을 좋아해서 더 호칭이 복잡해져요.저는 그냥 누구누구 씨라고 통일해버렸으면 좋겠어요.

페크pek0501 2011-11-29 16:46   좋아요 0 | URL
'씨'보다는 '님'이 좋을 듯해요. 씨는 윗사람에게 못 붙이니까요. 티브이에서도 연예인 대선배가 출연할 때 아무개님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노이에자이트 2011-11-29 17:28   좋아요 0 | URL
씨를 윗사람에게 못붙이는 것 때문에 우리나라 호칭이 이름에 직책을 길게 덧붙이는 복잡한 방식으로 변해버렸죠.예전엔 신문에도 씨를 많이 썼는데...

그런데 제가 라디오를 듣다 보면 확실히 누구누구 님이라고 하면 이름에 따라서는 발음이 안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요즘은 연예인들이 방송 중에도 사적인 호칭을 너무 많이 써서 거슬려요.선배님이니 형이니...심지어 진행자도 그러더군요.

stefanet 2011-12-0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줌마라고 불리는게 차라리 나아요. 어머님은 정말 듣기 싫더군요. 아줌마는 미혼이든 기혼이든 애가 있든 없든 나이가 어느정도 든 여자에게 쓰일 수 있지만 어머님은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경우엔 정말 잘못된 호칭인 거잖아요. 실제 가족이 아닌데 가족같이 대해줄 필요는 없어요. 그렇게 부른다고 실제로 가족같이 더 대해지지도 않지만.

노이에자이트 2011-12-02 17:43   좋아요 0 | URL
워낙 아줌마라는 단어를 싫어해서 어머니라고 불러주는 것 같은데... 거의 정착단계로 접어드는 것 같아요.방송을 통해서도 많이 퍼졌죠.어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