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온다면 나도 좋아'와 '네가 온다라면 나도 좋아' 어느 쪽이 맞는 표현인가? 이 문제에 머뭇거리는 사람이 많습니다.당연히 '네가 온다면 나도 좋아'가 맞습니다.그러면 '이 몸이 새라면 날아가리."에서는 왜 '라'가 들어갔는가? 새가 명사이기 때문입니다.가정법에서는 명사 다음엔 그 명사가 받침이 없으면 '라면'을 넣고(예: 이 몸이 새라면) 받침이 있는 명사라면 '이라면'을 넣습니다(예:내가 말이라면 빨리 달릴텐데).하지만 동사나 형용사일 경우엔 라를 집어넣을 필요가 없습니다(예:그녀가 이쁘다면 좋을텐데...그 자식이 너를 때렸다면...)
이것은 인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요즘 문장을 보면 "~했다란 이야기가 있다" 혹은 "~했다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했다 뒤에 라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그냥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면 됩니다.명사일 땐 호랑이라는 동물, 역사란 무엇인가 등 라를 붙입니다만.
재미있는 것은 굳이 라를 붙이는 사람 중엔 그것이 문법적으로 옳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실제로 구수한 토박이말을 하는 시골노인들은 그런 말을 안 합니다.이것은 라를 집어넣는 것이 본능적으로 어색함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문법이고 뭐고 따지기 이전의 감이지요.
이오덕 씨나 이수열 씨는 '라'를 굳이 집어넣는 사람들을 '라고 병이 걸린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이런 병을 퍼뜨린 사람들은 주로 교사나 강사들입니다.당연히 대학교수들도 많이 퍼뜨립니다.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습니다.이런 직업의 소유자들은 "~ 했다라는 거야!" 하는 투로 강의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요.그러니 지난 몇 십년 동안 라고 병 환자가 급속도로 퍼진 것입니다.
우스개 소리긴 합니다만 앞으로는 "무엇이다라고?" 하는 사람도 생길 거라는 말도 있습니다.하지만 이게 그냥 농담이 아닌 게 요즘 인터넷에는 "~ 했다고"로 쓰지 않고 "~했다라..."로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아마 조만간 "뭐라고?" 하지 않고 "무엇이다라고?" 하는 사람도 생길지 모릅니다.
"한다라면"이나 "한다라고" 가 문법에 맞다고 착각하고 있는 이들은 그냥 "한다면"이나 "한다고"로 고쳐 말하십시오.휠씬 간단하고 무엇보다도 자연스럽게 발음이 됩니다.이건 문법이고 뭐고를 떠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감을 잡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마음 편하게 이야기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