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미녀들의 수다'가 방송되었을 때 주민등록증이라는 제도가 얼마나 특이한지 볼 수 있는 장면. 출연한 외국여성들 중 우리나라와 동일한 주민등록증 제도가 있다고 하는 사람은 한 명 뿐.하기야 주민등록증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생긴 때도 김신조가 내려온 후였으니 1968년 이전엔 없었지요.하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 특유의 이 제도 때문에 주민등록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역시 가까이 있는 것일수록 모르는 게 많은 법.성년이 되어야만 살 수 있는 게 술 담배 등인데 이걸 미성년자에게 팔면 벌금이 상당합니다.조그만 구멍가게에선 미성년자에게 잘못 팔았다간 거덜이 나기 쉽죠.그런데 손님이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있으면 성인이니 그런 손님에겐 술 담배를 팔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군요.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있으면 모두 성인이라구요?
몇 년 전 강풀의 '순정만화'가 영화로 나왔는데 유지태,이연희 주연이었습니다.여기서 이연희가 주민등록증 사진을 찍으러 동사무소에 가는 장면이 나옵니다.그런데 영화에서 이연희는 여고생역입니다.주민등록증은 만 17세에 나오니 당연히 고등학교 때 주민등록증 사진을 찍는 장면을 넣은 것이지요.결론은 주민등록증이 있다고 성인이 아닌 것입니다.우리나라에선 만 19세가 성인이니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어도 만 17세 18세는 성인이 아닙니다.이 연령대에겐 술 담배를 팔아도 안 되구요.
누구나 다 만 17세가 되어 주민등록증을 받게 되는 경험을 합니다만 주민등록증이 있으면 법에서 말하는 성년이라고 생각하는 성인들이 정말 많습니다.고교생 때 주민등록증을 받은 기억이 안 나는 것이죠.이런 사람들을 지금 당장 편의점 직원으로 취직시키면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는 고교생에게 무조건 술 담배를 팔다가 큰 곤욕을 치를 것입니다.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게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주민등록증을 언제 받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혹시 제 말이 의심스러우면 주변의 고등학교 2~3학년 학생들에게 물어보세요.주민등록증의 고교생 때 나온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물론 그 학생들도 몇 년 지나면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주민등록증 나오면 성인이잖아요?" 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면 미성년자는 술 담배를 팔 수 있을까요? 당연히 팔 수 있습니다.편의점에서 일하는 고교생도 있으니까요.물론 그들도 미성년자에게 술 담배를 팔아선 안 된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