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설가 디어도어 드라이저. 그의 소설은 이름처럼 정말 드라이합니다.마치 사진으로 찍고 녹취록을 틀어놓은 것 같은 생생하고 치밀한 묘사...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든가 감동적인 휴먼드라머와 웬수진 것 같은 문장이 빽빽이 이어집니다.그의 초기 대표작 <황혼>에는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가난한 여주인공에게 부잣집 마나님이 이렇게 일러줍니다." 부자들도 가난한 사람처럼 고민도 하고 괴로운 일도 있어요." 그러자 우리의 주인공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이 그렇게 고민하고 괴로운 일도 있다면, 이왕이면 부자로 살면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게 낫죠." 지금도 가끔 떠오르는 명문장! 

    어떤 남자와 결혼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로 수다떠는 여성들이 나오는 드라마 장면. 그중 기혼여성 한 명의 솔직담백한 말씀인즉..." 야...남자들이란...결혼해서  마누라 속 썩이는 건 다 똑같아. 그래도 돈이라도 많으면서 바람피우면 낫지. 알거지 주제에 바람까지 피워봐라...볼 걸 보지 못본다!" 오...정말 솔직하면서도 드라이한 대사로다! 

    드라마 보면 가난한 집안은 가족끼리 서로 화목하게 지내고, 부잣집들은 유산 가지고 싸우고 법정까지 가서 죽네 사네 하는 장면도 많지만...부자이면서도 화목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많지요. 오히려 가난이 가족 간 불화를 조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드라마에서나마 부잣집 사람들이 서로 못잡아 먹어서 눈알 부라리는 장면을 보면서 " 그래도 우린 저러진 않아...있는 것들이 더 한다니까..." 하면서 자기위안하는 게 정신건강에도 좋은 것  같아요. 

   예전 가난한 사람들 사는 골목 주택가는 이웃끼리 왕래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아파트 시대.저소득층이 사는 아파트일수록 이웃 간에 인사도 안 하며 지내고, 서로 얽히기를 싫어한다고 합니다.엘리베이터에서 이웃과 마주쳐도 인사하는 사람이 부유층 사는 아파트보다 더 드물다고 하네요.서글픈 격언 중에 "가난하면 정치의식도 가난하다" 는 말이 있는데, 가난하면 이웃 간의 친밀함도 가난해진다는 말이 새로 생길 것 같습니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한테 인사 잘 하는데...그냥 멀뚱멀뚱하는 것은 이상해서 말이지요...그런데 알고 지내면 번거로워질까봐 인사를 받고도 무표정인 사람들도 있긴 있어요.누가 지네들한테 보증 서달라고 부탁할까봐 저러나...하는 생각도 납니다만...원래 겸손한 탓인지 상대 나이와 무관하게 먼저 내가 인사하는 버릇은 버릴 수도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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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18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런 소설을 눈 앞에서 그냥 지나치고 있었다니
간혹 헌책방에 들리게 되면 범우사에서 나온 드라이저의 <황혼>을 만나게 되는데
구입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저도 별로 친하지 않은 이웃이라도 저절로 인사하게 되더라구요. 안 하면 좀 뻘줌하구요,, ^^;;


노이에자이트 2011-02-18 23:37   좋아요 0 | URL
미국문학사에서 20세기 초의 명작으로 꼽힙니다.시골에서 대도시로 올라온 청춘남녀가 도시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솜씨가 탁월한 작가이지요.

인사해도 안 받아주면 기분이 거시기합니다.

스트레인지러브 2011-02-20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쪽 아파트는 요즘 사람들 이사오고 나감이 심해지니까 사람들 얼굴이 너무 자주 바뀝니다. 왜 그런진 잘 모르겠지만, 엘리베이터 안에서 같이 서 있던 사람들이 못 보던 사람들로 계속 바뀌어가는 걸 보면.. 인사는 하지만 그 이상의 말은 쉽게 안 걸게 되더군요.. 저만 그런가.

요즘은 가난한 사람일수록 남이랑 얽히는 것을 싫어한다는 건 나름 충격이네요. 하긴 저희 세대만 보면 부자 애들일수록 사회 인맥도 많이 만들고 행동반경도 넓은 반면 가난한 애들은 그 반대로 가는 건 저도 느끼고 있으니..

노이에자이트 2011-02-20 22:28   좋아요 0 | URL
저는 볼 일 있어서 다른 아파트 갈 때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사람과도 인사합니다.그냥 버릇이 들어서요.

가난하지만 착하고...운운...하는 이야기는 솔직히 말해서 일종의 신화일 수도 있죠.

가시장미 2011-02-2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전 현호가 있어서.. 대신 인사시키고, 대신 인사받아서 좋아요. ^^
애기다 보니, 대부분 반갑게 웃으면서 인사하고, 받아주고, 그러다군요.
요즘 세상에 이웃끼리도 인사하면서 지내기 쉽지 않죠.
생각해보니, 이상하네요. 손해보는 일도 아닌데 말이죠.. ^^;;

노이에자이트 2011-02-22 17:26   좋아요 0 | URL
요즘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은 어른들에 비해서 비교적 잘 웃고 싹싹한 것 같습니다.아무래도 중장년층이 무표정인 경우가 많죠.
먼저 웃으며 인사하는 것을 체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흑해 2011-02-25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쎄요 그 얘기는 공동체가 자본주의에 의해서 파괴되기 전에 그랬다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제가 만약에 이런 이야기를 먼저 했다면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면서 노이에자이트 님에게 면박을 당했을 듯 싶습니다.

그러면 저는 요즘 청소년이나 대학생들 중에도 무표정인 사람이 많다는 걸 보여줘야 할까요?

문제는 서로 모순되기도 하는 무수한 사실들을 빠짐없이 알아내는게 아닌 듯 합니다.

그 주장이 어떤 시선으로 그 사실들을 바라 보고 그 주장의 논리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