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리비젼 뉴스 시간의 화면을 보면 우리나라 지자체장이나 대통령이 재난 지역을 방문하여 현지주민들을 만나 악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이때 현지주민들은 지자체장이나 대통령이 내미는 손을 두 손으로 잡고 고개까지 숙입니다.악수는 한 손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웃사람과 한 손으로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왠지 그렇게 하면 버릇없어 보이는 것 같고 혹시 밉보이지나 않을까 하여 그냥 속편하게 두손으로 잡고 거기에 고개까지 푹 숙입니다. 

   예전 등소평이 살아있었을 때 중국에 대홍수가 나서 그가 현지시찰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그때 뉴스화면으로 보니 중국 농촌의 촌로들이 등소평과 악수할 때 모두 한손으로 했고 고개도 숙이지 않았습니다.내가 이런 관행에 대해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 장면이 눈에 들어오더군요.중국인들에 의하면 무릎꿇고 허리를  구부리는 큰절도 예전엔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없어졌다고 합니다.문화대혁명 때 봉건적 노예근성의 표상이라 하여 없어졌는데 그 뒤 문혁비판이 그렇게 거셌어도 이 큰절이 부활하지는 않았나 봅니다.

   북한소식에 관심이 많다보니 '남북의 창'같은 프로그램을 종종 보는 편입니다.북한의 군사 외교노선 등에 관한 소식도 보지만 그쪽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소개하는 장면도 관심있게 봅니다.저쪽에서는 국가원수인 김정일 위원장이 악수를 청하면 어떻게 대하나 하고 봤는데...역시나...남한과 똑같이 두 손으로 잡고 고개도 숙이더군요.단, 고개 숙이는 정도는 북한이 조금 덜 한 정도? 음...이런 것까지 닮았으니 같은 민족임은 분명하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북한에서도 제도적으로는 봉건습속을 없앤다면서 족보없애기 운동 등을 했습니다.북한에서 나오는 역사책(남한에서도 판매허가된 것임)에는 옛 지배계급들에 대해 봉건통치모리배라는 단어까지 써서 사정없이 깎아 내리더군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권위주의가 여전한 느낌이었습니다.탈북여성이 북한의 남녀 차별을 이야기 하면서 "북에선 여자가 남자에겐 동지라고 하고 남자는 여자에게 동무라고 하는데, 동지가 더 높임말입니다." 하더군요.하긴 남한에서도 연인사이에서 여자나이가 어린 경우는 남자에게 오빠라고 하지만 여자가 연상인 경우에도 남자는 반말을 쓰지 않습니까? 남녀 간의 이런 불평등한 언어위계도 비슷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남북한 모두 이런 권위주의는 청산하지 못한 것에서 동질성을 찾을 수 있다니 기분이 묘합니다.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지만 이런 것은 좀 변했으면 좋겠습니다.동무라는 말이 참 좋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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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1-02-1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사회적으로나 나이로나 저보다 윗사람이라도 그냥 똑바로 서서 한 손으로
악수하는데..혹시, 그게 상대에 따라서는 버릇없어 보일까? 하고 잠시 생각했었습니다만,
'건방지고 당찬 녀석'이 어차피 제 이미지니까 그냥 냅두기로 했습니다.(웃음)

덕분에 재밌는 악수 비교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2-11 17:20   좋아요 0 | URL
하하하...원래 악수란 그렇게 하는 법이죠.

마녀고양이 2011-02-11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상 연하 커플인 경우, 안 그래도 남자의 의존성 자극이 심하게 되는데
말까지 높이면 얼마나 여자가 많이 챙겨야 하겠습니까?
말을 놓는건, 고단수 현명한 여자의 술책입니다....... 에헴. (돌 맞을라..)

노이에자이트 2011-02-11 17:20   좋아요 0 | URL
돌이 어디 있더라...두리번 두리번...

책가방 2011-02-11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방면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이렇게 페이퍼들을 읽다보면 심심할 틈이 없다니까요..ㅋ
저도 악수할 때 한사람만 일방적으로 두손으로 잡고 머리까지 숙이는 건 보기에 민망해 보입디다. 두 사람이 함께 그러면 좀 나아보이구요.

노이에자이트 2011-02-11 17:22   좋아요 0 | URL
심심하지 않게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예요.종종 들러서 좋은 의견 나눠요.
둘이 같이 반가우면 두 손을 잡고 깡충깡충 뛰어도 되지요.

cyrus 2011-02-11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살면서 지금까지 윗사람 앞에서 고개를 약간 숙이면서 두 손으로 악수하곤
했었는데,, 무조건 좋은게 아니군요. 악수 이외에도 잘못 알고 있는 예절 방식이 많을거 같은데,, 갑자기 올바른 예절 자세 같은거 자세히
알고 싶어지네요,, 기회가 된다면 악수법 말고도 다른 예절 자세에 관한
글도 올려주세요 ^^;;

노이에자이트 2011-02-11 21:09   좋아요 0 | URL
악수예법을 아는 사람이야 많지요.하지만 악수 청하는 상대가 나보다 직책이 높거나 연장자인 경우, 두 손으로 잡고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혹시 찍히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으니 문제지요.저 역시 이 글에서 그런 권위주의를 지적했지요.

예법에 대해서 재미있는 일화가 많으니 고려해 보겠습니다.

흑해 2011-02-14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차피 입으로만 인사하는 게 일반화될 것 같지 않으니 그냥 악수하지 말고 목례가 일반화되는 게 더 좋을 거 같긴 합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목만 살짝 숙이는 거죠.귤이 회수를 넘으면 탱자나무가 되는 것처럼 악수도 그 문화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거겠죠.

페미니즘이든 맑스주의든 다른 지역에서는 다른 방식과 태도로 받아들여지기 마련이지요. 일상생활사가 먹고 마시고 놀고 자는 걸로 이해되고 미시사가 그저 작은 것들에 주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다 그런 사례들이지요.

스트레인지러브 2011-02-14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사람or손윗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고개 숙이는 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는데,
꼭 '당연한 게 당연한 것이' 아니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02-14 20:46   좋아요 0 | URL
고개 안 숙이면 버릇없다고 찍힐까봐 고개 숙이는 사람들이 많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