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류 중에서 수기를 즐겨 읽는 편인데 특히 사냥꾼들의 수기를 좋아합니다.이런 눈덮인 날 맹수를 추적하는 사냥꾼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지요.깊은 산 속을 헤매다 보면 사냥꾼들이 산골마을에서 한 숨 쉬어가는 일도 있습니다.이렇게 산골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 마을은 인심이 좋다, 어떤 마을은 인심이 고약하더라 하는 평가가 생기기 마련입니다.맛집 찾아 다니는 동호인들이 음식점 평가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지요. 

    사냥꾼들이 하는 말 중에 " 겨울에 배고픈 산짐승도 안 내려 가는 마을"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최고로 인심이 고약한 동네라는 뜻입니다.사연은 이렇습니다.산골마을 사람들은 겨울이 되어 고기맛을 보기 위해 사냥을 나설 때가 있습니다.산짐승들에겐 사냥에 나선 인간이 가장 무섭지요.하지만 한 겨울 먹이가 모자라면 그 무서운 인간이 사는 마을에까지 내려와 먹이를 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가난한 산골마을 사람이지만 이때만은 마을에 내려온 산짐승을 잡지 않는 불문율이 있습니다.때로는 광 속에 감춰 둔 곡식이나 감자 고구마 같은 것을 나눠주기도 하지요.얼마나 배가 고파 다급했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마을에까지 오느냐 하는 측은한 마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불문율을 어기고 마을에 내려온 산짐승을 잡아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짐승도 소문을 내는지 그런 마을은 아무리 춥고 굶주려도 찾아가지 않는다고 합니다.무슨 날벼락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그래서 사냥꾼들 사이에선 그런 마을을 '겨울에 배고픈 산짐승도 안 내려가는 동네'라며 아주 모질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로 간주한다는 겁니다.

   동물도 인심좋은 사람 집을 알아내는 재주가 있습니다.집앞에 고양이가 있어서 그 집 주인이 먹을 것을 조금 나눠주었더니 며칠 후에 자기 새끼를 데리고 다시 찾아온 어미 고양이 이야기도 있지요.외국에서는 산 밑에 있는 집에 겨울마다 방문하여 겨울잠을 자면서 아기곰을 낳아 이른 봄에 이기곰과 함께 산으로 올라가는 엄마곰도 있었습니다. 

   전에 뉴스에서 본 이야기인데  겨울에 먹을 것이 떨어져 집 근처에 오는 멧돼지를 위해 산기슭에 사는 노부부가 먹을 것을 뿌려놓았더니 멧돼지들이 나중엔 노부부가 아주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았다고 합니다.그런데 이 장면을 본 밀렵꾼들이 멧돼지가 노부부 집으로 오는 길목에 올무와 덫을 설치하여 멧돼지를 싹쓸이해버린 뒤로는 짐승들이 전혀 오지 않았다네요.

   아무리 가난한 마을이라도 배고파 겨울에 내려오는 산짐승을 잡지 않을 정도의 배려도 안 하는 사람들이라면 얼마나 모진 사람들인지 물어볼 것도 없다는 것이 사냥꾼들의 경험담입니다.동물을 좋아하냐 싫어하냐 차원의 문제가 아니지요.동냥을 주지는 못할 망정 쪽박을 차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동물에게도 조금은 베풀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거창하고 어려운 문자를 들먹일 필요없이 이 정도가 사람이라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인정이라고 생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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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눈물 2011-01-30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멧돼지 애기는 정말 너무나 슬픈 애기입니다. 어찌보면 '동물'보다도 못한 '인간'들이 이 세상에 너무나 많습니다. 꼭 지켜져야 하는 '선'이 어느 분야 어느 인간관계나 있는데, 이것들이 못살고 없던 과거보다 평균적으로 윤택해진 현대사회에서는 너무나 쉽게 깨지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사소한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죠..

노이에자이트 2011-01-30 21:16   좋아요 0 | URL
멧돼지 이야기는 화가 나다가 나중엔 서글퍼지더군요.성인군자로 살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지킬 것만 지켰으면 좋겠어요.

마녀고양이 2011-01-3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신문을 읽다가,
작년에 서울역에 자던 만취한 노숙자를 강추위에 서울역 직원이 밖에 끌어내놓아 방치하고, 아침에 그걸 본 공무원이 휠체어에 태어 다른 어디다 방치했답니다. 끝내 그분은 숨졌죠. 노숙자 분들이 노력도 안 하고 사회에서 퇴출된 분들로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그건 할 짓이 아닌거죠. 그들이 범법자도 아니고, 한때는 우리와 같이 사회 활동을 하던 분들인데.

같은 인간에게 하는 짓이 그러한데, 동물에게야... 이번의 몇백만두에 이르는 살처분...
저는 제가 인간인게 창피합니다. 머 그래도...... 행복한 설 보내시기 바랍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1-31 17:42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안타까운 일입니다.

육식하는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앞으로 줄어들진 않을텐데...걱정입니다.

즐거운 설 보내세요.

비로그인 2011-02-1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시간을 들여 몇편을 읽으니 재미 있네요.
사냥꾼 수기 좀 추천해주세요.

노이에자이트 2011-02-11 17:28   좋아요 0 | URL
시인 이상화의 동생인 이상오가 유명한 사냥꾼입니다.이상오를 검색창에 치면 상당히 많은 자료가 올라오니 그 중에 골라서 읽으십시오.이상오 씨는 사냥개도 많이 키워서 그 방면의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