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식인풍습이 있다는 오해가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주한 외국인들이 어느 정도 우리말과 글을 익히게 되었을 때 늘 혼비백산한다는 식당간판이 있지요.바로 할머니 뼈다귀 해장국 ! 어떻게 불쌍한 할머니들을 잡아서 뼈로 국을 끓이느냐는 겁니다. 할머니가 만든 해장국이라는 해명에 그제서야  아! 한답니다.또 어머니의 손맛이라는 표현도 고개를 갸웃합니다.어머니의 손을 먹느냐고 묻지요. 자세히 설명하면 역시 아! 하고 수긍하지만 갸우뚱 갸우뚱... 

    속담이나 관용구 등은 어느 나라에서나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그 나라 풍습에 대해서 정통하지 않으면 직역으로는 참맛을 느끼기 힘든 것도 많습니다. 가족에 대해 연구하는 어느 학자는 우리나라엔 다른 나라에 비해  시어머니를 안 좋게 묘사하는 속담이나 단어가 유독 많음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북극의 원주민에겐 그 곳의 야생동물에 관련한 단어가 많다고 하지요. 비단 남의 나라나 문화권 뿐 아니라 자기 나라 속담이나 관용구도 세월이 지나 그 뜻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다는 것을 빗대어 '말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것이 있습니다.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경마가 마사회에서 하는 경마 같은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그도 그럴 것이 이 속담에서 말하는 경마 잡힌다는 행위는 양반제도가 페지되면서 없어졌기 때문입니다.예전에 지체 높은 양반은 말을 탈 때 하인이 그 말의 고삐를 잡게 하고 한가하게 말을 걷게 했는데 이것이 경마 잡힌다는 것입니다.말타고 경주한다는 뜻의 경마와는 전혀 다른 뜻이지요.노인들이나 겨우 알고 있는 단어가 들어가는 속담도 알기 힘듭니다.'시앗'이란 단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 '시앗을 보면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 속담을 잘 모릅니다.시앗은 첩의 순우리말로 아무리 착한 여자도 남편이 첩을 들이면 불만을 가진다는 뜻이지요. 

   영어관용구도 직역하면 이상해지는 것이 많습니다.최근에 어떤 소설 번역본에 ' 책을 집어던지다'는 문장이 있어서 아하...요건! 했습니다.한때 재미가 있어서 중국에서 유래한 고사성어 외에 일본과 영어권의 관용구 속담에 관한 책을 꽤 열심히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에 'throw a book at'라는 숙어 관용구가 있는데 '엄벌에 처하다. 크게 혼내다'는 뜻입니다.직역하니 이상하게 되어 버렸지요. 광고에 보면 'head & shoulder' 가 있는데 ' 빼어나다, 발군이다'는 뜻입니다.어깨에 머리에서 나온 비듬이 떨어진다는 뜻이 아닙니다.이런 건 좀 이상하다 싶으면 귀찮다 생각 말고 사전으로 확인해야죠. 좀 애매한 우리 속담도 사전을 통해 하나 하나 공부해 나가면 의외로 재밌습니다. 

   요즘 세태에 들어맞는 영어단어 하나가 있는데 이 단어도 직역하면 이상합니다.병아리와 매가 합해진 chickenhawk 라는 단어입니다.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인데 자세한 뜻을 알고 나면 수긍이 가는 단어입니다. 뜻은 군경험은 없는데 대외정책엔 강경책을 주장하는 관료나 정치가들을 말하지요.미국의 부시행정부에 그런 이들이 많았습니다.좀더 넓게는 군대에서 용감했다...학교 다닐 때 나한테 안맞고 다니는 놈이 없었다고 자랑하다가도, 정작 좀 용기가 필요한 일에는 슬슬 피하는 남자들을 일컫기도 합니다. 

  독서는 물론 언어를 공부하는 일도 어느 정도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속담이나 관용구를 통해 어휘력은 물론 문화의 다양성을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으니 한 번 시도해 보면 어떨런지요.포복절도할 만큼 재미있고 우스꽝스런 표현을 틀림없이 만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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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2-2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담이나 관용구에 대한 글을 읽고나니, 교과서에 봤던 이규태 씨의 글이
생각났었습니다.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그 글도 시어머니에 대한 속담에
대한 것이었는데,, 속담이나 관용구에 대한 글을 무척 재미있는거 같습니다. 관용구로 자리잡게 된 유래나 속담의 기원은 흥미롭더군요.
거기에는 문화와 풍속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도 간혹 책을 읽다가 처음 본다거나
뜻이 독특한 속담이나 관용구가 나오면 노트에 필기를 해놓는데,, 한 번은
이어령 씨가 편찬했던 문장사전을 구입하고 싶은 마음도 들기도 했었습니다.
이번 글에는 제가 모르고 있었던 새로운 속담과 관용구를 알게 되었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2-20 15:40   좋아요 0 | URL
이규태 씨의 풍속이야기는 쉬우면서도 재밌습니다.특히 옛여인들의 한과 눈물 이야기가 많지요.<개화백경>시리즈도 재미있어서 구해놓았지요.

고사성어사전이나 속담사전이 있으면 재밌어요.저는 영어와 일본어 관용구 사전이 몇 권 있지요.

ChinPei 2010-12-20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참 좋은 글을 올려주셨네요.
난 우리나라 속담을 전혀 몰라서 다른 분의 글을 읽을 때 고생하는 일이 많습니다.
예컨대 최근 님께서 올리신 "사표도 문자 메시지로 날려주마" 의 마지막에 쓰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실은 내가 이 글의 뜻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포도청"은 네이버 국어사전에 의하면 "조선 시대에, 범죄자를 잡거나 다스리는 일을 맡아보던 관아"라고 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목구멍은 분명 사람 몸의 식도나 기도를 뜻하지요?
왜 "식도나 기도가 범죄자를 잡는다." 그런 말이 되는지, 인터넷을 찾아서 예문을 보아도 하나도 알 수없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쉽게 해설해주시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0-12-20 15:39   좋아요 0 | URL
두 가지 뜻이 있어요.목구멍이 먹고 사는 것을 뜻하는 상징어이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포도청에 잡혀갈 정도로 도둑질이나 강도질까지 하게 된다는 것이 그 하나...또 하나는 포도청에 잡혀가는 게 무섭잖아요.그만큼 먹고 사는 문제가 무섭다는 두번째 뜻이 있어요. 여하튼 먹고 사는 문제가 그만큼 큰 문제라는 뜻이지요.

ChinPei 2010-12-21 18:40   좋아요 0 | URL
아, 잘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표현 "먹고 사는 문제는 큰 문제다."에 해당하는 일본 속담은 떠오르지 않네요.
그러나 살림이 어렵다는 속담은,
"爪に燈をともす(쯔메니 히오 토모수 = 손톱에 불질 하다.)" ... 불 할 나무도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
"貧乏暇なし(빈보우 히마나시 = 가난한 (사람) 여가 없음(?)" ... 가난한 사람은 조금이라도 돈을 벌기에 바빠서 놀 시간이 없다.

잘 배웠습니다.
감사해요.^^

blanca 2010-12-20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드 앤 숄더로 머리 방금 감았는데 저는 꿈에도 몰랐어요 ㅋㅋ 어깨에 비듬 떨어지지 말라는 건 줄 알았죠. 경마 잡히다! 그런 뜻이었군요. chicken hawk는 누구한테 아주 말밥으로 퍼붓고 싶어지네요. 노자님은 정말 박학다식하십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2-21 15:27   좋아요 0 | URL
상품명 중에 재미있는 단어가 많아요.호기심이 많아서 그런 건 사전 찾아서 확인하죠.우리 속담 같은 것은 오래된 단편소설 같은 데서 많이 수집하고 있어요.치킨호크는 음...거시기하죠? 박학다식이야 blanca님에 어울리는 단어죠.

igarion 2010-12-21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구몽이 포도청이다'라는 관용구는 목구멍과 포도청을 동격으로 놓고 비유한 것이죠. 깊은 속 뜻은 '목구멍의 요구'와 '포도청의 요구'가 똑같이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고 무섭다는 것입니다. 조선시대의 포도청은 오늘날의 경찰청과 동일한 기관인데 범죄인을 잡아들이고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죠. 영화를 보면 유흥가나 법의 사각지대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거나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곁에서 불법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돈을 상납받는 썩은 경찰들이 있습니다. 경찰의 상납 요구를 거부하면 이런저런 일로 트집잡혀 경찰서에 끌려가 곤욕을 치뤄야겠죠. 조선시대의 포도청도 그런 악행을 많이 저질렀죠. 그러니까 목구멍의 요구와 포도청의 요구를 거부했다가는 생존이 어렵겠죠. 특히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은 살아남으려면 포도청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겠죠.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를 폭압적인 국가기관에 빗대어 표현한 멋지지만 서글픈 관용구입니다. 대부분의 풀이는 이런 점을 무시하고 교과서적인 방식으로 설명하니 본 뜻이 왜곡되거나 의미가 모호해지는 것이죠.

노이에자이트 2010-12-21 21:06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제 지인 한 명은 목구멍이 남산 고문실이다 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