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에 통달하기란 예나 지금이나 힘듭니다.외국어를 잘했던 학자로는 독일인 고고학자 슐리이만이 있는데 그의 외국어 학습법은 지극히 간단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방법,즉 무지막지하게 외우는 것이었습니다.예를 들어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그가 택한 방법은 골드스미스의 <웨이크필드의 목사>와 스코트의 <아이반호>를 6개월 간에 걸쳐 외우는 것이었습니다.하루 1시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소설들을 외우는 데 썼다고 합니다.또 프랑스어를 익히는 데도 역시 페늘릉의 <텔레마크의 모험>과 생피에르의 <폴과 비르지니>를 6개월 간 외우는 것이었습니다.현대 그리스어를 익히는 데는 <폴과 비르지니>그리스어역을 외우는 것이었고 고대 그리스어는 공부한 지 석달 만에 오디세이를 읽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칼 마르크스의 외국어 학습법도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었습니다.그가 영국에 도착하여 이 정도 영어실력으로는 모자란다고 생각했을 때 영어공부를 다시 했는데,셰익스피어의 명문장을 골라서 외우기를 시작했습니다.그는 원래 셰익스피어 작품을 즐겨 읽었는데 이로써 셰익스피어의 명문장에 통달하게 된 것입니다.러시아어를 익힐 때는 고골리와 푸시킨의 작품을 읽으며 모르는 단어를 반복해서 쓰고 외웠습니다.발자크를 좋아했던 마르크스는 역시 프랑스어를 공부할 때도 발자크의 작품을 즐겨 읽었고 가끔은 뒤마의 작품도 읽었습니다.원래 마르크스는 문학을 좋아하여 독일문학도 늘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어 잘하기로 이름난 사람들 역시 열심히 외우고 쓰는 방법을 썼습니다.모 대학의 중국어과 학생들은 중국인과의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었는데  그 대학에서 사용하는 교재에 있는 문장을 모조리 외우는 교수법을 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소설가이며 번역가인 안정효 씨는 대학시절 영어소설을 읽었는데, 사전없이 무조건 다 읽는 방법을 택했습니다.처음엔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답답했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방식으로 하니 나중엔 모르는 단어를 알게 되더라는 것이었습니다.이재옥 토플로 유명한 이재옥 씨는 학창시절 소야 영문법 책을 달달 외웠다고 했습니다. 

  예전 한문서당에서 가르치는 방법도 무조건 외우는 것이었습니다.일제시대 때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도 영어나 독어 교사가 몇 페이지부터 몇 페이지까지 외워오라는 숙제를 해서 못하면 맞았다는 추억담을 이야기합니다.무지막지한 방법인데 그렇게 해서 외우니 신기하게도 회화도 되고 작문도 되더라는 것이지요.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어떻게 하면 한자를 잘 할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내가 세로줄에 국한문 혼용인 책도 읽어내려가니 부럽다는 겁니다.그런데 무슨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돈이 부족하니 주로 문고본을 사서 읽었는데 특히 삼성미술문고는 세로줄에 조사 빼곤 다 한자라서 읽다가 모르는 단어는 옥편 찾고 그러다 보니 한자를 읽을 수 있었다고 해주었습니다. 

  한자나 외국어 공부할 때는 외워야 한다고 다 이야기합니다.하지만 실제로 말로는 간단하지만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얇은 책 한 권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독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국한문 혼용으로 된 오래된 책 한 권을 옥편 찾으며 읽기도 쉽지가 않습니다.예전에 지인에게 영어학습법으로 짧은 이솝이야기 다섯 개만 외워보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결국 그 사람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아무리 짧다 해도 외국어는 외국어지요.게다가 이솝이야기는 동물도 많이 나오고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이 많이 나와서 은근히 까다롭습니다.하물며 장편소설을 외국어로 읽는다? 그게 맘대로 되는 게 아닙니다.일본 동화집으로 일본어를 공부하겠다고 하다가 포기하는 사람도 여럿 봤습니다. 

   문법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국문법도 어려운데 하물며 외국문법...그래서 문법이고 뭐고 외우는 게 외국어학습의 최고라는 말은 대단히 구미가 당기는 말입니다.그리고 실제로 열심히 외우면 문리가 터지는 게 사실입니다.하지만 짧은 속담이나 명언도 제대로 못 외우는데, 책 한 권 독파하는 게 보통일이 아닙니다.그래서 헌책방에 가보면 외국어 학습서들은 10페이지 20페이지까지는 공부한 흔적이 있는데 그 뒤로는 깨끗한 책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우스개 소리로 성문종합영어가 수백만부가 팔렸는데 제대로 한 번이라도 독파한 사람은 전국에 1000명이 안 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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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0-09-1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외우면 문리가 터진다. 정말 그렇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9-12 15:33   좋아요 0 | URL
우리도 열심히 외웁시다!

sapa 2010-09-12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방법이 간단하니 금방이라도 될 듯한 기분이군요.
그런데 성문영어는 매년 수험생 중 1000명이 아닐까요? 하다 못해 저도 이 책은 다 봤는데...쿨럭. 아직도 이 책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입니다만.

노이에자이트 2010-09-13 16:22   좋아요 0 | URL
몇 페이지 개정하여 계속 팔고 있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09-12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안 그래도 아직도 영어 실력이 형편없어 고민입니다.
아무래도 노이에님 말씀대로, 책 한권 사서 달달 외워야 할까 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9-13 16:20   좋아요 0 | URL
열심히 하십시오.

ChinPei 2010-09-12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서 태어난 나에겐 우리말≒외국어나 다름이 없었는데, 내 경험으로썬 어쨌튼 읽기(듣기)+말하기+읽기(듣기)+말하기+읽기(듣기)+말하기...이것밖에 없어요.
읽기(듣기)=학습,말하기=실천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해요. 외운 걸 얼마나 사용했느냐가 오히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노이에자이트 2010-09-13 16:21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직접 써봐야지요.

yamoo 2010-09-15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한권 다 외워두, 많은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처럼 언어에 소질이 없는 사람은 뭘 해도 못하는 것 같다는..ㅎㅎ 소설 책하고 스크립트 책 한권 분량을 몽땅 외운 적이 있는데, 작문에는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긴 한데, 회화는 영~ 아니올시다..이던데요..ㅋㅋ
전 에국어 공부가 그래서 아주~~싫어염~ㅎㅎ

노이에자이트 2010-09-15 16:58   좋아요 0 | URL
고생을 많이 하셨군요.계속 더 열심히 하셔야죠.어차피 수십년을 산 노인들도 모국어를 다 아는 건 아니니 외국어는 오죽하겠어요.

yamoo 2010-09-16 23:58   좋아요 0 | URL
요는...하기가 싫다는 거에요..ㅋㅋ 더이상 밑바진 독에 물붙기가 싫어서요..ㅎㅎ 아마도 제가 공부에 투자한 시간을 100이라 했을 때 영어에 들인 시간이 70은 되는 거 같거덩요~ 해 볼 건 다 해봤는데...여전히 못하는 영어...때려친지가 7년이군요..ㅎㅎ 그래두 간혹 원서는 읽고 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