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엊그제 쓴 페이퍼에 '노벨상 받으려고 로비하는 건 김대중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댓글을 쓴 분이 있었습니다.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착잡했습니다.이 로비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지금은 잊혀진 이신범 씨에 대해서 언급해야 합니다.사람의 악연이라는 게 참 끈질기지만 김대중과 이신범의 악연이야말로 그런 경우지요.더군다나 둘은 한때 동지이기도 했으니까요.
국민의 정부 시절 한나라당에는 DJ저격수로 알려진 의원들이 있었습니다.정형근 김홍신 이부영 이신범 홍준표가 그들인데요. 이젠 홍준표 씨를 빼면 정계에선 은퇴했거나 사실상 정치를 그만둔 사람들이지요.김홍신은 그 악명높은 미싱발언으로, 이부영은 "제정구는 DJ암에 결려 죽었다"는 악담으로 유명했습니다.정형근은 국민의 정부 때와는 달리 참여정부 때는 대북화해 정책을 주장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지요. 이신범은 군사정권 시절 김대중이 미국에 망명해 있을 때 함께 민주화운동을 하던 동지였습니다.국제사면위원회 양심범 명단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구요.하지만 이 씨가 한나라당 의원이 되고 나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김대중을 공격했고 그 하일라이트는 오슬로 방문시도입니다.
'김대중이 노벨상 받기 위해 로비를 했다'는 흑색선전을 직접 노벨상 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2000년 7월 경 이신범과 한나라당 원외위원장 10여명이 오슬로에 가겠다고 했고 이 소식이 국내에도 알려졌습니다.그는 "노벨상을 타려고 북에 퍼주기만 한 김대중이 노벨상을 타게 내버려 둘 수 없다"고 기염을 토했지요.이신범의 이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같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하고 마땅치 않게 여겼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지요.이른바 노벨평화상 로비의 진상에 대해서는 노벨 위원회 군나르 베르게 위원장이 한 말이 있었습니다."김대중 씨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데 로비가 있었다.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수천통의 편지가 한국에서왔다 .세상에 자기 나라 사람에게 노벨상을 못주게 하라며 로비를 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니...한국인들은 정말 이상하다..."
다행히 베르게 씨는 김대중의 업적을 높이 평가한 사람이었으니 한국에 대해 더 이상 나쁜 인상은 갖지 않았을 것입니다.하지만 이신범 씨같은 사람이 있었다는 것,또 김대중에 노벨상을 주지말라는 편지가 노벨위원회에 수천통이 갔다는 사실은 못내 씁쓸합니다.물론 이신범이라는 이름도 이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고 있지만 노벨상 로비...운운하는 단어만 기억에 남아서 "그 빨갱이 대중이가 노벨상도 로비해서 타먹었다며?"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게 간편해서 검색창에 이신범이나 군나르 베르게를 치면 당시 상황을 비교적 간명하게 알 수 있는 정보가 뜨니 도움이 됩니다만 제 페이퍼에 단 댓글에조차 김대중 로비 운운하는 내용이 있으니 기분이 묘하군요.더군다나 김대중 서거 1주기 즈음에...